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100억원짜리 기업을 1조원으로 만드는 법 (자사주 매입과 시가총액, 그리고 제빵 오형제)

오렌지사과키위 2024. 3. 28. 19:07

시가총액(줄여서 시총)은 기업의 규모를 재는 척도의 하나입니다. 시가총액이 100억원인 기업은 시가총액이 10억원인 기업보다 10배 큰 기업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시가총액에 대한 정의를 위키백과에서 살펴보면 한국어와 영어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시가총액(時價總額, market capitalization)은 주가발행 주식수를 곱한 것으로 상장회사 혹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위키백과
Market capitalization, sometimes referred to as market cap, is the total value of a publicly traded company's outstanding common shares owned by stockholders.
Market capitalization is equal to the market price per common share multiplied by the number of common shares outstanding.

Market capitalization

시가총액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주가와 발행 주식수를 곱한다고 되어있고, 영어 위키백과에는 common shares outstading 수를 common share의 주가와 곱한다고 되어있습니다.

common share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의미합니다. outstanding comon share는 자사주를 제외한 보통주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영문위키의 설명은 보통주 주가를 자사주를 제외한 보통주수로 곱한 것이 시가총액이라는 설명입니다.

뭔가 비슷하면서도 달라 보입니다. 어떻게 다르고, 투자에 있어서는 무엇을 고려하는 게 적절한지 살펴봅니다.  

주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의 경우 한국어 위키백과의 정의를 이용하여 시가총액을 계산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KOSPI 지수도 동일한 방식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합니다. 투자 목적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계산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산 방식에 따른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과장된 예를 사용하였습니다.  

빵빵 ETF를 개발하는 민수

민수는 제일자산운용에서 일하는 펀드 매니저입니다. 상품 가치가 있는 신규 ETF를 개발하기 위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제빵 산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민수네 팀이 제빵 산업을 조사해 보니, 지난 20년간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고, 순이익도 증가 추세에 있으며, 주주환원률도 높은 편이라 투자자들이 좋아할 ETF를 만들 수 있어 보입니다.

민수네 팀이 개발하고자 하는 ETF (가칭 빵빵 ETF)는 시총가중 지수(가칭 빵빵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입니다. 패시브 ETF는 설정 시 시가총액에 비례해서 종목을 사서 편입해 놓기만 하면 됩니다. 개별 종목의 주가가 변하더라도 리밸런싱이 필요 없기에 관리가 편리합니다. 그만큼 운용보수도 낮출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게 편입 대상 종목에 대한 기초 분석을 부탁했습니다. 주식 시장에는 총 20개의 제빵 관련 종목이 상장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5 종목은 빵 매장(베이커리)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각 기업은 100개씩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매출과 순이익도 엇비슷합니다.

제빵 산업에서 빵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정도 되니, ETF에 각 빵 매장 기업의 주식을 10% 정도씩 편입하면 될거라 예상하였습니다. 정리한 보고서에는 시가총액 항목도 있는데, 배당 빵빵, 소락 빵빵 등 4개의 기업은 100억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사주 빵빵의 시가총액은 1조원입니다.

민수는 어안이 벙벙합니다. 분명히 5개 기업은 매출과 순이익이 비슷한데, 자사주 빵빵은 다른 기업의 100배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게 맞다면, 빵빵 ETF는 자사주 빵빵을 90% 이상의 비중으로 편입해야 합니다.

제빵왕 김당구와 제빵 오형제

김당구씨는 한국의 제빵 산업에 큰 기여를 한 분입니다. 젊은 시절 프랑스 파리 근교 뚜레주롱이라는 소도시에서, 갖은 고생을 해가며 현대적인 제빵 기술을 배웠습니다.

국내에 귀국하여 나폴라용이라는 빵집을 세우고, 빵의 보급과 후인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분을 제빵왕이라 부르며 존경합니다. 참고로 뚜레주롱은 프랑스어로 빵의 고향이라는 뜻입니다.

김당구씨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모두 제빵 업계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빵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들 5명을 제빵 오형제라 부릅니다. 참고로 한 분은 여자입니다.

김당구씨가 나이도 들어가고 자녀들도 분가도 해야 하니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가족회의를 거쳐 서로 무리하게 경쟁하지 않도록 지역을 나누었습니다. 각자 회사를 설립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경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원재료를 공동 구매하고, 직원 고용과 교육도 함께합니다. 직원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해당 지역 기업에서 우선적으로 고용해 주기도 합니다. 각 사의 시그니쳐 빵은 다른 지역에도 공급합니다. 이러한 협력 덕분에 빵 매장 기업 중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합니다.

제빵 오형제의 주주 환원

자녀들 모두 제빵 기업을 훌륭하게 경영하고 있는데,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가 다릅니다. 첫째 동국은 대부분의 순이익을 현금으로 배당합니다. 막내인 철은 자사주 매입을 선호합니다. 홍일점인 유미는 막내처럼 자사주를 매입하지만 즉시 소각합니다.

5개 빵 매장 기업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10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습니다. 운영 방식이나 수익 구조도 엇비슷합니다. 매장 하나에 1억원의 자본이 투자되고, 1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며, 매출의 10%인 1천만원의 순이익이 발생합니다.

상장된 기업들의 평균 PER가 10입니다. 빵 매장 하나는 10%의 수익률을 올리니, 그 가치는 1억원입니다. 각 기업은 1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니, 기업의 가치는 100억원입니다. 100만주를 발행했기에 주가는 1만원입니다. 시총은 100억원입니다.

