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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기사 읽기]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은 정말 주주를 위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을까?

오렌지사과키위 2023. 4. 28. 08:47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은 전환사채 60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인수하여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를 주주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 기사를 읽고 이동채 회장의 결단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의 의도대로 여론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은 정말 주주를 위한 결정이었을까요?

 

[단독]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결단...“주주가치 위해 6천억 이익 포기”

 

 

[단독]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결단...“주주가치 위해 6천억 이익 포기”

600억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 안하기로 에코프로, 자기사채 취득 후 소각 결정 10배 평가차익에도 “회사·주주이익 우선”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환사채(CB) 매수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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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란 무엇인가?

전환사채(Convertable bond - CB)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낮은 이율로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신규 주식을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행하는 채권(회사채)입니다. 예를 들어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는 (추가) 대출이 어렵다고 하거나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에 유상증자를 할 수 있을 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면서 해당 기업의 미래를 확신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으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시중보다 낮은 이자를 주는 대신 향후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을 발행하게 되는데 이를 전환사채라고 합니다.

 

전환사채 채권자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다가, 주가가 많이 오르면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채이기에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 원금을 전부 또는 일부 날릴 수 있는 위험이 이는 대신,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전환사채의 콜옵션이란 무엇인가?

기업 입장에서 전환사채는 당장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르게 되면 기회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당 1만원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를 100만원치 발행했는데, 이후에 주가가 2만원이 되면 기업은 100만원을 빌려 200만원에 갚게 되는 결과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기업은 기회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콜옵션을 계약에 추가합니다. 전환사채 발행분의 일정 비율에 대해서 기업이 본래 가격으로 갚을 수 있다는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40%에 대해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면, 기업이 자금에 여유가 생기고 주가도 오른 상황에서 100만원의 40%인 40만원은 원금으로 갚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나머지 60만원은 본 계약대로 전환가능한 사채로 남게 됩니다.

 

이렇게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기업입장에서는 기회 손실이 줄어들게 되지만, 그만큼의 자금이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만일 최대 주주나 총수가 이 콜옵션을 대신 받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본인이 40만원을 대납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40만원은 채권자에게 주고 콜옵션은 본인이 소유하게 됩니다. 주가는 1만원에서 2만원으로 2배가 되었으니 80만원치 주식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생기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의 유출이 없어지는 대신 기회 손실을 여전히 발생하게 됩니다. 장부상으로는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과 후가 동일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최대 주주나 총수에게 기업의 이익을 넘기는 결과를 낳습니다.

 

에코프로의 전환사채 콜옵션의 규모는?

에코프로는 2021년 7월에 발행한 1,500억원의 전환사채에 대해 40%인 60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습니다. 에코프로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 6만원 정도였던 주가가 최근 60만원 정도로 주가가 약 10배 상승했습니다. 에코프로는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600억원을 지출하였고 주식 평가액 6,000억원을 지켰으니, 결과적으로 5,4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기사에서는 이 콜옵션을 이동채 회장이 받아가지 않음으로해서 기업과 주주들의 이익을 지켰다고 하지만, 실은 배임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불과합니다. 회사 자금 5,400억원을 유용하지 않은 것을 큰 결단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이러한 콜옵션에 대한 평가액을  장부상에 본래 가격인 600억원으로 기입하였고,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이 크지 않을 수 있기에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이번 경우에는 누가 봐도 배임이 될 수 있는 행위였습니다.

 

정리하며

과연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이에 대해 몰라서 이런 기사를 썼을까요? 기자는 혼자서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경험 많은 사수와 편집국의 검수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전환사채 콜옵션을 무상 양도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는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CB 콜옵션, 대주주에게 무상양도했다간 주주 소송

 

CB 콜옵션, 대주주에게 무상양도했다간 주주 소송 | 중앙일보

A사는 B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발행금액 100만원 CB(만기 2년, 전환가격 1만원)를 발행했습니다. A사가 B사모펀드에게 발행금액의 30%(30억원)에 해당하는 CB를 매도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ww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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