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책 출판 방식으로 기획 출판, 자가 출판, 자비 출판이 무엇이고 각 방식의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출판 방식이 이 세 가지로 국한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판에 참여하는 주체의 역할과 비용 분담에 따라 얼마든지 세부적으로 더 나눌 수 있습니다. 작가는 본인이 출간하려고 하는 책의 성격을 고려해서 합리적이면서 경제적인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전 글: 책 출판(출간) 방법과 경험담 #1 (기획 출판, 자가 출판, 자비 출판의 차이)
이번 글에서는 책 매출을 출판 주체들이 어떻게 나누어 가지고, 작가 인세는 종이책의 경우 왜 고작 10%밖에 안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신성하고 고귀한 책에 경제적인 잣대를 대는 것이 불편한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기획 출판보다는 자가 출판이 적절한 분을 위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자가 출판을 염두에 둔 분이라면 책이 비록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본인의 생각과 경험 또는 작품을 정리하고 책으로 펴내고 나누는 과정 자체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용이 과도하면, 일부 여유가 있는 분이 아닌 한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책 출간에 필요한 비용과 작가가 받게 되는 인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참고: 작가 입장에서 바라본 대략적인 이야기이며, 일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책 매출의 분배
책 한 권이 판매되어 매출이 발생하면, 참여 주체인 작가, 출판사, 서점이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각 주체가 책을 만들어 유통하는데 들인 노력 또는 투자금에 비례해서 그 비율이 높아집니다. 이전 글에서 본 책이 출간되는 흐름과 참여 주체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 → 편집 → 인쇄 → 도매 유통 → 소매 유통
작가 → 출판사 → 서점
종이책의 경우 정가 기준 매출에서 대략적으로 작가가 10%, 출판사가 50%, 서점이 40%를 가져갑니다. 이 수치가 모든 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이 정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작가가 받는 10%가 인세입니다. 너무 작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십년이 넘게 축척한 생생한 경험을 정리해서 가치가 높은 책으로 만들었는데, 내 몫은 고작 책 값의 10%에 불과하다니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 살펴봅니다.
서점 몫 40%
책의 정가가 10,000원이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서점 몫 40%인 4,000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할 때 보면, 정가에서 10% 할인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개의 인터넷 서점은 5% 마일리지도 줍니다. 그러니 서점 몫은 40% - 15% = 25%인 2,500원으로 줄어듭니다.
예전에는 10,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이었지만, 요즘은 15,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10,000원짜리 책도 다른 책과 함께 주문하면 무료 배송이 가능합니다. 회원 등급에 따라 무료 배송 쿠폰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택배비를 3,000원으로 보면, 절반 정도는 무료 배송 해택을 받는 셈입니다. 1,500원 해당되는 15%가 추가로 줄어 서점 몫은 25% - 15% = 10%인 1,000원이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서점은 매달 무료 상품권을 뿌립니다. 대개의 서점은 매월 1,000원 또는 2,000원 정도의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무료 상품권을 줍니다. 이러한 이벤트를 매주 진행하는 서점도 있습니다. 모든 책 주문에 무료 상품권 혜택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평균적으로 500원 정도 혜택을 받는다면, 서점 몫은 5%가 줄어 10% - 5% = 5%만 남습니다. 500원입니다.
남은 500원으로 서점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유통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대개의 유통업은 매출이 많을 뿐이지, 마진은 작은 박리다매의 특성을 갖습니다.
출판사 몫 50%
출판사 몫 50%를 살펴봅니다. 10,000원짜리 책에 대해 5,000원이나 가져가니 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먼저 인쇄비를 빼야 합니다. 종이책의 경우 책 형식이나 인쇄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정가의 20%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출판사 몫은 20%가 줄은 50% - 20% = 30%가 되고, 권당 3,000원입니다.
책을 1,000권 팔았다고 하겠습니다. 출판사 몫은 10,000원 × 1,000권 × 30% = 300만원입니다. 이 300만원에서 편집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편집비에는 책의 편집이나 오탈자 교정 비용뿐 아니라, 표지 및 삽화 작성 비용도 포함됩니다. 책이 200페이지고, 페이지당 10,000원의 편집비가 들어간다면, 편집비만 200만원입니다. 출판사는 100만원이 남습니다.
