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룡(一龍; First Dragon)이는 숫자 1을 좋아합니다. 1월 1일에 태어났고, 아파트 1층에 거주하고 있으며, 자녀도 1명입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최고의 수익률을 거둘 거라 예상되는 한 종목에만 집중 투자합니다.
일룡이의 친구들도 주식에 투자하지만 투자 스타일은 각기 다릅니다. 시장(市場; Market)이는 시총가중 방식의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투자합니다. 동일(同一; Equality)이는 모든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동일가중 ETF로 투자합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 보면, 각자 자신의 투자 전략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토론했습니다. 일룡이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얼마나 종목을 잘 선정해야 친구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시장이와 동일이의 수익률
일룡이, 시장이, 동일이는 모두 KOSPI 시장에 상장된 대형주에만 투자합니다. 한국거래소 기준으로는 시총 상위 100위까지가 대형주입니다. 참고: 대형주를 선택한 이유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이 존재하는 분석에서, 상장 폐지와 같은 상황 발생을 최소화하여, 분석 결과의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덜 낮추기 위함입니다.
시장이와 동일이의 과거 수익률은 손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매년 KOSPI 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에서 시총 상위 종목을 골라 수익률의 산술 평균을 계산하면 됩니다. 시장이의 수익률은 시총을 가중치로 고려한 가중 산술 평균으로, 동일이의 수익률은 일반 산술 평균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주의: 이 분석에는 생존 편향이 있습니다. 다음 해 투자 시점까지 상장이 유지된 종목만 투자 대상으로 간주합니다. 이 분석의 주목적은 투자 전략의 절대 수익률을 살펴보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 전략의 상대적인 비교이기에 생존 편향을 허용하여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장 폐지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항상 투자 수익률을 낮추지는 않습니다.
아래는 시총 상위 101위 이내의 종목에 분산 투자한 시장이와 동일이의 지난 24년간의 자산 규모 변화입니다.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로 한 칸은 100%입니다. 한 칸 위로 올라가면, 이전보다 자산이 2배씩 지수적으로 증가합니다. 한 칸 아래로 내려가면, 이전보다 자산이 절반씩 지수적으로 감소합니다. 수익률이 아니라 자산의 규모를 나타내기에 2⁰은 초기 투자금이 됩니다.
매년 5월말에 KOSPI 시총 상위 101 종목에 투자하고, 이듬해 5월말에 배당을 고려한 후 리밸런싱을 하는 것을 가정하였습니다. 종목수가 101개인 이유는 중앙값(Median) 또는 4분위수(Quartile) 계산이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우선주는 제외했습니다.
가로축은 투자 결과를 확인한 연도입니다. 2020년이라면 2019년 5월말에 투자해서 2020년 5월말에 확인한 성과입니다.
시총가중, 동일가중 모두 장기적으로 자산의 규모가 우상향 했습니다. 동일가중의 성과가 조금 더 높았습니다. 하단의 보조 그래프는 매년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의 수익률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는 동일가중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지만, 이후로는 뚜렷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단 그래프에서도 2007년 이후에는 자산 규모의 차이가 더 이상 벌어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형주에서 동일가중 투자의 우위는 2007년 이후로 거의 사라진 듯합니다.
일룡이는 몇 등을 해야 할까?
일룡이는 평균적으로 매년 몇 등에 해당하는 종목에 투자하면 시장이와 동일이의 수익률을 앞설 수 있을까요? 아래는 일룡이가 101 종목 중에서 매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Rank 1), 26번째(25% 지점), 51번째(50% 지점), 76번째(75% 지점), 그리로 가장 수익률이 낮은 종목(Rank 101)에 투자했을 때의 성과입니다.
매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에 투자한 Rank 1은 24년간의 투자로 자산을 65.8억배로 불렸습니. 2000년 5월말에 1만원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65.8조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100만원만 투자했어도 6,580조원이 되는데, 이는 KOSPI 시총 2천조원 정도를 가뿐하게 뛰어넘기 때문입니다.
