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타이밍은 고려해야 하는가? (마켓 타이밍과 투자)

적립식 투자를 소개하면서,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은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예를 듭니다. 철수와 영희는 지수 추종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합니다. 철수는 매년 가장 낮은 가격에, 영희는 매년 가장 높은 가격에 매수합니다.

수십 년 동안 장기 투자한 두 사람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예상과는 달리 수익률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계산은 맞습니다만, 논리적으로는 잘못된 설명입니다. 매년 가장 낮은 가격에 매수할 능력이 있는 철수가 적립식으로 투자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장기 패시브 투자와 마켓 타이밍 #1 (장기 적립식 투자에서 마켓 타이밍은 의미가 없는가?)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 글에서는 마켓 타이밍과 투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투자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고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전략은 많은 경우 유효합니다. 전체 수익은 주식 투자와 같은 자본으로 만든 수익뿐 아니라,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만든 수익도 합산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자원을, 근로 또는 사업에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면, 이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효율이 높은 마켓 타이밍 전략은 장기적으로 효융성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이를 발견하고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와 마켓 타이밍

마켓 타이밍은 투자에 유리한 시기와 불리한 시기에 판별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 자산이 오를 것 같으면 매수하고, 내릴 것 같으면 매도하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에서 마켓 타이밍을 협소하게 해석하면, 주가의 흐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켓 타이밍을 주가 흐름을 이용하여 판별하는 것일 뿐입니다.

투자라는 정의에 마켓 타이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투자에 대한 정의입니다.

투자란 특정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시간을 투입하거나, 자본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는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며 돈 (때로는 시간과 같은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다.

정의에 미래의 이익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미래의 이익이란 무엇일까요? 현재 가격과 미래의 추정 가격 간의 차이입니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가격이 오를 거라 예상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 투자를 하는 이유는 현재 가격이 미래의 추정 가격보다 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투자라는 개념 자체에 마켓 타이밍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투자는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이고, 마켓 타이밍이 투자 성과의 핵심 요소입니다.

간혹, 나는 기업의 내재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기에,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투자할 종목을 선별하기 위해서 기업의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해서 미래 가격을 추정합니다. 추정 가격과 현재 가격 간에 차이가 충분히 큰 경우 투자를 하게 됩니다.

현재 가격과 미래 추정 가격은 계속 변합니다. 그러니 투자할 종목을 선별한다는 것은 해당 시점에서 예상되는 미래 이익이 가장 큰 종목을 골라내는 것을 말합니다.

만일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재무제표를 분석해서 미래 가격을 추정하여 현재 가격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래의 수익을 예상하기 위해 현재 가격과 비교하는 것인데, 현재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데, 미래 가격을 추정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지 말라는 의미

마켓 타이밍을 고려할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은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 사원으로 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실수령으로 월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데, 이 중에서 100만원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투자에 신경 쓸수록, 그만큼 가족, 친구, 일에 쏟을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듭니다. 투자와 일에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을 위한 것입니다. 가족과 친구에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원을 잘 배분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자와 일만 본다면, 하루 1시간씩 주식 투자 공부를 하면서 투자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동일한 시간을 업무와 관련한 능력을 키우는 데 사용하여, 연봉 인상과 승진에 유리한 위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수치로만 따지자면, 어느 쪽이 투자 효율이 높은지에 달려 있습니다. 월 100만원을 지수 추종 ETF에 적립하고 투자에 신경을 쓰지 않음으로써, 온전히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인 분도 있고, 투자 자금을 최대한 잘 굴려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두는 것이 더 유리한 분도 있습니다.

투자 자산의 규모가 작은 경우 특히 사회 초년생이라면, 인적 자원 개발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평균 4년이면 승진하는 회사에서, 남들보다 1년 일찍 승진했다고 하겠습니다. 성과급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승진으로 월급이 50만원 올랐다면, 3년을 투자해서 600만원을 번 셈입니다.

주식 투자는 포지티브 섬 게임입니다. 누군가 시장 수익률 이상으로 수익을 올린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시장 수익률 이하로 수익을 얻게 됩니다. 누구나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시장에 참여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자산에 (이 역시 따지고 보면 마켓 타이밍입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여유 시간을 인적 자원 개발과 본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며

마켓 타이밍이 투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마켓 타이밍은 투자에 있어 핵심 요소입니다. 이는 마켓 타이밍이 투자 성과에 있어 중요하다는 의미이지,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미래는 불확실하며, 주식 투자는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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