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소형주 효과는 정말 있을까? (국내장의 초소형주 효과)

오렌지사과키위 2024. 6. 12. 19:02

홍용찬씨의 퀀트 투자 입문서인 "퀀트투자 처음공부"라는 책을 읽다가 시총가중이 아닌 동일가중으로 벤치마크를 설정한 부분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저자는 소형주가 중대형주보다 수익률이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형주를 상대적으로 우대할 수 있는 동일가중으로 벤치마크를 설정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참고: 퀀트투자 처음공부 (홍용찬) - 기본에 충실한 퀀트 투자 입문서 (서평)

추가: 저자분께서 이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댓글로 달아주셨습니다. 동일가중으로 벤치마크를 설정한 이유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 아닙니다. 퀀트 분석으로 도출한 투자 전략의 초과 수익을 보다 공정하게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벤치마크는 시총가중으로 설정하고, 퀀트 투자 전략은 동일가중으로 두는 것은 합리적인 비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퀀트 투자 전략도 시총가중으로 두면, 시총에 의한 영향으로 초과 수익을 파악하고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이 현실적으로 시총가중보다는 동일가중에 가깝게 퀀트 투자 전략을 운용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동일가중으로 벤치마크를 설정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벤치마크를 설정할 때 실투자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국내장이라면 일반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KOSPI 지수 대신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하나인 KODEX 200을 벤치마크로 사용합니다. KODEX 200은 시총가중 방식을 사용합니다.

전 종목에 대해 동일가중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ETF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장의 경우 KOSPI 200 지수에 편입된 종목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KODEX 200동일가중 정도가 거의 유일한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상품은 소형주를 편입하지 않습니다. 참고: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의 경우, 시총 1~100위를 대형주, 101~300위를 중형주, 그 이하를 소형주로 분류합니다. 미국의 경우 시총 500위까지를 대형주로 분류합니다. 

벤치마크가 반드시 실투자 가능한 상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퀀트 분석으로 선정한 100개의 종목에 대해 동일가중 또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비중을 보정하여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면, 동일가중은 벤치마크로서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소형주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궁금해져서 국내장에서의 소형주 효과를 살펴봅니다. 추가: 위의 추가 설명처럼 저자는 소형주 효과 때문에 동일가중을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업데이트: (2024. 6. 13) 초기 실험 결과에 생존 편향이 남아 있었기에, 분석 결과를 수정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모두 -100% 손실로 간주하였습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시총가중과 동일가중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시총가중은 시총 비율대로 종목 비중을 결정합니다. 제일전자의 시총이 1,000억원이고, 삼삼전자의 시총이 500억원이라면, 2 : 1의 비중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합니다. 대부분의 지수 산출에는 시총가중을 사용합니다. 참고: ETF 편입 비중은 어떻게 결정되나? (자사주 빵빵을 편입할 수 없다고? 시가총액과 유동시가총액)

동일가중은 대상이 되는 모든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편입합니다. 제일전자와 삼삼전자를 1 : 1로 편입합니다.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의 중간쯤 되는 방식도 개발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지수는 시총가중 버전과 동일가중 버전이 모두 있는 경우가 많고, ETF로 상품화되어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코스피 200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대상으로 KODEX 200은 시총가중을, KODEX 200동일가중은 동일가중을 사용합니다.

아래는 상장된 지 7년이 넘어가는 KODEX 200동일가중의 성과를 KODEX 200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하였습니다. 출처: KODEX 200동일가중 vs KODEX 200

KODEX 200동일가중과 KODEX 200의 수익률 추이

KOSPI 200 지수는 중대형주 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대형주의 경우 동일가중의 성과가 시총가중에 비해 우수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 다우 지수S&P 500 지수에서 동일가중이 시총가중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보인 정도입니다. 참고: 동일가중(동일비중) ETF는 시총가중 ETF에 비해 성과가 더 좋았을까?

