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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많이 보이면 비가 올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그리고 화물 신앙)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24. 17:09

철수가 퇴근하려고 가방을 챙기면서 창밖을 보니 우산을 손에 든 사람들이 꽤 보입니다. 하늘에 구름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비가 내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나가는 게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경우에 우산을 가지고 나갈 것입니다. 비가 올 거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일 테니까요. 

가만히 보니 대로변에 신규 오픈한 제일커피 매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홍보용으로 우산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우산을 든 사람 대부분은 이 우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수가 우산을 가지고 나가려는 마음을 바꾸어야 할까요?

철수가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었다면, 왜 바꾼 것일까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해 알아봅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상관관계(Correlation)인과관계는(Causality)는 두 변수 간의 함수관계를 설명하는 통계학 용어입니다.

xy라는 두 변수가 있을 때, x가 증가하면 y도 증가하고, x가 감소하면 y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면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x가 증가하면 y는 감소하고, x가 감소하면 y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상관관계는 두 변수의 인과(원인과 결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x와 y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면, y와 x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1 + 2를 1에 2를 더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2에 1을 더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의 키와 몸무게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키가 큰 사람이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키가 큰 경우가 흔합니다.

인과관계는 두 변수 간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있는 경우입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 것과 비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일까요?

비가 내리니 하늘에 먹구름이 낀다고 말하면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먹구름이 비를 내리게 한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에, 먹구름 → 비라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1 - 2와 2 - 1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한쪽을 제어하면 다른 쪽에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인공강우는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입니다. 여러 선행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지만, 구름 씨앗을 만들 수 있는 화학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하면, 대기 중에 수증기가 응축되어 구름이 만들어집니다.

충분히 많은 구름이 모이면, 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먹구름이 됩니다. 수증기가 대기 중에 떠 있을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응축되어 무거워지면, 비가 내리게 됩니다. 그러니 먹구름과 비는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인지 불확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키와 몸무게는 인과관계일까요? 만일 키 → 몸무게의 인과관계가 있다면, 키를 키우면 몸무게가 증가할 것입니다. 그 반대로 몸무게 → 키의 인과간계가 있다면, 몸무게를 증가시키면 키가 커질 것입니다.

성장기 아이라면, 영양이 많은 식단을 섭취함으로써, 키도 커지고 몸무게도 증가할 것입니다. 일본 스모 선수처럼 과식을 하면 몸무게를 억지로 늘릴 수 있습니다. 약간 더 키가 커질 수는 있지만, 대개의 영양분은 몸무게로 갈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키와 몸무게는 영양이라는 숨은 인자인자가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영양이 충분하면 키와 몸무게 모두 증가합니다. 다만 생물학적인 한계로 영양이 몸무게에 미치는 영향이 키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크고 빠른 것입니다.

영양 → 키, 영양 → 몸무게의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에, 영양에 의해 영향을 받는 키와 몸무게 간에 상관관계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상관관계 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서 한 변수로 다른 변수를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고려하지 않은 변수들도 많고, 불확실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상관관계는 좋은 결정에 도움이 되는가?

앞에서 소개한 우산과 비는 어떤 관계일까요?

우산을 가지고 나가면 비가 오는 것일까요? 확실히 아닙니다. 그러니 우산 → 비의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에 우산을 들고나갑니다. 그러니 비(예보) → 우산의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비(예보)는 비와 다른 변수입니다.

비(예보) → 우산의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기예보가 어느 정도 정확해야 합니다. 일기예보가 랜덤이라면, 어느 누구도 일기예보에 따라 우산을 준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예보) → 비의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합니다.

참고: 엄밀하게는 비(예보)가 비의 원인이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의 날씨 미래 날씨라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비(예보)라는 표현한 것입니다. 

비(예보)는 앞서 키와 몸무게에서 영양과 같은 숨은 인자 역할을 합니다. 비(예보), 비, 우산 간에는 아래와 같은 인과관계가 성립합니다.

  • 비(예보) → 비
  • 비(예보) → 우산 

비(예보)라는 원인에 의해 비와 우산사이에 상관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일기예보를 듣는다면

철수가 거리에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철수가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 합리적인 행동이 될까요?