매년 수익률이 가장 낮은 종목에 투자한 Rank 101은 24년간 자산을 1,564억분의 1로 줄였습니다. 1경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면, 지금은 6만원정도 남아있을 것입니다.
시총가중 수익률과 동일가중 수익률을 함께 살펴보면, 초록 선으로 표시된 Rank 51이 살짝 아래에 있습니다. Rank 51은 101개 종목 중에서 수익률 기준으로 가운데에 위치한(중앙값) 종목을 매년 선택한 경우입니다.
일룡이가 중간 수익률을 기록하는 어중간한 종목에 매년 투자한다면, 시중이와 동일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위의 그래프를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평균 성장률(CAGR)로 나타낸 것입니다.
최고의 수익률은 거두는 Rank 1의 CAGR은 150%가 넘습니다. 중앙값이라고 할 수 있는 Rank 51의 CAGR은 4% 정도입니다.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의 CAGR은 7.6%와 10.4%로 각각 Rank 46과 Rank 42~43 정도에 해당됩니다. 참고: 매년 중앙값에 해당되는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에 투자했다는 의미이지, 24년 투자 결과의 중앙값은 아닙니다.
일룡이가 어떤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서 종목을 어느 정도 필터링할 수 있다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적자 종목을 제거한다던가,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이 원활한 종목에서 고른다면 큰 무리 없이 가능할 듯합니다. 참고: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방식으로 종목 선정 또는 필터링이 가능하다면, 이를 이용하여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패시브(passive) ETF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기 CAGR이 50% 정도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투자자라면, 101 종목 중에서 평균적으로 11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선정한 셈입니다. 가히 매의 눈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투자했지만 본전에 그친 투자자도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Rank 57에 해당되니 중간 정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참고: 매년 모든 종목에 순차적으로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기하 평균 수익률은 4.5%입니다.
아래는 위의 그래프를 표로 나타낸 것입니다. 본인의 CAGR과 비슷한 값을 찾으면, 대략 본인이 선정한 종목의 평균 순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년간 CAGR이 15%라면, 101 종목 중에서 37번째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선정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이 표는 과거 데이터에 기초한 것입니다. 분석 기간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순위 | 0위 | 20위 | 40위 | 60위 | 80위 | 100위 |
1 | 156.5% | 33.3% | 11.9% | -2.6% | -16.6% | -65.8% |
2 | 116.6% | 31.4% | 10.8% | -3.5% | -17.4% | |
3 | 103.0% | 30.3% | 10.1% | -4.1% | -18.2% | |
4 | 89.4% | 29.1% | 9.3% | -4.8% | -19.5% | |
5 | 81.1% | 27.8% | 8.3% | -5.3% | -20.5% | |
6 | 74.2% | 26.8% | 7.7% | -6.0% | -21.8% | |
7 | 70.1% | 25.6% | 6.8% | -6.7% | -22.9% | |
8 | 65.0% | 24.4% | 6.2% | -7.4% | -24.2% | |
9 | 60.3% | 23.5% | 5.5% | -8.0% | -25.6% | |
10 | 57.3% | 22.3% | 4.8% | -8.6% | -26.5% | |
11 | 54.6% | 21.3% | 4.0% | -9.2% | -27.8% | |
12 | 51.2% | 20.5% | 3.1% | -9.9% | -29.1% | |
13 | 48.0% | 19.2% | 2.5% | -10.6% | -30.7% | |
14 | 46.2% | 18.1% | 1.9% | -11.2% | -32.7% | |
15 | 43.3% | 17.0% | 1.3% | -12.0% | -34.5% | |
16 | 41.3% | 16.0% | 0.7% | -12.8% | -36.6% | |
17 | 39.8% | 15.0% | 0.1% | -13.4% | -39.4% | |
18 | 38.5% | 14.4% | -0.6% | -14.4% | -42.6% | |
19 | 36.8% | 13.5% | -1.4% | -15.2% | -45.9% | |
20 | 35.0% | 12.6% | -1.8% | -15.9% | -53.4% |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은 어려울까?
