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원금 찾는데 세금을 내라고? (해외 상장 고배당 인컴 ETF)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25. 13:49

지난달에 정년 퇴임한 갑돌이는 거래하는 증권사에 들렀습니다. 주식에 투자된 은퇴 자금 3억원을 주식과 단기 채권으로 반반씩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20년 넘게 꾸준히 거래했기 때문인지, VIP를 위한 무료 상담을 해 주겠다고 합니다. 

  • (영업사원) 마당발: 갑돌 고객님, 단기 채권에 1.5억원을 투자하시려는 이유가 생활비 마련이라고 하셨지요?
  • 갑돌이: 그렇습니다. 주식 배당금 연 300만원, 채권 이자 연 600만원, 그리고 주식과 채권을 매달 조금씩 팔아서 월 100만원씩 현금 흐름을 만들려고 합니다.
  • 마당발: (활짝 웃으면서) 고객님께 꼭 맞는 상품이 있습니다. 파슬라(PASLA)라는 미국 회사 아시나요?
  • 갑돌이: 요즘 방송에 자주 나오던데, 친환경 자율 항해 요트로 인도네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그 회사 맞나요?
  • 마당발: 맞습니다. 파슬라는 미래 가치가 높지만 변동성이 높아 은퇴자에게 권하기는 위험합니다. 파슬리(PASLY)는 파슬라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입니다.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높은 수익률도 추구하는 상품이라 보시면 됩니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에 인기 ETF 상도 받았습니다.
  • 갑돌이: 그래요? 그게 현금을 만들어 주나요?
  • 마당발: 그게 이 ETF의 가장 좋은 점입니다. 월 2%씩 배당금을 줍니다.
  • 갑돌이: 1년에 2%가 아니라 월 2%나 준다고요?
  • 마당발: (기록을 보여주며) 최근 1년 배당금입니다. 조금씩 들쭉날쭉하지만, 모두 1.5% 이상 월배당 했습니다.
  • 갑돌이: (반색하며) 정말이네요. 1.5억원은 파슬리로 바꿔 주세요. 파슬리, 이름도 입에 착 달라붙는군요. 주가는 오르지 않더라도 배당금만으로도 생활비를 여유 있게 충당할 수 있을 테니, 한시름 놓았습니다.

1년 뒤, 철수가 아버지 갑돌이 계좌 내역을 살펴보고 무슨 말을 할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예시는 단순한 가정하에서의 추정일 뿐입니다. 가정과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합리적인 사례를 들려고 하였으나,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국내 상장 인컴 ETF와 해외 상장 인컴 ETF는 세금 부과 방식이 다릅니다. 각종 절세 방식과 결합될 때 최종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슬리의 세금

갑돌이가 은퇴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연휴라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다과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갑돌이는 자신의 은퇴 자산이 든 계좌를 보여주며 아들 철수에게 자랑을 합니다.

  • 철수: 아버지, 파슬리 이거 뭐예요?
  • 갑돌이: 아 그거, 증권사에서 권해준 것인데, 매달 200만원 이상 배당금을 주더라고. 너보다 더 효자야.
  • 철수: 1년간 배당금으로 3천만원이나 받으셨네요.
  • 갑돌이: 그렇지, 배당금 3천만원 받아서, 1천만원은 재투자하고, 2천만원은 생활비에 보태 썼어.
  • 갑돌이: 배당 수익률만 20%야. 이것 때문에 내가 요즘 마음이 편해.
  • 철수: 좀 이상하네요. 배당금을 재투자했는데, 파슬리가 1.5억원에서 1.4억원으로 1천만원 줄었고, 배당금은 2천만원을 썼으니, 결국 1천만원 받은 것이잖아요.
  • 갑돌이: 음. 그렇게 되나?
  • 철수: 그런데 세금은 450만원 내셨으니, 실제로는 550만원 번 거잖아요.
  • 갑돌이: 어??? 그러니까 네 말은, 사실 수익률은 채권과 별 다를 바 없는 3.7%란 말이야?
  • 철수: 네, 세금을 45% 낸 셈이에요. 거기다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예요. 다른 소득은 거의 없어서 별 문제는 없겠지만요.
  • 갑돌이: ???

참고: 이 사례는 해외 상장 해외 인컴 ETF에 투자했을 때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입니다. 국내 상장 인컴 ETF의 경우와는 세금 부과 방식이 다릅니다.

갑돌이가 45%의 세금을 내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슬리는 1년간 3,000만원의 분배금을 지급했습니다. 미국상장 ETF는 분배금에 대해 15% 세율이 적용되어, 미국 정부에 납부합니다. 참고: 해외 ETF는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갑돌이가 분배금 3,000만원에 세금 15%인 450만원이 원천징수되면, 2,550만원을 받게 됩니다. 배당소득세는 미국 정부에 냈지만, 한국 정부는 해외에서 발생한 배당소득까지 합산하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파슬리는 분배금만큼 -20%의 배당락이 생겼지만, 기초 자산인 파슬라가 상승해서 일부 해택을 봅니다. 파슬라는 같은 기간 10% 상승했고, 대략 2 / 3 정도가 파슬리에 반영되었습니다. 나머지 1 / 3은 콜옵션 매수자가 가져갑니다. 참고: 커버드콜은 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기 어려울까? (발행자와 매수자의 수익 배분)

갑돌이의 파슬리는 1.5억원 → 1.2억원 (3,000만원 분배금) → 1.3억원 (6.7% 상승)와 같이 변하게 됩니다. 갑돌이는 분배금 중에서 1,000만원을 재투자했기에 최종적으로 1.4억원이 됩니다.

