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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ETF는 진짜 배당금을 주는 것일까? (배당성장주와 커버드콜)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21. 16:04

커버드콜 ETF는 매월 높은 분배금을 지급하는 인컴(income) ETF입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배당금이라 할 수 있는  분배금을 많이 주니 좋은 상품으로 느껴집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당금의 개념과 인컴 ETF의 분배금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입니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배당금이라 보기 어려운 돈을 마치 배당금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광고합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품에 장기투자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의 분배금이 배당금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투자자 목적에 따라 인컴 ETF가 적절할 수 있습니다.

배당금과 배당성장주

주식에서 배당이라고 이야기하면 대개는 기업이 주주에게 환원한 현금을 의미합니다.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배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이 배당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재원은 기업의 잉여 이익입니다.

제일커피라는 주식회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올해 10억원의 순수익을 올렸습니다.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10만주라면, 주당 1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셈입니다.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수익)라고도 부릅니다.

제일커피가 순수익 전부를 주주에게 배당하면 다음 해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금도 올려주어야 하고, 원재료비 가격도 상승할 수 있습니다. 임대한 커피 매장의 월세도 더 높아질 수 있고, 매장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도 지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4억원이 있으면, 이 모든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경영진이 판단했다고 하겠습니다. 나머지 6억원은 어떻게 할까요?

매출을 늘이기 위해 매장을 늘이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는게 유리하다면, 재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럴 이유가 없다면, 은행에 예금해서 4% 이자를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주주입장에서는 이득일 수 있습니다. 주주는 배당금으로 주당 6천원을 받게 됩니다. 받은 배당금은 소비에 사용해도 되고, 재투자해도 됩니다.

제일커피가 배당을 주는 이유는 배당을 주고 남은 이익만 사용하여도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추가로 자본을 투자하더라도 은행 예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경우 주주에게 배당하고 알아서 사용하게 하는게 주주에게는 이득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제일커피는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서 최소한 올해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신이 있기에 배당을 한 것입니다.

물가상승률이 감안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제일커피가 매년 동일한 10억원의 수익만 난다면, 제일커피는 조금씩 쇠퇴하는 것입니다. 커피 가격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거나, 커피 판매를 늘여서 최소한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순이익이 증가하여야 합니다.

물가상승률도 은행 이자와 동일하게 4%라고 하겠습니다. 제일커피의 매출과 순이익도 물가상승률만큼 증가한다고 하겠습니다. 올해는 10억원의 순수익을 올렸지만, 내년에는 4% 증가한 10.4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것입니다.

매년 순수익의 60%를 배당한다면 (이를 배당성향이라 합니다), 올해는 6,000원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6,240원을 받게 됩니다. 물가상승률만큼 배당금이 증가합니다. 주가도 동일하게 매년 물가상승률 정도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배당금이 늘어나는 주식을 배당성장주라고 합니다. 배당이 계속 증가하더라도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거나, 주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면, 좋은 배당성장주라 할 수 없습니다. 주주입장에서는 배당금이나 주가의 실질 가치가 조금씩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잉여 이익을 사용하는 방법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오를까? (주주환원: 재투자,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배당성장주 ETF

제일커피와 같은 배당성장주를 모은 ETF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최고배당성장 ETF라고 하겠습니다. 최고배당성장은 편입한 종목들이 배당금을 주면, 이를 모아서 주기적으로 ETF 투자자에게 지급합니다. 이를 분배금이라 합니다.

최고배당성장이 좋은 배당성장주 위주로 편입했다면, 개별 종목처럼 ETF의 분배금과 ETF 가격도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투자자는 이를 기대하고 ETF를 매수할 것입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갑돌이

갑돌이는 올해 60세로 은퇴를 했습니다. 35년간 회사에 받은 월급과 성과급을 적절히 투자해서, 자그마한 집도 하나 사고, 3억원의 은퇴 자금도 마련했습니다. 자녀들을 모두 취업 또는 창업해서 자기 밥벌이를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갑돌이가 배우자인 갑순이와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월 250만원, 연 3,000만원입니다. 이 정도면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큰 부담 없이 먹고, 문화생활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으며,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연금을 받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서 월 150만원이 나옵니다. 목표로 하는 생활을 위해서는 매달 100만원, 연 1,200만원의 추가 생활비만 마련하면 됩니다.

