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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JEPI/JEPQ를 사면 안되는 이유 (해외 상장 인컴 ETF의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오렌지사과키위 2024. 4. 2. 15:32

갑돌이는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자한 파슬리(PASLY)의 실질 세율이 45%에 달한다는 아들 철수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이야기: 원금 찾는데 세금을 내라고? (해외 상장 고배당 인컴 ETF)

증권사 직원의 말도 안 되는 권유에 화가 났지만, 냉정하게 다른 투자 대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서적도 읽고, 유튜브도 시청하고, 여러 증권사를 돌아다니며 상담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파슬리와 비슷한 상품을 권하기에 실망하고 있었는데, 어느 증권사에서,

  • (영업사원) 왕발: 그러니까 고객님께서는 파슬리에 투자할까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갑돌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네. 파슬리가 배당을 많이 준다고 하더군요. 생활비 마련에 적합할 듯해서요.
  • 왕발: 아이고 고객님. 이거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겉으로는 배당을 많이 주는 것처럼 보여도, 배당소득세가 엄청 나갑니다. 거의 절반이 세금입니다.
  • 왕발: 상식적으로 주가가 연 10% 정도 상승하는데, 배당을 연 30% 준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 갑돌이: (속으로 제대로 된 증권사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그럼 저에게는 어떤 상품이 좋을까요?
  • 왕발: 케피(KEPI)라는 ETF가 있습니다. 이 상품은 최대한 원금을 유지하면서 배당을 많이 주는 상품입니다. 지난 5년간 주가가 연 10% 정도 상승했고, 배당률도 연 10% 정도입니다.
  • 왕발: (주가 그래프를 보여주며) 장기 우상향은 아니지만, 주가가 안정적인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고배당이지만, 수익률 수준으로 배당하기에 실효 세율은 15%입니다.
  • 왕발: 케피TR(KEPITR)이라는 상품도 동일하게 연 10% 정도 수익률이 발생하지만, 현금을 만들기 위해 매도를 하면 양도소득세로 22%를 내야 합니다. 케피의 배당소득세율 15%보다 높습니다. 매달 매도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이듬해에 국세청에 신고도 해야 합니다.  
  • 갑돌이: (속으로 기뻐하며) 오. 그렇다면 케피 이게 좋아 보이네요. 왠지 이름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1억원을 케피에 투자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상담을 마치고, 케피를 매수한 갑돌이는 주말에 철수를 만나면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철수는 뭐라고 할까요? 해외 상장 인컴 ETF의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비교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예시는 단순한 가정하에서의 추정일 뿐입니다. 가정과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합리적인 사례를 들려고 하였으나,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각종 절세 방식과 결합될 때 최종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갑돌이와 철수의 대화

주말이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막걸리를 한 잔 하면서, 갑돌이는 철수에게 증권사 계좌를 슬쩍 보여줍니다.

  • 철수: 어? 아버지, 파슬리 파셨어요? 잘하셨어요.
  • 갑돌이: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네 말이 맞더라고, 그래서 모두 팔았어.
  • 철수: 파슬리를 팔고 채권 ETF에 5천만원 투자하셨네요. 응? 케피? 이건 뭔가요?
  • 갑돌이: (에헴!) 내가 연구 좀 했지. 케피는 파슬리와는 달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배당금을 주는 해외 상장 인컴 ETF야. 연 10% 정도 수익률이 생기는데, 그 수익으로 배당금으로 지급하지.
  • 갑돌이: 그러니까 원금은 줄어들지 않고, 배당금에 대해 배당소득세 15%만 내면 되는 거야. 케피에 1억원을 투자했으니, 1천만원 배당금이 나올 거고, 나는 150만원 배당소득세만 내면 돼.
  • 갑돌이: 케피TR이라는 ETF도 있는데, 이건 팔아야 현금이 생겨. 그럼 양도소득세로 22% 그러니까 220만원을 내야 하지. 그러니 케피가 케피TR보다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한 상품이지.
  • 철수: 아버지. 케피TR로 하시면 세금이 더 싸요.
  • 갑돌이: 아. 공제 250만원 말하는 거구나. 그걸 고려해도 750만원에 대해 22%면 165만원이야. 케피의 150만원보다 많지. 매달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다음 해 양도소득세 신고도 해야 돼.
  • 철수: 아버지 그게 아니라요. 케피TR의 첫 해 세금은 165만원이 아니라 22만원이예요. 두 번째 해는 38만원이고요. 12년차까지는 배당소득세보다 적게 나와요.
  • 철수: 거기다 250만원 공제까지 생각하면 28년간은 양도소득세가 더 적게 나와요. 
  • 갑돌이: 뭐라고???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철수는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의 과세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배당소득세는 배당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갑돌이가 케피로 1천만원 배당금을 받으면, 배당소득은 1천만원입니다. 그러니, 1천만원 × 15% = 150만원의 배당소득세가 발생합니다.

양도소득세는 양도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갑돌이가 1억원치 매수한 케피TR이 1.1억원으로 10% 올랐을 때, 1천만원치를 매도하면, 1천만원의 수익이 생깁니다. 1천만원은 양도소득이 아닙니다.

양도소득은 매도가와 매수가의 차액입니다. 매도가가 매수가보다 더 높은 경우입니다. 갑돌이가 케피TR이 1만원이었을 때 1만주를 매수했다면, 1억원치를 매수한 셈입니다. 케피TR이 10% 오르면, 케피TR의 주가는 1.1만원이 됩니다.

