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이동평균선은 투자에 있어 의미없는 지표일까?

오렌지사과키위 2024. 1. 9. 16:14

주의

이 글은 특정 투자 전략을 평가할 때 해당 투자 전략이 적용되었을 때만을 고려하는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 투자 전략은 설명의 편의를 위해 과최적화 된 것이므로 실제 투자에 있어 효용이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책에서의 기술적 지표의 소개와 평가

이동평균선은 여러 주식 투자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적 지표의 하나입니다. 단독으로 사용하기는 힘들어도 다른 재무적 또는 기술적 지표와 함께 사용하면 효용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지표를 이용한 투자 방법을 설명하는 책들은 각종 지표를 이용한 좋은 또는 나쁜 사례를 들기는 하지만, 검증은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술적 지표를 구하는 데 사용하는 대부분의 데이터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평가도 어렵지 않은 시대에는 걸맞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보면, 지표를 소개하는 저자들도 확신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퀀트 투자와 관련한 책들은 기술적 지표는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손에 잡히는 퀀트 투자 with 파이썬 (GIL's LAB), 실전 퀀트투자 (홍용찬), 메트릭 스튜디오 (문병로), 현명한 퀀트 주식투자 (이종진, 이우권, 뉴지스탁 알고리즘 리서치 팀) 등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동평균선의 착시

아래는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의 수정종가와 최근 120일간의 5일, 20일, 60일 이동평균선입니다. 이동평균 계산 기간은 많이들 사용하는 몇 가지 중에서 고른 것입니다.

 

 

이동평균선이 포함된 차트를 보면 착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위 차트에서 빨간색인 60일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보면, 9월 중순에 주식 가격이 하향 돌파할 때 매도하고, 11월 초에 상향 돌파할 때 매수해서 계속 보유하면 꽤 이익이 나는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매매를 해보거나 계산을 해보면 기대 이하의 수익률이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차트에서는 주가와 이동평균선의 교점에서 매매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이후에 매매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가가 크게 상승해서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면, 오늘 장중에 매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실제 장중 매매를 하는 분이 아니라면, 빠르면 장마감에 늦으면 다음날에 매매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니 눈으로 느끼는 매매가와 실매매가에 차이가 생깁니다.

 

두 번째는 차트를 볼 때 큰 수익을 거두거나 반대로 큰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에 눈이 먼저 가기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9월 초순과 중순에 6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다가 곧바로 하향 돌파하는 경우가 두 번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손실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만, 이를 눈여겨보고 직관적으로 손익에 반영하지 못합니다.

 

차트를 볼 때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착시에 대해서는 차트의 유혹 (오성주)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매매 성과의 예시

KODEX 200 ETF을 대상으로 이동평균선을 이용하여 대략 최근 21년간의 매매 결과를 평가하면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종가가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으면 그날 종가로 매수하고, 하향 돌파했으면 그날 종가로 매도하는 간단한 전략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종가가 이동평균선보다 위에 있는 경우에만 보유하는 전략입니다.

 

 

세로축은 비교의 편의를 위해 로그로 표시했습니다. 범례의 퍼센트 수치는 CAGR입니다. 세 가지 다른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매매 전략 모두 지속 보유하는 파란색 전략 대비 50 - 60% 수준의 낮은 투자 효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퀀트 투자와 관련한 책들은 이러한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동평균선은 투자에 있어 유용한 지표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매매 전략의 시장 참여율

책에서의 이러한 설명은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허점이 있습니다. 이는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매매 전략이 실제로는 하나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간단한 전략도 1. 주가가 이동평균선을 상회하면 보유하는 전략과 2. 주가가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면 보유하지 않는 전략 두 가지가 조합되어 있습니다.

 

시장에 조건부로 참여하는 매매 전략은 이런식으로 분해가 됩니다. 따라서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여유 자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 참여율을 고려하는 추가의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주식과 채권을 1 : 1 비중으로 주기적으로 리밸런싱 하는 전략을 평가할 때, 주식을 100% 비중으로 보유하는 전략과도 비교해야 하지만, 리밸런싱 하지 않고 초기 1 : 1 비중 설정 후 그대로 보유하는 전략과도 비교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각 전략의 평균 시장 참여율을 60%로 가정하고 다시 그린 그래프입니다. 5일, 20일, 60일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매매 전략의 평균 시장 참여율은 각기 약 56%, 59%, 61% 정도입니다.

 

 

여전히 매수 후 보유 전략에 비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간중간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경우가 있으니 형편없는 전략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동평균선 전략을 조합하면

주의: 이후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과최적화를 유발합니다. 전략의 조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결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세 가지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전략을 비교하였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세 가지 이동평균선으로 총 8가지 전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각각의 이동평균선을 상회 또는 하회할 때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조합에 대해 CAGR을 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맨 처음 줄인 5, 20, 60일선을 모두 하회하는 경우나, 맨 마지막 줄인 5, 20, 60일선을 모두 상회하는 경우에 보유하는 것이 수익률이 가장 높습니다. 그러니 이 두 가지 상황에서 보유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살을 붙인다면, 충분히 하락했다면 반등을 노리고 매수하거나, 강한 추세로 상승하고 있다면 따라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을 적용한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매수 후 지속 보유 전략에 비해 연 1.3% 정도 추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전략은 과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운용 시 이보다 낮은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 전략의 평균 시장 참여율이 58%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 효율이 낮은 전략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매매 전략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며

이 글에서는 기술적 지표를 이용한 매매 전략을 평가할 때 유의해야 하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출판된 상당수의 퀀트 투자 입문서들은 이러한 기술적 지표에 가장 간단한 경우를 상정하고 평가하여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정말 의미없는 지표인지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자료 (파이썬 코드)

아래는 이 글을 작성하면서 사용한 파이썬 코드를 설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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