갑돌이에게는 1.4억원의 파슬리와 2,000만원의 잔여 분배금을 보유하게 되고, -450만원의 배당소득세가 발생합니다. 1,000만원의 수익을 얻었고, 450만원의 세금을 냈으니, 체감하는 세율은 45%가 된 셈입니다. 원금 1.5억원으로 550만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니, 수익률은 3.7%입니다.

원금 인출에 부과되는 세금

배당소득세는 15%인데, 왜 이렇게 높은 세율이 적용된 것일까요? 해외 상장 ETF는 국내 상장 ETF와는 달리 과표기준을 고려해서 배당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 ETF는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보유기간과세와 과표기준)

은행의 예금으로 들면 다음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 은행원: 아메리 은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갑돌이: 1년 전에 맡긴 1.5억원 예금에서 3,000만원 인출하려고 합니다.
  • 은행원: 네 고객님, 작년에 맡긴 예금은 4% 금리가 적용되어 1.56억원이 되었습니다.
  • 은행원: 인출하시는 3,000만원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율 15.4%가 적용됩니다. 세금 462만원을 제하고, 2,538만원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 갑돌이: 네? 이자에는 이자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은 알겠는데, 원금을 인출하는데 왜 이자가 붙나요?
  • 은행원: 저희 아메리 은행은 본래 그렇습니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원금과 이자를 구분하지 않고, 인출할 때 모두 이자소득세로 원천징수합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인 스미스는 괜찮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은 구조입니다)

  • 은행원: 아메리 은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스미스: 1년 전에 맡긴 1.5억원 예금에서 3,000만원 인출하려고 합니다.
  • 은행원: 네 고객님, 작년에 맡긴 예금은 4% 금리가 적용되어 1.56억원이 되었습니다.
  • 은행원: 인출하시는 3,000만원은 원금에서 인출할까요? 아니면 이자도 포함해서 인출할까요? 이자에서 인출하시면 이자소득세가 부과됩니다.
  • 스미스: 당장은 세금을 내기 그러니 원금에서 빼 주세요.
  • 은행원: 네. 그럼 모두 ROC(Return of Capital)를 적용해서, 이자소득세 없이 3,000만원 인출해 드리겠습니다. 남은 원금은 1.2억원이며, 이자는 600만원입니다.

유상감자

한국의 주식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유상감자(Captial reduction with refund)라고 합니다.

흑흑커피가 제일커피의 공격적인 확장에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100개의 매장 중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 10개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흑흑커피의 자본금은 매장 하나당 보증금 1억원씩 총 100억원입니다. 흑흑커피가 초창기에 1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창립했기 때문입니다.

10개의 매장을 정리하면 10억원의 현금이 생깁니다. 흑흑커피가 이 1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주주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유상감자로 주주에게 지급하면 자본금이 10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줄어듭니다. 주주입장에서는 100억원을 투자했는데, 투자원금 중에서 10억원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 은행에서 원금을 인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파슬리는 다릅니다. 국내 상장 ETF가 아니기에, 미국 정부가 일괄적으로 15%의 배당소득세를 징수합니다.

파슬리에 계속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갑돌이가 계속해서 파슬리의 분배금을 받으면서 일부는 사용하고 일부는 재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더하기/빼기로 계산한 것입니다)

파슬리의 분배율은 연 30%입니다. 갑돌이는 20%는 생활비에 보태 쓰고, 10%는 재투자한다고 하겠습니다. 파슬리의 기초 자산인 파슬라는 연 15% 상승하고, 파슬리는 그 2 / 3인 10%씩 상승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아무런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전액 재투자한다면 파슬리는 연 10%씩 복리로 상승하게 됩니다. 기초 상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훌륭한 투자 상품입니다.

갑돌이는 분배금으로 받은 30% 중에서 10%를 재투자합니다. 파슬리는 연 10% 상승하니, 파슬리의 평가액은 연 -30% (배당락) + 10% (상승) + 10% (재투자) = -10%씩 하락하게 됩니다.

갑돌이는 분배금 30%에 대해 15% 세율이 적용되니, 4.5%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30% - 4.5%(세금) - 10%(재투자) = 15.5%가 손에 쥐는 분배금이 됩니다.

갑돌이는 연 15.5%의 현금을 손에 쥐었고, 파슬리는 -10% 하락했으니, 전체 자산은 5.5% 증가한 셈입니다. 실질 투자 수익률은 5.5%가 됩니다.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을 때에는 10%가 수익률이니, 매년 수익률의 45%를 계속 세금으로 내게 됩니다. 

정리하며

해외 상장 고배당 인컴 ETF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부과되는 세금을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한국 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과도한 배당은 수익률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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