20년이 흘렀습니다. 순이익 대부분을 계속 배당해 온 배당 빵빵의 주가는 여전히 1만원입니다.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 주가는 1.1만원정도까지 올랐다가, 1천원을 배당하면 배당락이 발생하여, 다시 1만원이 되는 것이 반복됩니다. 100만주가 발행되었으니, 시가총액은 여전히 100억원입니다.

자사주 빵빵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서 발행한 주식의 99%인 99만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100개의 매장에서 10억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자사주는 의결권과 배당 권리가 없습니다. 순이익 10억원은 자사주를 제외한 나머지 1만주의 몫입니다. 1주당 10만원씩 돌아가게 됩니다. 주가는 100만원이 됩니다. 자사주 제외시 시가총액은 100만원 × 1만주 = 100억원입니다. 자사주 포함시 시가총액은 100만원 × 100만주 = 1조원입니다.

99만주의 자사주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자사주 빵빵 주식은 한 주당 100만원에 거래됩니다. 따라서 자사주 빵빵은 100만원 × 99만주 = 9,900억원의 자산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 10억원은 100억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보유한 자사주는 9,900억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 1조원이니, 주가는 1조원 / 1만주 = 1억원이 됩니다. 자사주 제외시 시가총액은 1억원 × 1만주 = 1조원입니다. 자사주 포함시 시가총액은 1억원 × 100만주 = 100조원입니다.

자사주 빵빵의 적정 주가는 얼마일까요? 100만원일까요? 1억원일까요? 시가총액은 100억원일까요? 1조원일까요? 아니면 100조원일까요? 

자사주 빵빵이 자사주를 일시에 모두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1만주만 남게됩니다.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은 10억원입니다. 주당 10만원씩 이익이 돌아가니 주가는 100만원입니다. 시가총액은 100만원 × 1만주 = 100억원입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계산은 맞는 듯한데,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재투자를 하면 시가총액이 늘어날 텐데, 자사주 매입은 왜 그렇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재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당과 동일한 효과를 가집니다.

자사주 빵빵이 이익으로 매장을 늘이거나, 비슷한 수익률을 거두는 제일커피 주식을 매수했다면 재투자입니다. 이렇게 하면, 복리로 기업의 자산이 늘어나고, 주가와 시가총액도 이에 비례해서 상승합니다.

자사주 빵빵이 이익으로 배당을 하면 주주에게 현금이 흘러갑니다. 배당금을 받은 주주가 제일커피 주식을 매수한다면 주주의 자산은 복리로 늘어나게 됩니다.

자사주 빵빵이 이익으로 자사주 매입을 하면 주식을 판 기존 주주에게 현금이 흘러갑니다. 매도 대금을 받은 기존 주주가 제일커피 주식을 매수하면 기존 주주의 자산도 복리로 늘어나게 됩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현금이 순유출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재투자나 타사 주식을 매수하면, 기업 내에서 현금이 다른 수익성 자산으로 바뀌게 됩니다.

얼핏 보기에 자사주도 현금이 수익성 자산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의결권과 배당이 비자사주에게 더해지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 기존 주주에게 현금을 주식을 사 와서 다른 주주에게 배당한 것과 같습니다. 직접적인 배당이 아니기에 과세이연 효과가 발생합니다.

셋째인 유미가 운영하는 소락 빵빵은 꾸준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발행주수가 초기 100만주에서 1만주로 줄었습니다. 자사주 빵빵과 동일하게 주가는 100만원이 됩니다. 시가총액은 100만원 × 1만원 = 100억원입니다. 참고로 유미는 소각 빵빵이라는 이름을 쓰려고 했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소락(小樂; 작은 행복) 빵빵으로 지었습니다.

배당 빵빵, 자사주 빵빵, 소락 빵빵이 만드는 기업 이익은 동일합니다. 주가는 각각 1만원, 100만원, 100만원입니다. 비자사주는 각각 100만주, 1만주, 1만주입니다. 시가총액을 기업 가치로 본다면, 모두 100억원이 되어야 합니다.

민수가 자사주를 포함해서 시가총액가중방식으로 빵빵 ETF를 설정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100배의 비중으로 편입한 자사주 빵빵의 순이익은 다른 빵 매장 기업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 계산이 잘못된 것입니다.

참고: 주주 환원의 효율은 그 방법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기업 이익이 투자된 최종 자산의 수익률에 달려 있습니다. 세금을 제외하면 특정 방법이 주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오를까? (주주환원: 재투자,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투자에서 시가총액, EPS, PER 계산 방법

투자에서 기업의 가치를 추정하기 위해 시가총액,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를 계산할 때에는 자사주는 제외해야 합니다.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가 outstanding share입니다.

각각은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 \text{EPS} = \frac{\text{순이익}} {\text{자사주 제외 발행주수}} $$

$$ \text{PER} = \frac{\text{주가}} {\text{EPS}} $$

$$ \text{시가총액} = \text{주가} \times \text{자사주 제외 발행주수} $$

자사주 빵빵의 EPS는 10억원 / 1만주 = 10만원입니다. PER 10이라면 주가는 100만원이 됩니다. 시가총액은 100만원 × 1만주 = 100억원입니다.

한국은 많은 경우 시가총액을 구할 때 발행주수를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이 과다하게 계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고: [한미재무학회 칼럼] 시가총액서 자사주 빼야   

정리하며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시가총액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주가에 발행주수를 곱하여 시가총액을 구하는 경향이 높은 한국의 경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과대 평가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자사주는 의결권과 배당권리를 비자사주에 위임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기에, 시가총액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또한 자사주 매입은 재투자가 아니기에, 꾸준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시가총액을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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