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본인의 지식이나 경험을 정리한 글이나, 창작한 시 또는 그림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경험담 위주로 정리해 봅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출간이 가능합니다.
제 경우 대략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총 6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6개월간 6권이면 많이 쓴 듯 하지만, 사실 주된 책은 2권입니다. 그중에 한 권은 300페이지를 넘어가는 분량으로 얇지 않은 책이고, 나머지 한 권은 100페이지 정도입니다. 나머지 4권은 주된 두 권의 책에서 파생된 것으로 각각 50페이지를 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실제 쓴 책은 2권이라 보아도 크게 무리가 아닙니다.
책 출판 방법과 경험담에 대한 첫 번째 글로, 어떤 출판 방식이 있고 작가의 역할과 비용 부담을 소개합니다. 출판 방식에 대한 구분과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저마다 책을 쓰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인 책을 쓰고 싶은 분도 있고, 전문적인 책을 집필하는 분도 있습니다.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책도 있지만,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용도로 책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자의 목적에 따라 합리적이면서 경제적인 출판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작가 입장에서 바라본 대략적인 이야기이며, 일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책의 출판 과정
책이 만들어져서 독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 → 편집 → 인쇄 → 도매 유통 → 소매 유통
원고는 작가가 준비하는 글 또는 그림입니다. 편집은 원고를 책 형식으로 보기 좋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표지 디자인이나 삽화를 넣는 것도 포함합니다. 종이책이라면 인쇄 과정이 필요합니다. 도매 유통은 교보문고나 Yes24와 같은 서점에 완성된 납품하는 것을 말하고, 소매 유통은 개별 서점이 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고는 작가가 담당합니다. 소매 유통은 개별 서점이 담당합니다. 나머지 편집, 인쇄, 도매 유통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주도하느냐에 따라 출판 방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명확한 구분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기획 출판, 자비 출판, 자가 출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참여 주체로 보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가 → 출판사 → 서점
각 주체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지거나 누가 비용 부담을 하느냐에 따라 출판 방식이 달라집니다. 원고와 소매 유통은 이미 주체가 정해져 있으니, 편집, 인쇄, 도매 유통에 대해 작가가 담당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면, 이후 수익 정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획 출판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진열되어 있는 책은 기획 출판의 결과물입니다. 편집부터 도매 유통까지 출판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출판사는 오탈자를 확인하고 편집을 할 때 작가의 의견을 반영합니다.
출판사는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의 상업성을 먼저 따지게 됩니다. 책 한 권을 출판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적게 잡아도 1천만원 이상입니다. 그러니 100부도 팔리지 않을 원고로 책을 만들겠다고 하는 출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내 원고로 책을 만들면 충분히 팔릴 듯하다고 생각한다면, 출판사에 투고하여 기획 출판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출판사가 마케팅까지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판사는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운영하기에, 투고로 들어온 원고 중에서 상업성을 따져 순위를 매기게 됩니다.
그러니 기획 출판을 원한다면, 가능한 많은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이 작가 입장에서는 바람직합니다. 출판사에서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출판사의 인력 부족으로 후순위로 밀리거나, 출판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출간하고자 하는 책과 유사한 성격의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출판사를 골라 투고하고 기다리면 됩니다. 연락이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진행 상황을 한 번씩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자가 출판
기획 출판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자가 출판입니다. 출간과 관련한 모든 과정과 비용을 작가가 담당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담당한다고 해서 편집이나 인쇄도 작가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직접 편집을 해도 되지만, 외주로 줄 수도 있습니다. 지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출판사는 인쇄부터 도매 유통을 담당하게 됩니다. 인쇄만 하면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작가가 만들어서 출판사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출판사는 편집이 완료된 원고를 책으로 인쇄해서 소매 유통으로 보내게 됩니다.
자가 출판은 책이 얼마나 팔릴지 모를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그러니 출판사 입장에서도 미리 1,000부를 인쇄해 창고에 쌓아 놓을 수 없습니다. 인쇄 및 보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사용하는 방법이 POD(Publish on Demand; 주문형 출판)입니다. 독자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인쇄해서 제본하고 배송하는 것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를 하기에 오프라인 서점에 진열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으로만 주문이 가능합니다. 독자가 책을 받는데도 1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1부씩 인쇄하기에 인쇄 단가도 높아집니다.
자가 출판의 장점은 작가 입장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책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유통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문하면 그때 인쇄를 하고, 판매 매출에서 그때그때 비용 정산이 되니 작가나 출판사 모두 초기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가 출판 서비스도 출판사를 통해 진행합니다. 교보문고 퍼플과 부크크가 이 분야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제 경우 종이책은 모두 교보문고 퍼플을 통해 출간했습니다.
교보문고 퍼플은 교보문고를 통해서만 유통되며, 부크크는 교보문고, Yes24, 알라딘으로 유통할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퍼플은 유통 채널이 하나뿐이지만 인세율이 조금 더 높고, 책 단가 역시 부크크 대비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고, 캠핑에 대한 책을 하나 쓴다고 하겠습니다. 많이 팔리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다고 하겠습니다. 캠핑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교보문고 퍼플이 나을 것입니다. 캠핑의 즐거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본인의 캠핑장을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면, 유통 채널이 보다 많은 부크크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자비 출판
기획 출판과 자가 출판 사이에 자비 출판이 있습니다. 형식은 기획 출판과 동일한데, 비용을 출판사 대신 작가가 부담하는 것입니다. 책을 스스로 충분히 팔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기획 출판보다 자비 출판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한 만큼 인세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학원 강사라고 하겠습니다. 본인의 다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에 사용할 교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교재는 수업을 듣는 수강생에게 판매할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전에도 교재를 수강생들에게 판매했는데, 책으로 정식 출간한 셈이 됩니다. 인쇄소 대신 출판사에 맡겼기에, 서점에도 추가로 유통됩니다.
이 학원 강사는 판매량을 예상하여 한 번에 수백 부씩 인쇄할 것입니다. 자연히 권당 단가가 낮아집니다. 이미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했기에, 책을 한 권 팔 때마다 수익이 생깁니다.
정리하며
출판 방식의 특징과 대략적인 장단점을 알아보았습니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책 출간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충분히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기획 출판, 자가 출판, 자비 출판을 선택하는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내 책은 별로 팔리지 않을 듯 해. 얼마나 팔릴지 잘 모르겠어.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사용하고 싶어. → 자가 출판
- 내 책은 많이 팔릴 듯 해. 출판사에서도 관심이 있을 거야. → 기획 출판
- 내 책은 많이 팔릴 듯 해. 내가 직접 팔 수 있는 분량이 많아. → 자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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