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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은 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기 어려울까? (발행자와 매수자의 수익 배분)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5. 13:03

이전 글에서 커버드콜 전략을 이용하는 ETF의 자산이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커버드콜 ETF가 인컴(income)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커버드콜의 자산은 왜 계속 줄어들까 (커버드콜에 대한 간단한 설명)

인컴에 초점을 맞춘 ETF는 월단위로 안정적인 고배당을 합니다. 투자자가 배당을 받아 소비한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많은 경우 인컴 ETF의 장기 수익률은 배당률보다 낮습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커버드콜 ETF의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연 8%의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리지만, 꾸준한 현금 흐름이 필요한 투자자를 위해 월 1%씩, 즉, 연 12%를 배당하니, 결과적으로 연 -4%씩 주가가 하락하는 것입니다. 배당을 꾸준히 그리고 많이 주기 때문에 주가가 낮아지는 것이지, 커버드콜 ETF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배당을 고려해도 커버드콜 ETF가 기초 상품보다 장기 수익률이 낮은 경향을 띄는 이유에 대해 설명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가상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인컴을 목적으로 하는 ETF는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타협한 상품입니다. 기초 상품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인다고 해서 이들 ETF가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선물, 콜옵션, 커버드콜을 내기에 비유했지만, 개념적으로 유사한 것이지, 실제 구조는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철수와 영희의 내기

철수와 영희는 오래된 친구입니다. 오랜만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요즘 핫한 엔비디아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 철수: 엔비디아 정말 대단하지 않아? 난 1달 내에 2배로 상승할 거라고 생각해.
  • 영희: 이미 오를 만큼 오르지 않았나? 나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종목이라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거라 생각해. 1달이라면 많이 올라봐야 10%야.

둘 다 근거가 되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또한, 주가의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말다툼까지 벌어질 판이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민수가 이야기합니다.

  • 민수: 얘들아 이러다 끝이 없겠다. 둘이서 내기를 해.

민수는 엔비디아가 지금 800달러니, 다음 모임 때 엔비디아 주가가 800달러보다 높으면 영희가 철수에게 1달러를, 800달러보다 낮으면 철수가 영희에게 1달러를 주는 게 어떻냐고 제안합니다.

철수와 영희는 각자 자기주장에 확신이 있는터라, 오른 정도와 내린 정도에 따라 내기 금액이 켜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800달러에서 오르거나 내린 금액만큼 상대에게 주기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거래 상품이 선물입니다. 철수는 선물매수 포지션을, 영희는 선물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입니다.

콜옵션

철수는 흥분한 탓에 내기를 하였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본인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희의 말처럼 최근에 엔비디아가 너무 많이 올라서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올 듯합니다.

내기를 무르자니 자존심이 상할 듯해서, 영희에게 전화를 걸어 내기 방식을 바꾸자고 합니다.

  • 철수: 내가 생각해 보니 영희 네 의견에 타당성이 있어.

이렇게 띄워주니 영희는 벌써 본인이 내기에서 이긴 듯 의기양양해집니다.

  • 영희: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어쩔래 내기 무를래?
  • 철수: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10% 이상 오르면 그 이후에 오른 만큼 내가 먹고,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내가 10달러를 주는 것으로 하자. 너도 많이 올라봤자 10%라고 했잖아.

영희는 철수가 굽히고 들어오니 기분도 좋고 해서 내기 변경을 수락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거래 상품이 콜옵션입니다. 철수는 콜옵션 매수 포지션을, 영희는 콜옵션 매도(발행) 포지션을 취한 것입니다. 10달러와 10%는 모두 콜옵션의 프리미엄입니다.

커버드콜

영희는 기분이 좋아서 내기 변경에 응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본인에게 불리한 내기라고 느꼈습니다. 철수는 기껏해야 10달러 손해를 보는데, 자신은 최악의 경우 880달러(800달러 + 10%)에서 오른 만큼 손실을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희는 엔비디아의 단기 시세가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지, 장기 수익률은 좋을 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철수 말처럼 엔비디아가 100% 오른다면, 영희는 철수에게 720달러(1600달러 - 880달러)를 주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철수에게 전화해서 내기를 원래대로 바꿀까 고민하다 묘안이 떠 올랐습니다. 엔비디아를 사두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2배로 오르면, 보유한 엔비디아의 절반을 팔아서 철수에게 주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철수에게 돈을 주는 날 엔비디아를 매수한 셈이 됩니다. 10% 이상 오르면 차액을 주기로 했기에 10%인 80달러는 덤으로 생깁니다.