주식의 장기 투자 수익률이 연 10%, 예금의 장기 투자 수익률은 연 4%라고 하겠습니다. 물가상승률도 연 4%라면, 주식과 예금의 실질 수익률은 각각 6%와 0%입니다.

은퇴 자금을 모두 예금에 넣으면, 실질 수익은 0원이고, 매년 1,200만원씩 꺼내 써야 합니다. 25년이 지나 갑돌이 나이가 85세가 되면 예금이 모두 바닥납니다. 90세라면 모르겠지만, 85세는 조금 애매합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매달 150만원의 연금이 들어오니, 생활은 가능하겠지만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집은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기에 계속 보유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예금에만 넣어두는 것은 조금 불안합니다. 25년 뒤에 자녀들이 모두 잘 나가고 있다면 몰라도, 세상일이라는 게 알 수 없으니까요.

은퇴 자금을 모두 주식에 넣으면, 연 6%인 1,800만원의 실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10% 수익을 얻어, 4%는 소비하고, 4%는 물가상승률에 대응하고, 2%는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기대하는 수익률을 매년 거둔다면, 은퇴 자금은 조금씩 불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이라는 것이 매년 꼬박꼬박 10% 수익률을 거둘 리 없습니다.

운이 나빠 내년과 후년에 증시에 큰 위기가 닥쳐 -20%씩 하락했다고 하겠습니다. 3억원의 은퇴 자금은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대략적인 계산입니다)

  • 첫해에 주식 투자금 3억원은 -20% 하락하여 3억원 × 0.8 = 2.4억원이 됩니다.
  • 2.4억원에서 1,200만원 생활비를 꺼내 쓰면, 2.28억원이 남습니다.
  • 물가상승률 4%를 적용하면, 2.28억원 × 0.96 = 2.19억원이 됩니다.
  • 다음 해 주식 투자금 2.19억원은 -20% 하락하여 2.19억원  × 0.8 = 1.75억원이 됩니다.
  • 1.75억원에서 1,200만원 생활비를 꺼내 쓰면, 1.63억원이 남습니다.
  • 물가상승률 4%를 적용하면, 1.63억원  × 0.96 = 1.56억원이 됩니다.

2년간 큰 주가 하락으로 초기 은퇴자금의 절반 정도만 남게 됩니다. 갑돌이가 은퇴 자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항상 내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후내년에 증시가 크게 반등하여 60% 상승했다고 하겠습니다.

  • 주식 투자금 1.56억원은 60% 상승하여 1.56억원 × 1.6 = 2.50억원이 됩니다.
  • 2.50억원에서 1,200만원 생활비를 꺼내 쓰면, 2.38억원이 남습니다.
  • 물가상승률 4%를 적용하면, 2.38억원  × 0.96 = 2.28억원이 됩니다.

증시는 0.8 × 0.8 × 1.6 = 1.02로 본래 가격을 되찾았지만, 갑돌이는 3년 동안 은퇴 자금이 -24% 정도 감소했습니다.

갑돌이가 주식에 50%, 예금에 50%를 투자하고, 매년 리밸런싱 하면 어떻게 될까요?

  • 첫해에 주식 투자금 3억원 / 2 = 1.5억원은 -20% 하락하여 1.5억원 × 0.8 = 1.2억원이 됩니다.
  • 예금 1.5억원은 4% 상승하여 1.56억원이 됩니다. 총 1.2억원 + 1.56억원 = 2.76억원입니다
  • 2.76억원에서 1,200만원 생활비를 꺼내 쓰면, 2.64억원이 남습니다.
  • 물가상승률 4%를 적용하면, 2.64억원 × 0.96 = 2.53억원이 됩니다.
  • 다음 해 주식 투자금 2.53억원 / 2 = 1.27억원은 -20% 하락하여 1.27억원 × 0.8 = 1.02억원이 됩니다.
  • 예금 1.26억원은 4% 상승하여 1.31억원이 됩니다. 총 1.02억원 + 1.31억원 = 2.33억원입니다
  • 2.33억원에서 1,200만원 생활비를 꺼내 쓰면, 2.21억원이 남습니다.
  • 물가상승률 4%를 적용하면, 2.21억원  × 0.96 = 2.12억원이 됩니다.
  • 다음 해 주식 투자금 2.12억원 / 2 = 1.06억원은 60% 상승하여 1.06억원 × 1.6 = 1.70억원이 됩니다.
  • 예금 1.06억원은 4% 상승하여 1.10억원이 됩니다. 총 1.70억원 + 1.10억원 = 2.80억원입니다
  • 2.80억원에서 1,200만원 생활비를 꺼내 쓰면, 2.68억원이 남습니다.
  • 물가상승률 4%를 적용하면, 2.68억원  × 0.96 = 2.57억원이 됩니다.

