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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이 걱정되시나요? ELS가 있습니다 (ELS와 보험 그리고 예금의 유사성)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7. 18:07

3년 전에 가입했던 ELS 두 건이 최근 만기 상환되었습니다. 요즘 말이 많은 홍콩H지수(HSCEI: 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가 기초 자산으로 포함된 상품입니다. 한 건은 -54.9% 손실을 보았고, 다른 한 건은 세후 13.1% 수익을 보았습니다.

손실이 난 상품의 경우, 기초 자산 세 가지(EUROSTOXX50, HSCEI, S&P500) 중에서 EUROSTOXX50과 S&P500은 30% 이상 올랐습니다. 홍콩H지수만 -50% 이상 하락했는데, 하락률이 가장 큰 홍콩H지수를 기준으로 손실이 확정되었습니다.

ELS는 중위험 중수익이라고 홍보하면서 판매하는 투자 상품입니다. 그런데 고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보입니다. ELS가 어떤 상품인지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ELS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LS 상품의 특성을 설명하고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입니다.

위험이 걱정되시나요? 보험에 가입하세요.

누구나 보험 상품에 하나 정도는 가입하고 있습니다. 사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분도,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적 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자동차를 소유한 분이라면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을 것입니다.

보험 상품의 본질

보험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의료 보험 가입자는 매달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냅니다. 매달 5만원씩 보험금을 내는 대신, 큰 의료비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의료비가 전혀 들지 않거나, 일정 한도 또는 일정 비율로 지출이 제한됩니다.

매달 5만원씩 5년이면 총 300만원의 보험금을 납부한 셈입니다. 5년이 되는 해에 500만원의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고, 본인 부담금이 100만원이었다면, 결과적으로 400만원으로 500만원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 됩니다.

5년이 되는 해까지 별 탈 없이 건강해서, 보험금만 꼬박꼬박 납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자는 미래에 예상하지 못한 큰돈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하여, 평상시에 소액을 지출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보험은 미래의 일시적인 큰 위험(지출)을 평상시의 작은 위험(지출)으로 바꾸는 상품입니다.

보험사는 모든 가입자에 받은 보험금의 총액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출합니다. 보험사 수익은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큰 위험을 작은 위험으로 바꾸는 것을 투자 용어로 설명하면, 높은 변동성(위험)을 낮은 변동성(위험)으로 바꾸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입니다. 즉,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예금 상품의 본질

변동성을 줄여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보험 상품이 특별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상품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금도 보험 기능이 포함된 상품입니다.

대출 금리가 연 5%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어느 기업에 대출을 해 주면 대개의 경우 무사히 5%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이 나쁘면, 그 기업이 파산해서 원금의 절반만 건질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기대 수익률은 대출 금리인 5% 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대출을 해주면, 98% 확률로 정상 회수되어 5% 수익을 거두거나, 1% 확률로 부실이 나서 -50% 손실을 본다면, 기대 수익률은 5% × 98% + (-50%) × 2% = 3.9%입니다.

자금이 많고, 대출해 줄 기업도 충분히 많다면, 이러한 위험을 자체적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를 대신해 주고 대가를 받는 상품이 예금입니다.

은행에 갔더니 예금에 가입하면 3% 이자를 준다고 합니다. 은행은 고객의 자금을 모아 여러 기업에 분산 대출합니다. 5% 금리로 대출해 주지만, 실질 수익률은 3.9%입니다. 은행은 이 중에서 0.9%를 가져가고, 3%를 약정대로 고객에게 이자 명목으로 지급합니다.

은행은 원금 손실이라는 변동성을 없애 주는 대가로, 고객에게 0.9%를 수수료로 받아간 것입니다. 보험사가 미래의 위험을 떠안으면서 수익을올리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ELS

ELS(Equity-Linked Securities; 주가연계증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 자산인 지수 또는 종목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대가로 비용을 받는 상품입니다.

ELS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 구조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가 있는 원금 비보장형 ELS를 가정하고 설명합니다.