엔비디아가 하락하면 비록 영희는 손실을 보겠지만, 내기에는 이기고, 10달러만큼 손실이 줄어듭니다. 영희도 엔비디아의 장기 전망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를 언제 살까 하는 결정만 남은 상황인데, 지금 사는 것도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이러한 구조의 거래 상품이 커버드콜입니다. 영희는 기초 자산인 엔비디아를 보유함으로써, 엔비디아 상승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헤지 합니다.

내기를 반복하면 어떻게 될까?

다음 달이 되면 철수나 영희 중 누군가 내기에 이길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내기를 무한히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철수와 영희 둘 다 나름 논리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철수가 이기고, 어떤 경우에는 영희가 이길 것입니다. 둘 중 한 명이 계속해서 진다면, 내기는 반복되지 못합니다. 내기가 반복해서 지속되려면 양쪽 모두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프리미엄이 계속 조절되어야 합니다.

보유 자산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각각 현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희는 현금으로 엔비디아를 사두었습니다. 내기가 한 판 진행되면, 둘 중 누군가의 돈은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집니다. 둘 다 장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아니기에, 보유 현금을 고려해서 적절한 비중으로 내기에 임한다면, 어느 누구도 빈털터리가 되지 않습니다.

영희가 내기에 이기면, 영희는 철수에게 현금을 받습니다. 영희는 다음번 내기를 위해 이 돈으로 엔비디아를 살 것입니다. 영희가 내기에 지면, 보유한 엔비디아 일부를 팔아야 합니다. 매도 대금을 철수에게 지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콜옵션 구매자도 장기적으로 수익이 나기 때문에 내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콜옵션 구매자의 이득은 기초 자산의 수익률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커버드콜 ETF는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의 수익률 일부를, 콜옵션 구매자에게 나누어 주는 효과가 납니다.

이 때문에,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의 장기 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시각: 변동성 판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에 비해 변동성이 낮습니다. 대신 수익률도 낮아집니다. 참고: 커버드 콜 전략은 유용한가? (커버드 콜 전략을 쓰는 주요 ETF의 지금까지 수익률과 분석)

커버드콜 ETF의 변동성은 왜 낮아졌을까요? 변동성을 돈을 주고 팔았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을 돈을 주고 팔다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디에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상품에 가입합니다. 바로 보험입니다.

보험은 간혹 발생할 수 있는 큰 지출을 매달 소액의 지출로 바꾸어주는 상품입니다. 의료 보험이라면, 의료비 지출의 총합보다 보험료 지출의 총합이 더 크기 때문에 보험사는 수익이 납니다. 다르게 말하면, 보험사는 지출의 변동성을 돈을 받고 사가는 셈입니다.

커버드콜 ETF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 상품 수익률의 변동성 일부를 콜옵션 매수자에게 돈을 주고 파는 것입니다. 그러니 변동성이 줄어드는 대신, 기초 상품의 상승률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게 됩니다. (콜옵션 매수자가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에 변동성을 돈을 받고 사가는 것이 됩니다)     

보험이라는 것이, 보험 가입자 전체가 내는 돈보다 적은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개별 가입자 입장에서는 지출의 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인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수준의 변동성에 적절한 수준의 수익률을 가진 커버드콜 ETF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필요로 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이 기초 상품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기초 상품의 상승률을 커버드콜옵션 매수자와 나누어 가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기초 상품의 변동성을 돈을 주고 판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해석이든, 이로 인해 커버드콜 ETF의 변동성은 낮아지면서 기초 상품보다 수익률은 떨어지게 됩니다. 비록 수익률은 낮아지지만, 낮은 변동성이 더 중요한 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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