갑돌이는 3년 동안 은퇴 자산이 -14% 정도 감소했습니다.

물론 운이 좋아서 갑돌이가 은퇴한 후 몇 년간 증시가 활황이라면, 주식에 모두 투자해서 은퇴 자금이 상당히 불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지는 알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인컴 ETF

분배금을 많이 주는 ETF 중에 인컴(형) ETF가 있습니다. 커버드콜 전략을 쓰는 ETF의 대부분은 인컴 ETF입니다. 인컴(income)은 소득 또는 수입으로 번역됩니다. 정기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기 위해서 개발한 ETF입니다.

전형적인 인컴 ETF라고 할 수 있는 JP모건사의 JEPI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매달 소득을 분배(deliver monthly distributable income)한다는 것입니다. 뒤에 있는 저변동성으로 주식 시장에 노출(equity market exposure with less volatility)한다는 것은 자산의 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으로 소득을 분배하기 위함입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바로 갑돌이와 같이 은퇴 후 소비에 사용할 현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갑돌이가 은퇴 자금을 주식에 50%, 예금에 50%를 투자하면, 기대하는 수익률은 10% × 50% + 4% × 50% = 7%입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만큼 제하면 실질 수익률은 7% - 4% = 3%입니다. 3억원에 대한 3%는 900만원입니다. 갑돌이가 생활비를 지출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1,200만원에 비해 300만원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투자 수익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갑돌이는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100% 투자하지 않고, 예금을 일부 편입하였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주식이 급락하여 은퇴 후 생활이 계획과 크게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수익률을 조금 희생하고, 자산의 변동성을 줄인 것입니다.

JEPI도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JEPI의 기초 자산은 주식입니다. 주식을 담보로 커버드콜을 발행합니다. 수익률을 조금 희생하는 대신, 변동성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참고: 커버드콜의 자산은 왜 계속 줄어들까 (커버드콜에 대한 간단한 설명)

갑돌이가 JEPI를 매수하나, 주식과 채권을 5 : 5로 투자하나 목적은 동일합니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꺼내 쓰겠다는 뜻입니다. JEPI를 매수하면, 본인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컴 ETF는 계속해서 생활비를 꺼내 쓰니, 투자 자산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음을 가정한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으로 예상보다 일찍 잔고가 바닥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인컴 ETF에 대해 마치 배당을 많이 주는 상품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홍보 문구의 일부입니다.

TIGER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 ETF,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의 투자 전략은 상품명에 잘 나타나 있어요. 두 상품 모두 미국의 우량 배당주 100종목을 편입한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에 투자하는데요. 배당 주식에 투자해 배당금을 얻는 한편, 옵션 매도로 얻은 프리미엄으로 연간 +3%, +7%의 추가 수익을 확보합니다.

추가 수익은 말 그대로 더 생기는 수익을 말합니다. 보유한 자산이 5% 오르고, 추가 수익이 5%라면, 10% 수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홍보 문구대로라면,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한 상품입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아래는 함께 성장된 세 상품의 9개월가량의 배당재투자 시 성과입니다.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성과가 가장 좋고, 커버드콜 전략을 40%까지 사용하는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성과가 가장 낮습니다.

물론 상품의 설계 의도에 맞게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변동성이 가장 낮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삼총사는 출시 후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정리하며

인컴 ETF는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은퇴 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상품입니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자녀인 공무원 철수가 장기 투자로 자산을 불리기에 적합한 상품이 아닙니다.

인컴 ETF의 분배금은 흔히 생각하는 주식이나 ETF의 배당금과는 다릅니다. 일부 자산운용사가 이를 마치 배당금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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