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불확실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저도 제가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변수 x가 있을 때, x가 항상 특정 수치라면 x에는 불확실성이 없습니다. x가 가질 수 있는 값이 여럿이고 확률 분포로 표현해야 한다면, x는 불확실합니다. 지난 글: [중급 26] 불확실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투자에서 정보에 대한 통계학적 시각 1
불확실성이란 무엇이지 다시 정리해 보고, 모른다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
결승전에서 맞붙은 야옹이즈와 뱀뱀즈가 맞붙었습니다. 야옹이즈가 뱀뱀즈의 완전한 천적이라서 항상 이긴다면, 야옹이즈 우승이라는 변수는 [우승 × 100%, 준우승 × 0%]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항상 우승이라는 특정값이 발생하니 확실합니다. 절반의 확률로 이긴다면 [우승 × 50%, 준우승 × 50%]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값이 아닌 여러 값의 확률 분포로 표현되니 불확실합니다.
불확실성은 정도의 개념입니다. [우승 × 100%, 준우승 × 0%]은 불확실성이 가장 낮은 즉 확실한 경우이고, [우승 × 70%, 준우승 × 30%]은 조금 불확실한 상황이며, [우승 × 50%, 준우승 × 50%]는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상태입니다. 불확실성을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는 섀넌의 정보 엔트로피입니다.
정보 엔트로피는 확률 분포 그 자체만 고려합니다. 값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산 A의 1년 수익률 분포가 [-10% × 50%, 10% × 50%]이고, 자산 B의 1년 수익률 분포는 [-20% × 50%, 20% × 50%]라면, 두 경우 모두 반반의 확률로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동일한 불확실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10% × 50%, 20% × 50%]와 같이 항상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불확실성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산 A보다는 자산 B의 불확실성이 더 높다고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1년 투자 수익률(또는 자산 평가액)이 가질 수 있는 간격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은 연속적이며 값 자체가 의미를 가집니다. 3% 예금과 4% 예금은 모두 100% 확률로 수익이 생기는 고정 금리를 줍니다. 둘 다 수익률에 불확실성이 없는 자산이지만, 투자자에게는 4% 예금이 3% 예금보다 높은 가치를 가집니다.
불확실성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지만, 투자에서 변동성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표준 편차는 변동성을 계산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불확실성이 동일한 자산 A와 B의 표준 편차는 10%와 20%입니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자산 B는 자산 A보다 2배의 변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에서는 이 변동성을 불확실성으로 간주해도 대개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독립 변수(여기서는 자산 A와 B의 수익률)의 불확실성(투자라면 변동성)이 증가 또는 감소하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자산 간의 관계와 포트폴리오의 구성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참고:[초급 15] 혼합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표준 편차의 범위는? (삼각형을 그려보자!)
자산 A와 B의 수익률이 완벽한 1의 선형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반반씩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분포는 [-15% × 50%, 15% × 50%]가 됩니다. 포트폴리오의 표준 편차는 15%로 자산 A와 B 표준 편차의 산술 평균이 됩니다.
자산 A와 B의 수익률이 완벽한 -1의 선형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반반씩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분포는 [-5% × 50%, 5% × 50%]가 됩니다. 포트폴리오의 표준 편차는 5%로 개별 자산의 표준 편차보다 낮아집니다.
투자에서 분산 투자할 각 자산의 불확실성(변동성)은 포트폴리오의 불확실성과 관계는 있지만, 항상 선형 관계는 아닐 수 있습니다.
빵집을 연 한식방씨
불확실성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 이제 모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제빵 전문가 한식방씨는 한국 제빵 업계의 거장 제빵왕 김당구씨에게 20년간 제빵 기술을 배웠습니다. 한식방씨는 지금까지 아껴서 모아 둔 돈과 퇴직금으로 식빵을 전문으로 하는 빵집을 열었습니다. 참고: 100억원짜리 기업을 1조원으로 만드는 법 (자사주 매입과 시가총액, 그리고 제빵 오형제)
한식방씨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식빵은 최대 4개입니다. 1개를 만들 수도 있고, 3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식방씨가 결정할 수 있는 변수입니다. 참고: 하루 식빵 4개가 적다고 생각한다면, 40개 또는 400개로 생각해도 됩니다. 4개는 설명과 계산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작은 숫자일 뿐입니다.
식빵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비 등으로 1,000원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식빵 하나의 판매 가격은 2,000원입니다. 식빵 하나를 팔면 1,000원씩 남는 것입니다. 참고: 단순화하기 위해 매장 임대료 등 다른 비용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한식방씨는 식빵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 개당 판매 가격과 이윤을 알고 있습니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식빵의 최대 개수도 알고 있습니다. 당일 판매할 식빵을 만들기 위해서 한식빵씨는 새벽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합니다. 당일 판매하지 못한 식빵은 모두 기부한다고 하겠습니다.
한식방씨는 하루에 몇 개의 식빵을 준비해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루에 몇 개 팔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2개를 만들어서 1개가 팔리면, 비용 1,000원 × 2개 - 2,000원 × 1개 = 2,000원 - 2,000원 = 0원으로 본전입니다. 2개가 모두 팔리면 2,000원을 법니다. 하나도 안 팔리면, -2,000원 손실을 봅니다.