출판사는 남은 100만원으로 편집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의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를 충당해야 합니다. 여기에 출판사에 책을 쌓아 둘 수 없기 때문에, 인쇄한 책은 도매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북센과 같은 도서 전문 물류 업체의 창고에 입고해야 합니다. 쿠팡의 물류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창고를 빌려 쓰는 개념이기에 자연히 비용이 발생합니다.
출판사는 홍보도 해야 합니다. 기자나 유튜버에게 책을 제공하고 리뷰를 부탁해야 하고, 인터넷 카페 같은 곳에서 리뷰 이벤트도 열어야 합니다. 책을 출간해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이 홍보가 책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도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선택한다면, 리뷰가 몇 건이라도 달려 있고, 평이 좋은 책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대개의 독자는 책을 읽더라도 리뷰를 남기지 않습니다. 상당수 리뷰는 출판사의 홍보로 생성되는 것입니다.
출판사가 지출해야 하는 이러한 비용을 고려하면 100만원은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그러니 정가 10,000원짜리 책을 1,000권 팔아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적자라도 면하면 다행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그리 많이 팔리지 않습니다. 1,000부 이하로 팔리는 책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럼에도 출판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간혹 대박이 터지기 때문입니다. 책 판매량이 일정 이상으로 늘어나면, 고정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급증합니다. 이 수익이 있기에, 손실이 날 수 있는 책도 출간이 가능한 것입니다.
저자 몫 10%
이제 서점과 출판사가 무리하게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남은 저자의 몫은 10%입니다.
본인의 책이 얼마나 팔릴까요? 책마다 편차가 심하겠지만, 전문 작가가 아닌 이상 1,000부 정도가 판매된다면, 많이 팔린 것입니다. 1,000부 정도 팔린다면, 인세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있습니다. 10,000원 × 1,000권 × 10% = 100만원입니다. 2,000부가 팔리면 200만원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전문 작가가 아니면서, 큰 수익을 기대하며 책을 출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 보다는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삶의 즐거움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10,000부 이상 팔리는 책은 흔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낸 제 책 두 권의 지난 3월까지의 종이책 판매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출간 책 판매량 (2024년 12월 ~ 2025년 3월)
일자 \ 책 | 투자와 통계 | 커버드콜 |
2025년 1월 | 13 | 7 |
2025년 2월 | 13 | 6 |
2025년 3월 | 5 | 9 |
합계 | 26 | 13 |
두 책은 모두 투자 관련 전문 서적입니다. 두 권 모두 투자 분야 내에서도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기에 독자층이 그리 넓지도 않습니다. 또한 책 내용 대부분은 제 블로그에 연재로 이미 공개한 콘텐츠입니다. 여기에 판매량의 절반은 제가 소유하거나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매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 달에 10권도 채 팔리지 않은 셈입니다. (전자책을 포함하면 조금 더 늘어납니다.)
대중적인 책을 쓰는 분이라면 판매량이 어느 정도 될 수 있겠지만, 기획 출판이 아닌 자가 출판에 적합한 책을 출간하면서 많은 인세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교보문고 퍼플을 통해 출간한 두 책은 자가 출판이기에 인세율이 20%로 일반적인 10%보다 높습니다. 이는 편집도 작가가 담당하는 것이기에, 편집비가 고려된 인세로 볼 수 있습니다. 인세 10% + 편집비 10%라고 보면 됩니다.
정리하며
책 매출은 작가, 출판사, 서점이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중에서 작가 몫이 인세입니다. 종이책의 인세는 일반적으로 10% 정도입니다. 국내 책 시장의 경쟁과 낮은 책 정가를 고려하면 작가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경쟁력이 높은 책을 쓸 수 있어 기획 출판을 하거나 자비 출판을 하는 분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 자가 출판으로 책을 출간하면서 높은 인세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책을 출간하는 과정과 출간된 책을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현실적입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자가 출판에서 작가가 담당해야 하는 원고와 편집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이어지는 글: 책 출판(출간) 방법과 경험담 #3 (원고와 오탈자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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