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 성과 비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똑같다 또는 유사하다는 개념을 살펴봅니다. 투자에서 유사성은 투자할 자산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주된 기준의 하나입니다. 충분히 유사하다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되고, 충분히 다르다면 우위에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똑같다는 개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투자에서 통계적 관점만으로는 유사한지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움을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똑같다는 것은 무엇일까?
똑같다는 개념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이 항상 동일하다면, 두 자산은 똑같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VOO의 수익률은 운용 수수료나 당일 매매 경향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있지만, 단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SPY와 VOO의 누적 수익률을 그린 그래프입니다.
SPY와 VOO의 모든 임의의 투자 가능 시점에서 임의의 투자 기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모두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SPY와 VOO 중에서 어떤 자산을 선택하든 동일한 또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성과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니 SPY와 VOO는 똑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 이렇게 오랜 기간 동일한 수익률을 보이는 경우 통계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점의 누적 수익률이 일치하니 수익률의 확률 분포도 같을 것입니다. 1년(252거래일) 수익률 분포를 그래프로 그려봅니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거의 완벽하게 겹칩니다. 수익률 분포도 동일합니다.
수익률 분포가 동일하면 같은 것일까?
모든 시점에서 누적 수익률이 일치하면 확실하게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익률 분포가 일치하면 동일한 것일까요?
다음은 SPY 일일 수익률을 순서를 바꿔 그린 다섯개의 그래프입니다.
SPY의 일일 수익률 순서를 임의로 재배치했지만 최종 수익률은 동일합니다. 재배치만 했기에 일일 수익률 분포는 동일합니다. 일일 수익률 분포가 동일하고, 최종 수익률도 동일하니 같은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왠지 아닌 듯 합니다. 그래프를 보면 동일하다고 보기에는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임의 시점에 임의 기간 동안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수익률 분포는 각각의 수익률이 독립이라고 가정하고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현실 자산의 단위 기간 수익률은 독립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률 분포가 동일한 두 동전은 동일한 것일까?
단순한 상황을 가정하여 똑같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해 봅니다. 나주사씨가 공평한(fair; unbiased) 동전 하나를 던집니다. 앞면이 나왔는지 뒷면이 나왔는지 친구 A와 B에게 각각 동일하게 알려줍니다. 친구 A와 B는 각자 앞면이면 주가 그래프에서 지수로 1% 상승한 위치에 점을 찍고, 뒷면이면 지수로 -1% 하락한 위치에 점을 찍습니다.
참고: 이전 주가 대비 1.01¹ 또는 1.01⁻¹ 위치입니다. 상승은 1%, 하락은 약 -0.99%에 해당됩니다. 1.01¹ × 1.01⁻¹ = 1.01⁰ = 1이기에 충분히 오래 반복 시행하면 장기 수익률은 0%가 됩니다.
이렇게 10,000번의 동전을 던져 그린 두 그래프를 비교하면 완전히 일치할 것입니다. 앞에서 본 SPY와 VOO의 관계와 같습니다. SPY와 VOO는 S&P 500 지수라는 동전을 던진 결과를 받아 적은 두 개의 그래프라 볼 수 있습니다. 친구 C에게 두 그래프를 보여주고 같은 동전으로 만든 결과인지 물어보면 분명히 같은 동전이라 말할 것입니다.
나주씨가 동전을 하나 더 꺼냅니다. 첫 번째 동전을 던진 결과는 친구 A에게 알려주고, 두 번째 동전을 던진 결과는 친구 B에게 알려줍니다. 두 그래프를 비교하는 친구 C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위의 그래프는 5개의 동전을 던져 그린 결과입니다. 총 10,000회 시행했으니 1회를 1거래일로 가정하면, 대략 10,000 / 250 = 40년치 투자 성과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입니다. 오렌지색 선은 최종 2² 정도이니 자산이 4배로 불어난 경우입니다. 보라색 선은 최종 2⁻² 정도이니 1 / 4 토막이 난 경우입니다.
친구 C에게 그래프를 보여주면 5개의 동전은 모두 다르다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각각의 그래프를 그리는데 사용한 동전은 다릅니다. 하지만 5개 동전 모두 50% 확률로 앞면이 나오는 공평한 동전입니다.
이 그래프를 그린 각각의 동전이 앞면이 나왔던 누적 확률을 그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왼쪽은 10,000회 시행 결과입니다. 오른쪽은 [45%, 55%] 구간을 확대한 것입니다. 기대값인 50%로 수렴하는 큰 수의 법칙 현상이 나타납니다.
100,000회로 늘려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행 횟수를 늘리면 왼쪽 그래프와 같이 주가 그래프의 차이가 더 커집니다. 앞에서는 2²과 2⁻² 정도의 차이였지만, 이제 2⁹과 2⁻⁶으로 그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와 달리 앞면이 나온 누적 확률은 좀 더 50%에 가까워졌습니다.
앞면이 나온 확률로는 5개의 동전이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가 그래프로는 유사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차이가 더 커 보이는 것입니다. 통계적 분석만으로 그래프는 달라 보이지만, 5개의 동전은 모두 동일하다고 판별할 수 있을까요? 오른쪽 그래프를 근거로 왼쪽 그래프의 5개 동전은 동일하다고 판별해도 될까요?
정리하며
투자에서 두 자산의 누적 수익률 그래프를 그렸을 때, 두 선이 완전히 일치하거나 거의 일치하면 두 자산은 동일하다고 판별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얼마나 오래 투자하느냐에 관계없이 두 자산의 수익률은 같았기 때문입니다. 참고: 과거 데이터로만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동일한 자산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경우라도 누적 수익률 그래프로는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면이 나올 확률이 동일한 동전 두 개를 10,000회(약 40년)씩 던져 그래프로 그려도, 동일하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투자자가 100,000회(약 400년) 던진 결과로 확연히 수익률이 높았던 동전을 골라 투자를 시작한다면, 그 때부터의 기대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동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까요? 다른 동전과 동일하게 기대 수익률은 0%입니다. 5개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로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도서:
이어지는 글: [중급 31] 장기 경향이 비슷하면서 수익률 차이가 난다면 다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정말 동일하다고 판별할 수 있을까?)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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