미국에는 소형주를 대표하는 지수로 러셀 2000이 있습니다. 시총 상위 1,001위부터 3,000위까지 편입한 지수입니다. 러셀 2000 지수는 세부적으로 시총가중과 동일가중 버전이 모두 있습니다. 아래는 러셀 2000 지수의 최근 5년 수익률 추이를 대형주 지수인 S&P 500와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구글 파이낸스

S&P 500 시총가중, 동일가중, 러셀 2000 시총가중, 동일가중 수익률 비교 (5년)

2021년 초반에 러셀 2000 지수가 S&P 500 지수를 앞선 경우도 있지만, 5년 전체를 보면 S&P 500 지수의 수익률이 더 높습니다. 저자가 설명한 대로 미국에서는 소형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또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늘색이 러셀 2000 시총가중이고, 오렌지색이 러셀 2000 동일가중입니다. 편입 비중을 결정하는 방식이 달라져도 눈에 띄는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참고: 좀 더 시총이 작은 종목에 집중하는 지수도 있습니다. 러셀 Microcap 지수는 러셀 2000의 시총 하위 1,000종목과 그다음 순위 1,000종목을 편입한 지수입니다. 시총 상위 2,001 ~ 4,000위까지 편입한 초소형주 지수입니다.

국내장의 소형주 지수

추종하는 ETF는 없지만, 국내장에서는 시총에 따라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로 구분한 지수는 있습니다. 각각 코스피 대형주, 코스피 중형주, 코스피 소형주 지수이며 시총가중 방식을 사용합니다. 아래는 2000년부터의 이들 지수의 수익률 추이입니다. 배당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코스피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 지수의 수익률 추이

세 지수 모두 올해로 24년이 되어가지만, 장기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기간에 따라서는 다른 지수에 비해상대적인 성과가 좋거나 나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투자 시점과 기간에 따라 따라 소형주 효과가 보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형주나 중형주 효과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장은 소형주 효과가 논문으로 발표된 후 소형주 효과가 사라졌다고 추정하더라도, 국내장에서는 왜 소형주 효과가 보이지 않을까요? 시총가중 대신 동일가중을 사용해야 나타나는 것일까요?

국내에서 말하는 소형주 효과의 소형주는 한국거래소 기준인 시총 301위부터가 아니라, 초소형주를 의미하기 때문에 위의 지수에서는 그 효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KOSDAQ 시장에도 동일한 부류의 지수가 있습니다. 아래는 코스닥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 지수의 수익률 추이입니다.

코스닥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 지수의 수익률 추이

KOSDAQ 시장에서는 소형주 효과가 있는 듯해 보입니다. KOSPI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총이 작은 종목이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라 추정됩니다.

국내장에서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의 성과

주의: 아래 분석에는 충분히 검정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인 경향은 어느 정도 일치하겠지만, 세부적인 수치는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주는 대부분 시총이 작지만, 대응하는 일반주의 시총 성향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하였습니다. 그 이외에는 별다른 필터링 조건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매해 5월 말에 리밸런싱을 한다고 가정했으며, 배당률만큼 수익률을 보정하였습니다.

아래는 국내장의 KOSPI와 KOSDAQ 시장의 모든 종목에 대해 시총가중 또는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백테스트 결과입니다. 연도별 투자이기에, 2020년에 해당되는 위치는, 2019년 5월말에 투자한 결과를 2020년 5월말에 확인한 것입니다.

국내장에서 전 종목에 대한 시총가중 또는동일가중 투자 수익률추이
생존 편향 보정 후 그래프
국내장에서 전 종목에 대한 시총가중 또는동일가중 투자 수익률추이
생존 편향 보정 전 그래프

시총가중보다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결과의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세로가 로그축이니 동일가중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더 높은 수익률을 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소형주 효과가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 생존 편향을 제거하고 다시 살펴보니, 2016년(2015년 5월 투자분) 이후부터는 초과 수익이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생존 편향 제거가 다소 과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전체 종목에 대한 동일가중 투자에서 초과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형주 효과가 사라졌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소형주 효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른 시총 규모의 종목군에서 상대적인 손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성과에 대한 주요 수치입니다.

비중 방식 CAGR 표준 편차 샤프 비율
시총가중 5.8% 19.6% 0.30
동일가중 7.6% 24.2% 0.32

표준 편차는 동일가중이 높지만, 연평균 수익률 차이 때문에 샤프 비율(Sharpe Ratio)은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결과가 조금 더 좋았습니다. 참고: 이 결과는 "퀀트투자 처음공부"에 제시된 결과와 다릅니다. 백테스트 세부 조건의 차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참고: 생존 편향 보정 전 표

비중 방식 CAGR 표준 편차 샤프 비율
시총가중 7.0% 19.5% 0.36
동일가중 10.3% 24.5% 0.42

국내장에서 소형주 효과

시총가중과 동일가중 수익률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소형주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시총 규모에 따른 CAGR과 표준 편차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시총 규모에 따른 CAGR과 표준 편차
생존 편향 보정 후 그래프
시총 규모에 따른 CAGR과 표준 편차
생존 편향 보정 전 그래프

x축은 투자 대상이 되는 종목의 상대적인 시총 순위를 의미합니다. 10%라면, 시총 상위 10% ± 5% 구간인 시총 상위 5% ~ 15%의 종목에 투자한 결과입니다.

