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커버드콜 ETF가 기초 자산보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 두 번째 (종로 호랑이와 맨해튼 까만돌)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23. 16:06

이전 글에서  커버드콜 ETF가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참고: 커버드콜은 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기 어려울까? (발행자와 매수자의 수익 배분)

콜옵션 발행자와 콜옵션 매수자가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나누어 가지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고,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 매수자에게 변동성을 줄여주는 대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조금 더 풀어 설명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투자자 목적에 따라 커버드콜 ETF를 비롯한 인컴 ETF가 투자 대상으로 적절할 수 있습니다.

투자와 제로섬 게임

주식이나 채권은 미래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투자합니다. 경험적으로 이 두 상품은 장기적으로 수익이 났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투자 상품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입니다.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의 기초 자산 가격에 대해 배팅하는 투자 상품입니다. 삼성전자가 1달 뒤에 10만원을 넘으면 선물 매수자가 선물 매도자에게 돈을 받고, 반대로 10만원이 안되면 선물 매도자가 선물 매수자에게 돈을 받습니다.

선물 매수자와 선물 매도자는 기초 상품의 가격에 따라 돈을 주고받습니다. 수수료나 세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제로섬 게임입니다. 장기적으로 선물 매수자나 선물 매도자 중에서 어느 한쪽이 꾸준한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둘의 수익과 손실을 합산하면 0원입니다.

제로섬 게임이라고 해서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사가 가입자 모두에게 받는 보험금의 총합은 보험사가 지출하는 보험금보다 작습니다. 전체 보험 가입자는 금전적으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지만, 그 대가로 생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는 가입자와 보험사에 국한해서 본 시각입니다. 가입자의 생활 안정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추가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의 생활이 안정되면 사회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은 여기에 있습니다.

임직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수익 개선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월급을 깍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기업은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을 거두는 데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옵션도 제로섬 게임의 하나입니다. 옵션 발행자와 옵션 매수자 간에 돈이 오가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처럼 돈의 총합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과 포지티브섬 게임

커버드콜은 기초 자산을 기반으로 콜옵션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기초 자산 + 콜옵션의 구조입니다. 이를 조금 더 분해하면, 기초 자산 + 콥옵션 매도 + 콜옵션 매수가 됩니다. 콜옵션 발행자(예를 들어 커버드콜 ETF, 이하 발행자)와 콜옵션 매수자(이하 매수자)의 보유 자산은 다음과 같이 됩니다.

  • 발행자: 기초 자산 + 콜옵션 매도
  • 매수자: 콜옵션 매수

콜옵션도 옵션의 한 종류이기에, 콜옵션 매도와 콜옵션 매수를 합하면 제로섬입니다. 그러니 기초 자산에서만 수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발행자가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 이상으로 수익을 거두려면 콜옵션 매도로 이익을 보아야 합니다. 반대로 매수자가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는다면, 발행자는 기초 자산 이하의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커버드콜의 기초 자산은 대개 주식이나 채권입니다. 그러니 전체로 보면 계속해서 자산이 증가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매수자는 누구일까?

커버드콜을 발행하는 주체는 ETF 운용자인 자산운용사입니다.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수자는 누구일까요? 상품 구조를 잘 모르면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를 하는 개인 투자자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발행자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아래는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살펴본 지난 1년간의 코스피200 선물의 투자 주체별 거래 비중입니다. 개인이 대략 17%를 조금 넘는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자 주체 매수 매도
기관합계 11.6% 11.5%
기타법인 1.5% 1.5%
개인 17.7% 17.7%
외국인 69.1% 69.2%

코스피200 콜옵션의 투자 주체별 거래 비중도 살펴보면, 개인은 대략 25%를 조금 넘는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자 주체 매수 매도
기관합계 3.0% 3.3%
기타법인 1.5% 1.4%
개인 25.4% 25.7%
외국인 70.0% 69.6%

선물이나 옵션이 발행되면, 개인보다는 외국인이 매매에 더 많이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외국인이 순수하게 외국의 기관이 아닐 수 있지만, 그 비중은 상당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을 발행하면, 절반 이상은 기관/외국인이 사간다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발행자가 기초 자산 이상의 수익을 거두려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야 합니다.

  • 종로 호랑이: 커버드콜 사세요. 커버드콜. 따끈따끈한 삼성전자 커버드콜 사세요.
  • 맨해튼 까만돌: 호랭아, 그거 얼마에 파니?
  • 종로 호랑이: 이거 하나에 1만원이야.
  • 맨해튼 까만돌: (전화기를 꺼내서) 퀀트 팀, 삼성전자 커버드콜 원가 계산해 봐. 
  • 맨해튼 까만돌: (잠시뒤) 우리 애들이 슈퍼 컴퓨터로 계산해 보니, 이거 하나 원가가 1.1만원이네.
  • 맨해튼 까만돌: 너 그렇게 팔아서 장사하겠냐. 내가 하나에 1.2만원 쳐 줄게. 그럼 너 1천원씩 남겠네.
  • 맨해튼 까만돌: 내가 손해 좀 보고 너 키워줄게. 100개만 줘.
  • 종로 호랑이: 고마워.

커버드콜 ETF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비정한 금융 시장에서 위와 같은 훈훈한 상황이 반복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매수자가 콜옵션을 사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커버드콜 ETF와 기초 상품의 가격을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JEPI(X) vs SCHD

아래는 JEPIX와 배당성장주 ETF인 SCHD의 배당재투자 시 수익률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JEPIX는 JEPI보다 먼저 설정된 뮤추얼 펀드로, 동일한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출처: JEPIX vs SCHDJEPI vs JEPIX

JEPI/JEPIX는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 중에서는 최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받은 상품입니다. JEPI/JEPIX의 커버드콜의 비중은 100%가 아닌 평균 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액티브 펀드인 JEPIX가 SCHD와 동일한 종목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배당성장주 위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래프에서 전반적으로 SCHD의 수익률이 JEPIX보다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JEPIX와 SCHD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JEPIX로부터 매수자에게 돈이 간 것입니다. 커버드콜을 발행하지 않았다면, JEPIX는 SCHD와 유사한 수익률을 보였을 것입니다. 주가가 상승하여 매수자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JEPIX가 보유 자산의 일부를 매도하면 SCHD 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고,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둘 사이의 간격이 줄어드는 것은 매수자에게 받은 프리미엄을 포함해서 SCHD 대비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매수자에게서 JEPIX로 돈이 이동한 것입니다.

성과가 좋다고 평가받고 있고, 커버드콜 비중도 높지 않은 JEPI(X)가 이 정도의 수익률을 거두었다면, 다른 커버드콜 ETF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JEPI/JEPIX는 왜 수익률을 희생할까요?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하려는 투자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함입니다. JEPI/JEPIX의 분배금은 배당금이 아닙니다. 생활비로 사용할 자금은 주기적으로 꺼내 주는 것입니다.

정리하며

커버드콜 ETF가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콜옵션 발행자와 콜옵션 매수자 모두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커버드콜 ETF를 포함한 인컴(income) ETF는 생활비로 사용할 현금 흐름이 필요한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입니다. 이를 배당금으로 오해해서 재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투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현실에는 인심 좋은 맨해튼 까만돌이 없습니다.

관련 정보

데이터 출처: JEPIX vs SCHDJEPI vs JEPIX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도움이 되었다면, 이 글을 친구와 공유하는 건 어떻까요?

facebook twitter kakaoTalk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