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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용 (TR ETF를 이용하여 숨은 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추정해 보자)

오렌지사과키위 2024. 6. 14. 17:08

이전 글에서 국내 상장 해외 ETF에는 숨은 비용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몇몇 유명 ETF에 환율을 반영하여 국내 ETF와 비교하면, 연 0.7 ~ 0.8% 정도의 가격 차이가 발생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금융투자협회의 펀드별 보수비용비교 페이지에서 파악할 수 있는 비용을 고려하면, 연 0.2% 정도의 차이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0.5% 정도는 어디에 지출되는 비용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전 글: 국내 상장 나스닥 100 ETF는 QQQ와 성과가 동일할까?          

이러한 기초 지수와의 수익률 차이를 소비자가 인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자사의 상품 수익률은 배당 재투자(TR; Total Return)를 가정해서 표기하고, 기초 지수는 배당을 고려하지 않고(PR; Price Return) 표시하는 부적절한 관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기초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passive) ETF임에도 기초 지수보다 수익률이 높은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합니다. 참고: 기초 지수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자랑하는 한국의 ETF          

일부 국내 ETF는 PR 지수가 아닌 TR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기초 지수에서 배당을 일부러 제외할 수 없기에, 기초 지수와 ETF의 수익률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국내 ETF가 기초 지수 대비 어느 정도 수익률이 낮은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의 비용

아래는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TR ETF 중에서 시총 상위 5개 종목과 추가 한 종목입니다. 각 ETF에 대해 기초 지수의 수익률, ETF의 순자산 가치(NAV; Net Asset Value) 수익률, 두 수익률의 차이, 추정 비용을 함께 나타냈습니다.

종목 기간 기초 지수 수익률 NAV 수익률 수익률 차이 추정 비용
KODEX 200TR 1년 10.58% 10.51% 0.07% 0.06%
KODEX Top5PlusTR 1년 38.42% 38.02% 0.40% 0.29%
TIGER MSCI KOREA TR 1년 7.85% 7.82% 0.03% 0.03%
KOSEF 200TR 1년 10.58% 10.51% 0.07% 0.05%
KODEX MSCI KOREA TR 1년 6.57% 7.74% 1.17% -
KODEX MSCI KOREA (PR) 1년 4.35% 7.65% 3.30% -

ETF 시장 가격으로 수익률을 산정하지 않고, NAV 수익률을 보는 이유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마감 동시 호가 때에는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가 호가를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NAV 대비 상당한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NAV가 ETF의 실제 가치이니 이를 이용하여 수익률을 산정합니다.

추정 비용은 기초 지수 수익률과 NAV 수익률을 이용하여 구합니다. 단순 수익률 차이로 비용을 구하면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초 지수가 100% 상승하고, NAV가 98% 상승하면, 비용은 2%가 아니라 1%입니다. 100만원 투자했다면 200만원이 되어야 하는데, 198만원이 되었으니 (200만원 - 198만원) / 200만원 = 1%의 비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상위 4개의 TR ETF 중에서는 KODEX Top5PlusTR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큰 비용이 지출되지 않습니다.

KODEX MSCI KOREA TR(이하 KODEX-TR)의 수익률은 얼핏 봐도 잘못되어 있습니다. 이 상품은 TIGER MSCI KOREA TR(이하 TIGER-TR)과 동일한 MSCI KOREA Gross TR(Total Return) Index를 추종합니다. 두 상품의 기초 지수의 수익률은 비슷해야 하고, TR 상품이니 NAV 수익률도 거의 같아야 합니다.

TIGER-TR의 기초 지수 수익률은 7.85%, KODEX-TR은 6.57%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1.28%나 차이가 나니, 둘 중 하나는 또는 둘 다 잘못 표시한 것입니다. TIGER-TR의 NAV 수익률은 기초 지수에 가까운 7.82%입니다. 그러니 기초 지수 수익률은 TIGER-TR이 표시한 7.85%가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삼성자산운용의 기초 지수 수익률 계산 방식이 특이한 듯합니다. TR ETF임에도 기초 지수 수익률과 NAV 수익률이 날짜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순위가 바뀝니다.

맨 마지막에 KODEX MSCI KOREA은 MSCI KOREA Index를 추종합니다. 앞의 두 ETF의 기초 지수와는 달리 Gross라는 단어가 없기에 다른 지수입니다. 이 지수는 PR 지수입니다.

NAV 수익률이 7.65%로 KODEX-TR의 7.74%와 비슷한 것으로 봐서는 편입 종목도 유사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초 지수 수익률은 6.57%와 4.35%로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기초 지수의 수익률은 4.35%인데, ETF의 NAV는 7.65%라면, ETF가 1년간 기초 지수보다 3.30%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말이 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KODEX MSCI KOREA는 자사 상품에 대해서는 배당 재투자로 수익률을 산정하고, 기초 지수는 PR 지수이니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몇몇 상품만 살펴보았지만,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비용 부담은 없을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 (환노출)

동일한 방식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를 살펴봅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상품으로 2개의 TR ETF가 있습니다. 각각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합니다.