철수가 일기예보를 지금 듣는다고 하겠습니다. 가장 최신의 일기예보 정보입니다. 일기예보는 가까운 시점에 대한 예보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철수는 다른 사람들이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에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철수보다 조금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전의 일기예보를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예 듣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철수는 본인이 들은 일기예보를 중요시하여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일기예보를 듣지 않는다면

퇴근 후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서, 철수가 일기예보를 들을 시간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철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산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철수보다 정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일커피가 우산을 나누어주는 것을 발견했다면 

우산을 막 집으려고 하는데, 신규 오픈한 제일커피 매장에서 우산을 나누어주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길거리의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우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제일커피가 우산을 왜 나누어주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일커피가 일기예보와 관계없이 신규 매장 홍보용으로 우산을 나누어준다고 하겠습니다. 제일커피가 나누어준 우산만 들고 있는 사람은 비(예보)와 관계가 없습니다. 철수는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제일커피가 TV에서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잠재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우산을 나누어 주고 있다면 어떻까요?

만일 소나기가 내린다면, 잠재고객들에게 제일커피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수는 우산을 가지고 나가는 게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획득한 정보의 질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은 달라지게 됩니다.

처음 방문하는 지역에서 음식점을 찾을 때는 손님이 많은 곳이 실패 확률이 낮을 것입니다. 그 지역 토박이라면, 손님이 얼마나 많으냐는 음식점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화물 신앙

당연한 이야기인 것처럼 들립니다. 적절한 정보의 부재나 비합리적인 논리 전개가 어떤 결과를 만들까요? 오세아니아의 화물 신앙 문화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군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오세아니아의 여러 섬에 기지를 건설했습니다. 작전과 병사들의 휴식을 위해서입니다. 섬 원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각종 물자가 섬에 풀렸고, 원주민들은 신비로워했을 것입니다.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군은 철수했습니다. 원주민들은 그때의 풍요를 잊지 못합니다. 활주로, 격납고, 관제탑을 만들고, 종교 지도자가 의식을 치릅니다. 비행기가 물자를 싣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활주로와 물자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원주민들의 행동이 부질없음을 압니다.

원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숨은 인자인 미군의 작전과 휴식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기에, 활주로와 물자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활주로 → 비행기 → 물자로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있으니, 활주로를 건설하면 비행기가 올 것이고, 비행기가 오면 물자가 생긴다고 믿은 것이 화물 신앙입니다.

나는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겠지만, 의외로 자주 이런 논리 오류에 빠집니다.

인간은 두 가지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또는 연달아서 발생하면,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숨은 인자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하나는 원인으로 다른 하나는 결과로 주관을 반영해서 인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전략이 간편하면서 생존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억지 논리를 전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을 납득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로 내세우는 명분 때문이 아니라, 실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거짓임을 알면서도 억지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근거가 없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알면서 무시하는 것입니다.

  • 자사주 소각 → 주가 상승했으니, 자사주를 소각해서 주가를 올려야 한다.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을 대개의 투자자는 해당 기업 임원보다 잘 모릅니다. 상관관계는 성립할 수 있어도,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 대만 주식 양도세 도입 → 대만 주가 폭락했으니, 한국에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면 주가가 폭락한다. (대만 양도세 도입 철폐 후에 대만 주가가 본래 가격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음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인과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아닙니다) 
  • 공매도 금지 → 주가 반등했으니 공매도는 폐지하면 주가를 올릴 수 있다. (주가가 너무 많이 하락했으니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고, 이후 회복한 것입니다. 상관관계는 성립할 수 있어도,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몇 주일 간 비가 내리지 않아서 가뭄이 들려고 합니다. 사람들의 걱정이 쌓여갑니다. 어떤 사람이 일기 예보를 듣지 않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내가 우산을 썼으니, 비가 내려야 한다"라고 하늘에 대고 외칩니다.

누군가 옆에서 "우산을 썼다고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당신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흉작이 되기를 바랍니까? 이것 참 몹쓸 사람이군요"라고 쏘아댑니다.

더 나아가 "우산을 써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증거를 대라"거나 "그럼 무엇 때문에 비가 내리는지 설명해 보라"라고 합니다. 주장하는 논리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립니다.

"아침마다 해가 뜨니 신이 존재한다"라는 주장에, "그건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니, "그럼 신이 존재하는 합리적인 다른 이유를 제시해 보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셈입니다. 본인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아예 대화 주제를 벗어나서 본인의 논리가 부족함을 회피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비가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어, "저 사람 말이 맞습니다. 당신 말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는 동조합니다. 의기양양해진 우산을 쓴 사람은 급기야 이런저런 심한 말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왜 본인의 논리가 합당한 지는 끝까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우산을 쓴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어서 우산을 쓰세요. 그러면 비가 옵니다"라고 떠들어 댑니다. 이 사람은 본인의 논리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를까요? 만일 알고 있다면, 이 사람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정말 비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산에 본인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일까요?

정리하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상관관계는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입니다. 획득한 정보의 질에 따라 결정의 합리적인 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논리적 추론에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여야 합니다. 자칫 상관관계가 아닌 것을 상관관계로 인식하거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파악하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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