책/책 편집과 출간

책 출판(출간) 방법과 경험담 #6 (제본을 고려한 본문 편집과 서체 선택)

오렌지사과키위 2025. 4. 7. 12:44

지난 글에서 종이책을 자가 출판하기 위해, 교보문고 퍼플(출판사)의 교보문고 디지털 콘텐츠 파트너 시스템에 개인 작가로 가입하는 방법과 관련 매뉴얼을 소개했습니다. 인쇄와 제본 과정도 간략하게 알아봄으로써, 책 사이즈(판형)에 따라 책 단가가 갑자기 크게 뛰는 이유도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글: 책 출판(출간) 방법과 경험담 #5 (교보문고 퍼플 이용 방법과 책 사이즈(판형))

책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판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시집이라면 가지고 다니기 좋은 A6(국반판, A4 용지 1 / 4)나 B6(46판, B5 1 / 2) 크기가 좋을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수필이라면 A5(국판, A4 용지 1 / 2), 신국판, 또는 변형신국판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문제집을 출간한다면, 크기가 큰 A4(국배판)나 B5(46배판)가 어울릴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지난 4권의 종이책 모두 가성비가 높은 신국판으로 출간했습니다. 제 책에는 그래프가 많이 나옵니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의 경우 그래프와 표가 200개 정도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래프에 세세한 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판형이 작은 경우 알아보기 어렵기에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큰 크기로 편집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판형을 선택한 후, 본문 편집 시 무엇을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한 편집 방법에 대한 소개는 연재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다루지 않습니다.

사방여백과 제본용 여백

이전 글에서 인쇄와 제본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먼저 큰 종이에 여러 페이지를 양면 인쇄합니다. 인쇄된 종이를 접고 책 크기로 절단을 합니다. 페이지 순서대로 종이를 가지런히 쌓아 왼쪽을 풀로 붙입니다. 책 표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본 과정에서 종이를 자르고 풀로 왼쪽을 붙인다는 것입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A4 크기의 보고서를 책처럼 만든다면, A4 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종이에 인쇄를 하고 A4 크기에 맞춰 상하좌우를 조금씩 자른 후에, 왼쪽을 스테이플러로 찍어 제본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자연히 A4 용지에 맞춰 편집을 하면 기대한 것과 다른 책이 나옵니다. A4 용지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종이에 인쇄를 하기에 확대 인쇄가 되어 글자가 미세하게 커집니다, 상하좌우를 자르면 여백이 조금 적게 남습니다. 여기에 왼쪽을 스테이플러로 찍으면, 책을 펼쳤을 때 좌우 페이지 사이의 여백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니 이를 고려해서 책을 편집해야 합니다.

제단에 고려해야 하는 상하좌우 여백을 사방여백이라고 합니다. 교보문고 퍼플의 경우 최종 종이책 크기보다 상하좌우 3mm 여백을 더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잘라낸다고 보면 됩니다.

신국판의 경우 최종 크기가 152 × 225mm이지만, 워드 프로세서로 편집할 때에는 (152 + 3 + 3) × (225 + 3 + 3)mm = 158 × 231mm로 용지 설정을 해야 합니다. 상하좌우 3mm는 편집할 때에는 보이지만, 인쇄가 되지 않고 잘려 나가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제본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종이를 모아 왼쪽을 풀로 붙이기에 책을 펼쳤을 때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개 5mm 정도로 둡니다. 왼쪽 페이지의 경우 오른쪽 5mm, 오른쪽 페이지의 경우 왼쪽 5mm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제본용 여백이라 합니다.

다음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여백을 설정한 예입니다. 

제본용 여백 설정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상하좌우 여백을 23mm로 두었습니다. 최종 종이책의 여백은 3mm를 제한 20mm가 됩니다. 제본용 여백으로 20mm를 두었는데, 그 형태가 어떻게 되는지 아래 미리 보기 그림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좌우 페이지 사이에 있는 음영이 있는 영역이 제본용 여백입니다. 여기서는 미리 보기로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20mm를 지정했지만, 대개는 5mm 정도로 두면 됩니다.

제본용 여백을 고려하여 편집을 하면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가 동일하지 않기에 초보 편집인의 경우 헷갈립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제본용 여백을 두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제 경우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별생각 없이 제본용 여백을 두지 않고 편집했는데, 완성된 책을 펼치면 가운데가 좀 빡빡해 보인다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읽는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나 페이지의 좌우 또는 상하로 그림을 꽉 채우고 싶은 분은 사방여백과 제본용 여백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기대와 달리 그림이 미세하게 잘리거나 책 가운데 접히는 부분에서 약간 가려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체

제목에 들어가는 서체는 디자인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됩니다. 여기서는 본문용 서체 위주로 설명합니다.