실선은 시총가중으로, 점선은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결과입니다. 시총가중을 쓰나 동일가중을 쓰나 10% 정도의 구간 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래쪽 두 곡선이 CAGR입니다. 대형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시총이 작아짐에 따라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60 ~ 70% 정도의 지점이 되면 대형주 수준의 수익률을 회복합니다. 파란 수평선은 전종목에 대해 시총가중 또는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경우의 CAGR입니다. 시장 수익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쪽 두 곡선은 표준 편차입니다. 40% 정도의 지점까지는 뚜렷한 변화가 없습니다. 이후 시총이 작아짐에 따라 변동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빨간 수평선은 전종목에 대해 시총가중 또는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경우의 표준 편차입니다. 시장 표준 편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CAGR과 표준 편차를 이용하여 샤프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시총 규모에 따른 투자 효율 (샤프 비율; Sharpe Ratio)
생존 편향 보정 후 그래프
시총 규모에 따른 투자 효율 (샤프 비율; Sharpe Ratio)
생존 편향 보정 전 그래프

대형주에서는 투자 효율이 높았다가, 중형주가 되면 투자 효율이 낮아집니다. 대략 70% 지점부터 대형주 수준으로 투자 효율이 회복됩니다. 이 지점부터는 소형주 중에서도 초소형주라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결과 기준으로 2,417개의 종목을 테스트하였습니다. 시총 상위 30%는 725개 정도의 종목에 해당됩니다. KOSPI와 KOSDAQ 모두 시총 상위 300위까지를 대형주와 중형주로 보기에, 시총 상위 30% 이하로는 소형주라 볼 수 있습니다.

분석 대상 기간 내에서는, 국내장의 경우 대형주와 초소형주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소형주 투자의 초과 수익은 지속되고 있는가?

아래는 시총 상위 10%와 시총 하위 10%의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시총 상위 10%와 시총 하위 10%의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
생존 편향 보정 후 그래프
시총 상위 10%와 시총 하위 10%의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
생존 편향 보정 전 그래프

시장 수익률은 시총가중 투자를 가정하였습니다. 시총 상위 10%가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총 상위 10%에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것은, 전체 시장에 시총가중으로 투자한 것과 유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노란 실선은 시총 하위 10% 종목에 시총가중으로 투자한 결과이고, 초록 점선은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결과입니다. 결과는 거의 동일했습니다.

소형주(엄밀하게는 초소형주)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지는 투자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속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고, 성과가 좋았을 때의 최대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초소형주는 매매 가능한가?

초소형주 효과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초소형주 투자가 가능하냐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초소형주는 거래량이 적기에 원하는 가격에 매매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2024년 6월 12일 기준으로 KOSPI에서 시총이 가장 작은 에이리츠는 2월부터 거래 정지 상태입니다. 3번째로 시총이 작은 일정실업은 13,620원에 48주의 매도 주문이, 13,560원에 6주의 매수 주문이 걸려 있습니다. 1,000원 미만의 동전주도 많습니다. 포트폴리오 규모에 따라서는 매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국내장의 소형주 효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시총 규모로 나누어서 살펴보면, 소형주의 상당수는 시장보다 수익률이 낮았습니다. 그러니 소형주 효과라기보다 초소형주 효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초소형주는 시가 총액이 작을수록 위험과 수익이 함께 증가하였습니다. 위험 증가분에 비해 수익 증가분이 다소 높았기에 투자 효율은 높아졌습니다. 참고: 이 부분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률의 (산술) 평균과 산술 표준 편차만으로는 수익률의 비대칭성으로 얻을 수 있는 분산 투자로 얻은 추가 수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초소형주에 한정하여 투자하는 경우라면 시총가중 방식이나 동일가중 방식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대형주를 포함해서 모든 종목을 매매한다면, 동일가중 방식을 채택해야 초소형주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초소형주를 원활하게 매매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상당수의 초소형주는 거래 물량이 적고 슬리피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후속 글: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으로 초소형주 효과를 설명해 봅니다. 초소형주 효과의 원천은 무엇일까? (분산 투자 효과를 추정해 보자, 변동성과 수익률,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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