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ETF 편입 비중은 어떻게 결정되나? (자사주 빵빵을 편입할 수 없다고? 시가총액과 유동시가총액)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29. 14:47

민수네 팀은 제빵 업계 종목을 편입하는 빵빵 ETF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빵빵 ETF는 빵빵 지수를 추종하는 시총가중 패시브(passive) ETF입니다. 시총가중 지수는 시총(시가총액)에 비례하여 종목의 편입 비중을 결정합니다.

시총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포함하면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편입 대상인 5개 제빵 기업은 1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고, 매출은 100억원, 순이익은 10억원으로 동일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입니다.

배당 빵빵은 100만주를 발행했고, 주가는 1만원입니다. 자사주 빵빵도 100만주를 발행했지만, 순이익으로 계속 자사주 매입을 했기에 현재는 90만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10만원입니다. 참고: 지난 글에서는 자사주 빵빵의 자사주 비중을 99%로 가정하고 설명하였습니다.

자사주를 시총 계산에 포함하면, 배당 빵빵은 100억원, 자사주 빵빵은 1,000억원이 됩니다. 규모가 비슷한 기업의 시총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사주는 시총 계산 시 제외해야 합니다. 지난 이야기: 100억원짜리 기업을 1조원으로 만드는 법 (자사주 매입과 시가총액, 그리고 제빵 오형제)

자사주를 제외하고 시총을 계산하면 5개 제빵 기업 모두 100억원이 됩니다.

민수가 주식을 매수하는 팀에 요청합니다. 빵빵 ETF를 총 100억원으로 설정하려고 하니, 배당 빵빵과 자사주 빵빵을 10억원치씩 매수해 달라고 합니다.

며칠 뒤, 주식 매수팀에서 전화가 옵니다. "팀장님, 배당 빵빵은 10억원치 매수했는데, 자사주 빵빵은 1억원치밖에 매수하지 못했습니다. 매물이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시총가중으로 ETF를 설정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주의: 이 글에서는 계산 방식에 따른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과장된 예를 사용하였습니다. 여기서는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지수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다른 기관이 개발한 지수는 설명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당 빵빵과 자사주 빵빵의 주요 주주와 지분

배당 빵빵과 자사주 빵빵은 제빵왕 김당구씨의 자녀인 첫째 동국과 막내 철이 운영합니다. 초기 자본금 100억원을 마련할 때, 김당구씨와 배우자 이수영씨 그리고 경영자가 될 자녀들이 출자했습니다.

배당 빵빵은 김당구씨 2%, 이수영씨 2%, 경영자 동국이 5% 지분을 가지고 시작했고, 자사주 빵빵은 김당구씨 2%, 이수영씨 2%, 경영자 철이 5% 지분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91%는 기업 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로 투자자를 모집해서 자본금을 마련했습니다.

배당 빵빵은 기업 이익을 모두 배당해 왔습니다. 김당구씨, 이수영씨, 동국은 배당금으로 부동산이나 제분 기업 등 다른 자산에 투자했습니다. 현재 김당구씨 가족의 지분 현황은 회사가 설립될 때와 동일하게 2%, 2%, 5%입니다.

자사주 빵빵은 기업 이익으로 자사주를 매수해 왔습니다. 김당구씨, 이수영씨, 철은 주식을 팔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2만주, 2만주, 5만주씩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율로는 20%, 20%, 50%입니다.

100억원으로 빵빵 ETF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배당 빵빵과 자사주 빵빵 주식을 각각 10억원치씩 매수해야 합니다.

배당 빵빵은 김당구씨 가족이 9%인 9억원치를, 그 외 투자자들이 91%인 91억원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당구씨 가족은 주식을 팔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 투자자들에게서 10억원치를 매수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자사주 빵빵은 김당구씨 가족이 90%인 90억원치를, 그 외 투자자들이 10%인 10억원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외 투자자들 중에서 일부는 팔겠지만, 팔지 않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사주 빵빵 주식을 10억원치 매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유동시가총액

빵빵 ETF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지수를 설계할 때, 해당 지수를 활용하는 상품(ETF/선물 등)을 고려한다면, 보다 현실적으로 비중을 설정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매매가 가능한 즉 유통주만 고려해서 비중을 설정해야 합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지수산출방법에 KRX(한국거래소)에서 발표한 지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KOSPI 200 지수와 관련한 정보는 271 KRX 주가지수 기본 방법론281 코스피 200 지수 방법론을 참고하면 됩니다.

KRX 주가지수 기본 방법론의 5.2 주식수와 6. 유동주식비율이 지수에 반영되는 비중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5.2 주식수

5.2.1 일반적으로 주가지수 산출에 기초가 되는 지수반영주식수는 상장법인이 발행하여 상장한 상장주식수를 사용합니다.
5.2.2 유동주식수를 이용하여 산출하는 지수의 경우 개별종목의 지수반영주식수에 유동주식비율(FreeFloatRatio)을 곱하여 산정한 주식수를 사용합니다.

5.2.1은 총발행주식수 대한 설명입니다. KOSPI 지수는 총발행주식수를 사용하여 시총을 계산합니다. 5.2.2는 유동주식수를 설명합니다. KOSPI 200 지수는 유동주식수를 사용하여 시총을 계산합니다.

비유동주식은 6. 유동주식비율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자사주도 비유동주식입니다.

6.2.1 유동주식수는 발행주식수에서 비유동주식수를 제외하여 산정하며, 비유동주식은 상장되어 있는 주식 중 시장에서 매매가 제한되어 있거나 사실상 유통이 되지 않는 주식으로 다음의 사항을 포함합니다.

-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주식
- 정부 보유주식 (여기서, 정부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한정)
- 자사주
- 우리사주조합 보유주식
- 기타 비유동주식으로 간주할 수 있는주식

KOSPI 200 지수 방법론에는 KOSPI 200 지수는 유동주식비율을 사용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9.2 유동주식비율

KOSPI 200 지수는 유동주식비율을 적용하여 산출합니다. 세부사항은「KRX 주가지수 기본 방법론」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사주 빵빵의 비유동주식은 김당구 가족이 보유한 9만주와 자사주 90만주로 총 99만주입니다. 나머지 1만주가 유동주식입니다. 주가가 10만원이니 유동시가총액은 10억원입니다.

배당 빵빵은 자사주가 없고, 김당구 가족이 보유한 9만주가 비유동주식입니다. 나머지 91만주가 유동주식이고, 주가는 1만원이니 유동시가총액은 91억원입니다.

배당 빵빵과 자사주 빵빵의 유동시가총액은 각각 91억원과 10억원이니, 상대 편입 비중도 동일하게 91 : 10이 되어야 합니다. 배당 빵빵을 9.1억원치 편입했다면, 자사주 빵빵은 1억원치 편입해야 합니다. 

나름 합리적이면서 불합리합니다. 불합리한 점은 진정한 기업 규모를 고려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고, 합리적인 점은 지수 관련 상품을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OSPI 200 지수 방법론의 처음에 있는 주요 연혁에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2007년 6월과 12월에 유동주식 가중방식으로 점진적 전환을 했습니다. 6월에는 비유동주식의 50%만 지수산출에서 제외하고, 12월에는 전부 제외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전에는 발행주식 전부를 지수산출에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아마 앞에서 언급한 자사주 빵빵의 자사주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주식과 같이 비유동주식의 비중이 상당한 기업이 생겨 이를 보완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리하며

시총가중 지수는 종목의 시총을 편입 비중으로 사용합니다. 기업의 규모를 측정할 때의 시총은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으로만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같은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포함하여 비유동주식도 함께 제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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