서체는 크게 명조계열과 고딕계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serif 서체와 san-serif 서체입니다. 붓글씨처럼 세세한 획이 있는 서체가 명조계열이고, 직선과 곡선 위주의 서체가 고딕계열입니다. 휴대폰 또는 컴퓨터에는 주로 고딕계열 서체를 기본으로 사용합니다. 이에 비해 책은 명조계열 서체를 본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제 책의 일부입니다.

본문 편집의 예

제목류의 글에는 고딕계열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림이나 표에도 고딕계열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림이나 표에 붙는 캡션(caption)에도 고딕계열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나머지 본문이라 할 수 있는 글에는 명조계열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주로 사용하는 고딕계열 서체로 본문을 작성하고 인쇄해 보면, 갑갑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글자 자체는 명확하게 표시되지만, 글자가 빡빡하기 때문에 긴 글을 읽을 때 쉽게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본문에는 주로 명조계열 서체를 사용합니다. 디자인적인 목적이 있지 않다면, 본문에는 명조계열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서체는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습니다. 무료로 공개되는 서체라고 아무런 언급 없이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리 사용한다는 등록을 해야 할 수 있고, 책의 경우 판권에 이를 사용한다고 명기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ISBN 발급을 포함한 판권 및 표지 디자인 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서체를 선택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화면으로 볼 때와 인쇄물로 볼 때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저도 잘 모르지만, 인쇄를 하면 화면에서 볼 때보다 조금 얇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워드 프로세서 또는 PDF로 만들어서 컴퓨터로 볼 때에는 선명해 보이고 읽기도 편한데, 최종 책으로 받아보면 글자가 얇아 어색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명조계열인 마루 부리 서체와 KoPubWorld 서체입니다.

마루 부리 서체와 KoPubWorld 서체

제가 책을 처음 쓸 때 사용한 서체는 상단에 있는 네이버에서 배포한 마루 부리 서체였습니다. 서체가 정갈하면서 읽기도 편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서체로 인쇄한 최종 책을 받아 보니, 화면에서 볼 때와는 달리 다소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이 서체는 화면용으로 디자인된 서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오탈자 교정본을 내면서 KoPubWorld 서체로 변경했습니다. KoPubWorld 서체는 화면으로 보면 다소 두껍워 보이지만, 인쇄물로 보면 적당한 수준이며, 많은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체입니다. KoPubWorld 서체는 한국출판인회의가 무료로 배포하는 서체로 한글 위주의 책에 사용할 수 있는 무난한 서체의 하나입니다. 참고: KoPub 서체 [나무위키]

두 서체를 비교해 보면 두께도 차이가 나지만, KoPubWorld 서체의 폭이 조금 더 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장평이라고 하는데, 장평이 크면 글자 밀집도가 떨어져서 술술 읽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글을 읽을 때는 글자 하나하나씩 보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 또는 몇 개의 단어를 한 번에 읽습니다. 그러니 단어 내에서 글자의 밀집도는 어느 정도 높고, 단어 간 간격은 충분한 서체가 글을 읽기에 편합니다.

서체 이야기가 조금 긴 이유는 편집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을 하기 전에 책 사이즈를 미리 결정해야 하듯, 본격적인 편집을 하기 전에 여백, 사용할 서체와 서체 크기 및 줄간격 등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편집 도중에 이를 변경하게 되면, 지금까지 했던 편집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 수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체(및 문단 스타일) 변경으로 본문의 길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면, 연관된 그림이나 표의 위치가 변할 수 있습니다. 보기 좋게 편집해 놓을 결과를 다시 수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실수 또는 재편집 작업을 줄일 수 있는 무난한 방법의 하나는 도서관에서 본인이 기대하는 형식으로 편집된 책을 여러 권 빌려 비슷하게 흉내 내어 보는  것입니다.

정리하며

본문 편집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여백과 서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책 사이즈 결정과 함께 이 두 가지는 본격적인 편집을 하기 전에 책의 목적에 맞춰 미리 결정해 두면, 편집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과 심력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표지 디자인과 판권 및 ISBN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어지는 글: 책 출판(출간) 방법과 경험담 #7 (표지 디자인, 판권 및 IS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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