ELS 가입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ELS는 다른 보험이나 예금에 가입할 때와 한 가지가 다릅니다. ELS 상품 가입자는 보험이나 예금 가입자가 아니라 보험사 또는 은행 역할을 합니다.

돈의 흐름을 보면 명확합니다. 기초 자산이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ELS 상품 가입자가 소소한 이익을 올립니다. 기초 자산이 크게 하락하면, ELS 상품 가입자가 하락분을 물어 줍니다. 평소에는 작은 돈을 소소히 받으면서, 큰돈을 한 번씩 물어주거나 손해를 보는 보험사 그리고 은행과 동일합니다.

ELS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ELS 가입자가 보험사 또는 은행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ELS에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ELS 가입 1건은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대출 1건과 동일합니다. ELS를 구매한 돈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부실한 대출자에게 대출이 나가게 되면 원금 손실의 위험이 발생합니다.

은행은 이를 세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보험사 대신 은행을 예로 든 것은, ELS 가입자의 자금 흐름이  먼저 돈을 주고 이자를 받으면서 만기에 원금을 회수하는 은행의 대출과 그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가능한 대출 상환 가능성이 높은, 즉 부도 확률이 낮은 대출자를 선별합니다. 신용도가 높은지, 수입은 일정한지 살펴볼 것입니다. 기업이라면 현재 그리고 미래의 매출과 영업 이익을 확인하거나 추정해 볼 것입니다.

분석 결과 부도 확률이 높다면, 대출 신청을 거절하거나, 보다 높은 대출 금리를 요구할 것입니다.

ELS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 상품이 안정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쿠폰이라고 하는 ELS 수익률이 대출 금리에 해당됩니다. 쿠폰이 높을수록 기초 상품이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가능한 많은 대출자에게 분산해서 대출합니다. 지금은 아무리 신용도가 높고, 영업이 잘되는 회사라고 판단되더라도, 대출 만기 때는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출 가능한 자금을 쪼개어 보다 많은 회사에 대출해서 위험을 분산합니다. 그래야 몇몇 회사에 대출 부실이 생기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부실의 영향이 줄어들게 됩니다.

ELS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한 많은 ELS 상품에 소액으로 나누어서 가입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대출의 위험 간에 상관관계를 추정해서 위험을 분산해야 합니다. 100개의 기업에 대출을 해 주는데 모두 같은 지역, 같은 업종이라면 전체 위험도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해당 지역 또는 해당 업종에 불황이 닥치면, 평균보다 높은 부실률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기간, 지역, 업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대출의 위험을 분산해야 합니다.

ELS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입 시기와 기초 자산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전체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손실이 발생한 본인의 경험

이번에 만기 상환된 상품은 삼성증권의 25545회와 25738회입니다. 이 두 ELS의 기초 상품은 동일하게 EUROSTOXX50, HSCEI, S&P500입니다. 이 중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HSCEI(홍콩H지수)였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HSCEI를 2019년부터 그린 그래프입니다. 그래프에서 붉은색 선 두 개가 제가 가입한 25545회와 25738회입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반등장에서 최고점에 들어갔던 셈입니다.

EUROSTOXX50과 S&P500은 이후 일시 조정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시점보다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에 비해 HSCEI는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이 중에서 25545회는 녹인(Knock-In) 배리어를 터치했고, 결과적으로 HSCEI의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25738회는 운이 좋게 녹인 배리어 바로 위에서 반등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운이 좋은 ELS로 기사에도 실렸습니다. 참고: 69p 차이로 지옥서 살아남은 홍콩 ELS도 있네 [조선일보]

정리하며

ELS는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이 아닙니다. 고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에 가깝습니다. ELS는 보험 또는 예금과 유사한 구조로, 변동성 위험을 줄여주는 대신 대가를 받는 상품입니다.

ELS가 보험이나 예금과 다른 점은, ELS 가입자가 보험 또는 예금 가입자 역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LS 가입자는 보험사나 은행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ELS 투자에 있어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가능한 회피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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