모든 가능한 조합에 대해 이윤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 만든 식빵 수 \ 식빵 판매 수 | 0개 | 1개 | 2개 | 3개 | 4개 |
| 0개 | 0원 | 0원 | |||
| 1개 | -1,000원 | 1,000원 | |||
| 2개 | -2,000원 | 0원 | 2,000원 | ||
| 3개 | -3,000원 | -1,000원 | 1,000원 | 3,000원 | |
| 4개 | -4,000원 | -2,000원 | 0원 | 2,000원 | 4,000원 |
표에서 한식방씨가 원하는 조합은 적어도 본전은 되는 0원 이상인 경우입니다. 그중에서 4개를 만들어서 4개 모두 판매하는 것이 이윤이 가장 높습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한식방씨의 만들 식빵 수)
식빵을 몇 개나 만들지는 한식방씨가 결정할 수 있지만, 판매될 식빵 수는 결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각종 홍보나 행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고 단순하게 가정합니다.
식방 판매 수는 식빵 주문 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식빵 판매 수는 min(만든 식빵 수, 식빵 주문 수)입니다. 매일 식빵 주문 수가 동일하며, 한식방씨가 미리 알 수 없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참고: 모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한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매일 식빵 주문 수가 동일하다면, 첫날 최대치인 4개를 만들어서 하루만 판매해 보면 됩니다. 현실에서는 전일 식빵 주문 수와 당일 식빵 주문 수에 상관성이 있기에, 지난 식빵 주문 추이를 보면 앞으로의 주문 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식방씨는 식빵 주문 수를 알 수 없으니 몇 개의 식빵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하나도 만들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식방씨는 이 문제를 이대로는 풀 수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식빵 주문 수를 가정해야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0개 주문부터 4개 주문까지 발생할 확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는 정보 엔트로피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상태입니다. 참고: 주문 수는 연속 관계가 있습니다. 1개 주문은 3개 주문보다 2개 주문에 더 가깝습니다. 좀 더 면밀하게 모델링한다면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0개 × 20%, 1개 × 20%, 2개 × 20%, 3개 × 20%, 4개 × 20%]와 같이 확률 분포로 표현하기에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야옹이즈 우승 확률과는 달리 이 문제에서의 식빵 주문 수는 항상 고정된 값입니다. 해당 지역의 일일 식빵 수요라고 보면 됩니다. 한식방씨가 아직 모를 뿐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한식빵씨는 0개 ~ 4개 주문 중에 하나일 거라 가정하고, 각각이 참일 확률은 모두 동일하다 본 것입니다.
식빵을 k개 만들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판매 사건은 0개 판매부터 k개 판매입니다. 주문 수는 동일한 확률로 발생한다고 가정했지만, 판매량은 연속적인 대소 관계가 있기에 확률 분포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3개를 만들면, 0개, 1개, 2개 판매 확률은 모두 20%이지만, 3개 판매 확률은 40%입니다. 3개 주문 (20%) 또는 4개 주문(20%)에 대해서 모두 3개를 팔게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 여기서는 최대로 만들 수 있는 4개 주문까지 가정했지만, 5개 또는 6개 주문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모델링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이익의 기대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 만든 식빵 수 \ 판매 식빵 수 | 0개 | 1개 | 2개 | 3개 | 4개 | 이익 기대값 |
| 0개 | 0원 (100%) | 0원 | ||||
| 1개 | -1,000원 (20%) | 1,000원 (80%) | 600원 | |||
| 2개 | -2,000원 (20%) | 0원 (20%) | 2,000원 (60%) | 800원 | ||
| 3개 | -3,000원 (20%) | -1,000원 (20%) | 1,000원 (20%) | 3,000원 (40%) | 600원 | |
| 4개 | -4,000원 (20%) | -2,000원 (20%) | 0원 (20%) | 2,000원 (20%) | 4,000원 (20%) | 0원 |
한식방씨는 2개의 식빵을 만들었을 때 이익 기대값이 800원으로 최대가 됩니다. 한식방씨의 최적화 목표는 이익 기대값의 최대화이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만일 최적화 목표가 다르다면 만들어야 하는 적절한 식빵 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대 손실이 -1,000원을 넘지 않으면서 이익 기대값을 최대화하고자 한다면, 1개의 식빵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리하며
모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투자 결정과 같은 현실의 문제 풀이에서는 순수하게 모르는 상태의 변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말 모르는 상태라면 해당 변수를 고려한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해서 은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국가의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여 시장 지수도 높아질 거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ETF 장기 수익률이 어떻게 될지 명확한 수치를 이용한 확률 분포로 나타내지는 않고 투자하지만, 아마도 그 기대값이 충분히 높고,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거라 짐작하기에 선택한 것입니다. 한식방씨가 왜 퇴직금까지 털어 빵집을 열었을까요? 얼마일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익이 날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한식방씨가 하루에 만들 식빵의 수를 결정하는 문제에도 값을 알지 못하는 식빵 주문 수라는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이 변수를 어떻게든 가정하지 않으면 한식방씨는 몇 개의 식빵을 만들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 합리적인 또는 합리적일 거라 기대할 수 있는 어떤 확률 분포를 가정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0개 ~ 4개 주문이 동일한 확률 20%로 발생할 거라 가정하고 풀이해 보았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지난 연재에서 엇비슷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날지도 모릅니다. 나주사씨 친구들이 숨겨진 주사위가 몇 면인지 추정하는 과정에서 5면, 6면, 7면 주사위일 사전 확률(prior probability)을 1 / 3으로 동일하게 가정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해당 문제도 사전 확률이 정의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참고 도서:
이어지는 글: [중급 28]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식방씨는 어느 지역에 빵집을 열어야 할까?) 투자에서 정보에 대한 통계학적 시각 3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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