1천만원의 현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략 909주를 팔면 됩니다. 1.1만원 × 909주 = 999.9만원의 현금이 생깁니다. 케피TR이 1만원일 때 매수했으니, 매수금액은 1만원 × 909주 = 909만원입니다. 매도금액은 999.9만원이니, 양도소득은 999.9만원 - 909만원 = 90.9만원입니다.

90.9만원에 대해 양도소득세율 22%를 적용하면, 20만원의 양도소득세가 나옵니다. 양도소득 공제까지 고려하면, 양도소득이 90.9만원으로 250만원이 되지 않기에,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음 해는 어떻게 될까요?

케피TR은 다시 10% 오를 것입니다. 주당 1.21만원이 됩니다. 갑돌이는 1천만원을 만들기 위해 826주를 팔아야 합니다. 826주를 팔면 1.21만원 × 826주 = 999.4만원의 현금이 생깁니다. 매수금액은 1만원 × 826주 = 826만원입니다. 매도금액은 999.4만원이니, 양도소득은 999.4만원 - 826만원 = 173.4만원입니다.

173.4만원에 대해 양도소득세율 22%를 적용하면, 38만원의 양도소득세가 나옵니다. 양도소득 공제까지 고려하면, 양도소득이 250만원이 되지 않기에,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언제쯤 배당소득세가 유리해질까?

갑돌이가 1억원을 케피 또는 케피TR에 투자했다고 하겠습니다. 케피와 케피TR은 모두 연 10%씩 상승합니다. 갑돌이는 매년 1천만원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물가상승률 및 각종 수수료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케피에 투자한 경우 케피의 평가액이 1억원에서 1.1억원이 되면, 배당금 1천만원을 지급한다고 하겠습니다. 케피의 평가액은 다시 1억원이 됩니다. 매년 1천만원의 배당금에 대해 15%인 150만원씩 배당소득세를 냅니다.

케피TR에 투자한 경우, 케피TR의 평가액이 1억원에서 1.1억원이 되면, 1천만원치를 매도한다고 하겠습니다. 케피TR의 평가액도 다시 1억원이 됩니다.

케피TR의 주가가 1만원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주당 1만원이니 처음에 1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매도 직전에는 10% 상승한 상황이니 주당 1.1만원, 다음해에는 다시 10% 상승하여 주당 1.21만원이 될 것입니다.

주당 매수 금액은 항상 1만원입니다. 주당 매도 금액만 연 10%씩 복리로 증가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쓰면 t번째 해에는 아래와 같이 양도소득이 발생합니다. 단위는 만원입니다. 앞의 항이 주당 양도소득이고, 뒤의 항이 매도 수량입니다.

$$ (1.1^{t} - 1) \times \frac{1000}{1.1^{t}} $$

양도소득세는 위의 수식에서 22%를 곱하면 됩니다.

매년 내는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양도소득세에 공제가 없고, 배당소득세처럼 매도 시 원천징수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2년 정도가 지나야 양도소득세가 배당소득세와 비슷해집니다. 갑돌이가 60세에 은퇴를 했다면, 대략 72세가 되는 해입니다.

양도소득세가 적게 부과되면 손에 쥐는 세후 금액은 늘어납니다. 그러니 갑돌이는 초기에 조금 적은 주수를 매도해도 동일한 현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재투자 효과를 내게 됩니다.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의 누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갑돌이 나이가 90세에 가까워져야, 그때까지 낸 배당소득세의 합과 양도소득세의 합이 비슷해집니다. 결과적으로 갑돌이는 양도소득세가 배당소득세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조건까지 고려한다면

여기서는 배당소득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가정하였습니다. 물가상승률과 양도소득세의 공제 효과를 고려하면 양도소득세가 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올해 150만원의 배당소득세는 12년 뒤의 양도소득세 150만원과 가치가 다릅니다. 물가상승률을 연 3% 정도로 가정한다면, 12년 뒤의 150만원은 105만원의 현재 가치를 가집니다. 그러니 30년간 동일한 세금을 내더라도, 초기에 적게 내고 후기에 많이 내는 양도소득세가 유리합니다.

250만원의 양도소득세 공제를 고려하면 양도소득세는 최대 250만원 × 22% = 55만원이 줄어듭니다. 아래와 같이 갑돌이가 88세가 될 때까지 양도소득세가 더 적어지게 됩니다.

누적 세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도소득세에 공제가 적용되면, 갑돌이의 30년간 총 35% 적은 세금을 내게 됩니다.

참고: 갑돌이가 90세가 되는 시점에 케피TR을 모두 매도한다면, 이때에는 상당한 양도소득세가 일시에 부과됩니다. 연 10%씩 오른다면, 30년 뒤에는 17.4배가 됩니다. 1억원의 94%가 양도소득이 되기에, 2,019만원 정도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하면, 현재 가치로 832만원 정도가 됩니다. 반대로 케피는 처음과 동일한 주가이기에 양도소득세가 없습니다. 케피TR의 양도소득세 22%는 꾸준히 과세이연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해외 상장 인컴 ETF는 한국인의 경우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이들 상품에 투자할 경우에는 세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동일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고배당 상품과 저배당 상품이 모두 있는 경우, 고배당을 주는 상품은 장기 재투자용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수익을 정산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다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활비를 위한 현금 흐름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러한 상품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당소득세율이 양도소득세율보다 낮아, 얼핏 보기에는 고배당을 주는 JEPI/JEPQ와 같은 상품이 편리하면서 유용해 보입니다.

하지만,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하는 것입니다. 큰 금액을 투자한 후 조금씩 매도하면, 초기에는 양도소득세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20%의 이상의 양도소득세율은 초기에 투자한 상품이 10배 이상으로 오른 후에야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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