일룡이가 시장 수익률(시장이와 동일이의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일룡이가 항상 수익률 상위 20%에 속할 종목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로 항상 수익률 하위 20%에 속할 종목을 판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일룡이가 수익률 상위 k번째 이내에서 종목을 선별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CAGR입니다.
수익률 상위 k번째 종목 중에서 임의로 하나를 고른 경우가 파란 선이며, 상위 k위 이내의 모든 종목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경우가 노란 선입니다. 임의로 고르는 경우는 기하 평균으로 계산된 값입니다.
일룡이가 항상 수익률 상위 40% 이내에서 하나의 종목에서 고른다면, CAGR은 41%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일룡이가 하위 20% 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종목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면, CAGR은 17% 정도가 됩니다. 두 경우 모두 시장 수익률보다 높습니다.
일룡이가 수익률 하위 20% 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종목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한다면, 분산 투자 효과가 발생해서 21% 정도의 CAGR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쉬울 듯하면서, 다시 보면 어려울 듯하기도 합니다.
정리하며
한 종목 투자만 고집하는 일룡이가 시장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종목 선정 능력을 가져야 하는 추정 해 보았습니다. 지난 24년간 KOSPI 시장 시총 상위 101 종목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경우의 CAGR은 7.6%였고,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경우의 CAGR은 10.4%였습니다.
일룡이는 수익률 상위 45위 이내의 종목을 선정해야,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에 투자하는 시장이와 동일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익률 상위 45위는 45% 지점에 해당됩니다. 중간에서 약간 위에 있있습니다. 임의로 종목을 선정하면 시장(시장이와 동일이의)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리적인 수준의 종목 선정 방식이 있다면,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판별 조건으로 수익률이 낮은 20% 종목만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시장 수익률 2배에 가까운 21% 정도의 CAGR을 동일가중 투자로 얻을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아마도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옵션? (커버드콜 노출 비중과 프리미엄, 저노출 커버드콜 ETF는 하락장에도 유용할까?)
-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용 (TR ETF를 이용하여 숨은 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추정해 보자)
- 초소형주 효과의 근원은 무엇일까? (분산 투자 효과를 추정해 보자, 변동성과 수익률,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 소형주 효과는 정말 있을까? (국내장의 초소형주 효과)
- ISPY - ProShares의 초단기 콜옵션 전략 기반 인컴 ETF (넌 누굴 닮았니?)
- 국내 상장 나스닥 100 ETF는 QQQ와 성과가 동일할까?
- QQQ5(QQQ 5배 레버리지)는 1년간 얼마나 녹았을까?
-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수익률은 왜 좋지 못했을까? (커버드콜 ETF를 수식으로 표현해 보자)
- 당신이 JEPI/JEPQ를 사면 안 되는 이유 (해외 상장 인컴 ETF의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삼총사는 출시 후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주식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내 모멘텀 ETF의 지난 성과 (추세를 고려하면 성과가 좋아질까?) (0) | 2024.06.20 |
---|---|
미국장으로 바로 갈까? 나누어서 갈까? (미국장으로의 이전 -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 (0) | 2024.06.19 |
투자 정보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천룡 장군과 후예들, KOSPI 시총 상위 종목을 알려주마!) (0) | 2024.06.18 |
추세와 역추세 매매 (상승한 종목을 사는 게 좋을까? 하락한 종목을 사는 게 좋을까?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으로 살펴보자!) (0) | 2024.06.17 |
아마도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옵션? (커버드콜 노출 비중과 프리미엄, 저노출 커버드콜 ETF는 하락장에도 유용할까?) (0) | 2024.06.15 |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용 (TR ETF를 이용하여 숨은 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추정해 보자) (2) | 2024.06.14 |
초소형주 효과의 원천은 무엇일까? (분산 투자 효과를 추정해 보자, 변동성과 수익률,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0) | 2024.06.14 |
소형주 효과는 정말 있을까? (국내장의 초소형주 효과) (3) | 2024.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