종목 기간 기초 지수 수익률 NAV 수익률 수익률 차이 추정 비용
KODEX 미국S&P500TR 1년 37.08% 36.48% 0.60% 0.44%
  3년 65.74% 63.48% 2.26% 0.46%
KODEX 미국나스닥100TR 1년 43.46% 42.87% 0.59% 0.41%
  3년 76.98% 74.60% 2.38% 0.45%

1년 및 3년 추정 비용을 비교해 보면 두 상품 모두 안정적으로 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모두 연 0.4% 정도입니다. 참고: 이전 글에서 연 0.7 ~ 0.8% 비용이 나가는 것으로 추정되었던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PR ETF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총비율비용(TER)과 매매중개수수료율을 감안하여 실비용을 추정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총비율비용(TER) 매매중계수수료율 실비용 추가 비용 (1년 기준)
KODEX 미국S&P500TR 0.09% 0.08% 0.17% 0.23 ~ 0.27%
KODEX 미국나스닥100TR 0.11% 0.06% 0.17% 0.20 ~ 0.24%

최근 공격적으로 ETF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두 상품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0.01%로 낮추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데이터는 현재 총보수를 기준으로 계산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0.04% 정도 추가 비용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표면적인 비용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수익률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는 숨은 비용이 0.2% 정도 남게 됩니다.

해외 상장 해외 ETF는 어떻까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VOO,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의 비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기초 지수 수익률 NAV 수익률 수익률 차이 추정 비용 총보수
SPY 28.19% 28.01% 0.18% 0.14% 0.0945%
VOO 28.19% 28.15% 0.04% 0.03% 0.03%
QQQ 31.12% 30.82% 0.30% 0.23% 0.20%

각각 0.14%, 0.03%, 0.23%로 ETF가 제시하는 총보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 (환헤지)

TR 상품이면서 환헤지가 되는 ETF도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상품으로, KODEX와 마찬가지로 각각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합니다.

종목 기간 기초 지수 수익률 NAV 수익률 수익률 차이 추정 비용
TIGER 미국S&P500TR(H) 1년 23.47% 26.85% 3.38% 3.38%
TIGER 미국나스닥100TR(H) 1년 32.48% 28.88% 3.60% 3.60%

금융투자협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총비율비용(TER)과 매매중개수수료율을 감안하여 추가 비용을 추정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총비율비용(TER) 매매중계수수료율 실비용 추가 비용 (1년 기준)
TIGER 미국S&P500TR(H) 0.23% 0.08% 0.31% 3.07%
TIGER 미국나스닥100TR(H) 0.24% 0.14% 0.38% 3.22%

TIGER 미국S&P500TR(H)과 TIGER 미국나스닥100TR(H)은 실비용을 제외해도 연 3%가 조금 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남은 비용의 상당 부분은 환헤지 비용입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를 고려해 본다면, 연 2.5% 이상이 환헤지 비용으로 나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 분석에서 파악한 연 0.7% 수준을 기본 비용으로 가정하면 (앞의 KODEX의 0.4%대 보다 조금 높은 비용입니다), 환헤지 비용은 각각 3.38% - 0.7% = 2.68%, 3.60% - 0.7% = 2.90%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추가: 한 카페 회원님의 염려처럼, 환헤지 비용은 고정이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차이에 추가 비용이 붙는 구조입니다. 2024년 6월 17일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는 각각 3.5%와 5.25 ~ 5.50%입니다. 차이는 1.75 ~ 2.00%입니다. 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치인 2%라고 가정하면, 두 ETF가 환헤지를 위해 부담하는 기본 비용은 각각 0.68%와 0.90%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한국과 미국의 일반적이지 않은 기준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면, 전체 환헤지 비용은 상당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배당 재투자를 가정한 TR 지수를 따르는 ETF를 이용하여 실제 비용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에는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눈에 띌만한 큰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에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이 VOO와 QQQ 대비 연 0.4%와 0.2% 정도 추가 비용 또는 수익률 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4년 현시점에서 이 두 TR 상품은 배당 소득에 대해 자체적으로 과세 이연이 됩니다. 또한 절세 계좌를 이용한다면, 이로 인한 이득이 추가 비용을 넘어설 수 있기에 큰 부담은 없는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환헤지가 되는 TR ETF가 있습니다. 현시점 한미 기준 금리 차이가 상당해서 삼성자산운용의 환노출 상품 대비 연 3%에 가까운 환헤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환율에 대한 나름의 전망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투자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로 보유하는 투자에 적절한 상품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참고: 환헤지 할까 말까? (장기투자에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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