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Quantitative investing; 계량 투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주로 통계적)으로 도출한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투자 기법입니다. 국내에서는 고 신진오씨의 Value Timer의 전략적 가치투자가 출판된 2009년쯤이 이 분야의 태동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퀀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여러 서적이 출판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상당수는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고, 백테스트 위주로 결과를 나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투자 서적으로 말하자면, 투자 시뮬레이션 결과는 제공하지만, 투자 철학에 대한 소개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에 출판된 홍용찬씨의 전작 실전 퀀트투자는 퀀트 투자 입문서 중에서는 균형이 잘 맞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서평: [책] 실전 퀀트투자 (홍용찬)
2024년에 출판된 저자의 후속작인 퀀트투자 처음공부는 제목처럼 퀀트 투자 입문자의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구성하고, 퀀트 투자에 대한 철학을 함께 담은 책입니다. 추가: 몇 가지 아쉬운 점에 대한 저자의 합리적인 설명을 읽었기에 이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무료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이에 무의식적으로나마 해당 책에 대해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의 내용은 퀀트 투자 입문자의 자연스러운 사고 흐름을 고려하여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른 서평이나 책 목차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도입부에서는 퀀트 투자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후 벤치마크로 사용할 지배주주순이익이 흑자인 기업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한 전략의 우월성을 백테스트 결과로 제시하고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기초적인 지표를 이용한 퀀트 투자가, 국내장에서 창출하는 초과 수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비교 방법론과 함께 제시합니다. 저자는 소형주 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는 앞으로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 효용성이 낮아져 왔다고 설명합니다. 분석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의 상당 부분은 제 분석 결과와 유사합니다.
- 저 PER, 저 PBR은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는 지표일까? (저 PER, 저 PBR, 고배당률 종목의 수익률 변화 추세)
- 저 PBR의 효용은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가? (저 PBR 탈출률의 하락)
이후 챕터에서는 과최적화(overfitting; 과적합)를 피하기 위한 방법론을 상당한 분량으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지표를 이용하는 투자와 재무적 지표를 이용하는 투자에서, 과최적화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가상의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 요즘은 과최적화보다 과적합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듯합니다.
분산 투자의 효과와 투자에서의 운과 실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설명은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책의 내용은 "참 잘 썼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본적인 지표로 창출할 수 있는 초과 수익의 변화와, 과최적화를 피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유용합니다. 퀀트 투자에 있어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이지만,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아쉬운 점
퀀트 투자 입문자에게 적합하게 잘 구성된 책이며, 백테스트 조건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통일했기에 결과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뢰가 갑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 이 책은 2024년 6월(발행일은 7월)에 출판되었지만, 2022년까지의 데이터로 분석되어 있습니다. 2023년 말에 책의 주요 내용을 완성한 듯합니다. 기왕이면 2023년 데이터까지 포함해서 출판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추가: 저자도 가능한 최근 데이터를 반영한 결과를 책에 싣고자 하였지만, 현실적으로 책의 출판 시점이 계속해서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고 합니다.
- 누적 자산비(수익률 + 1)로 그래프를 표기했는데, 세로축을 로그로 사용했다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로그축을 이용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대적인 성과의 변화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전 기간(2001 ~ 2022년)과 최근 5년의 수익률을 표로 비교함으로써 이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참고: 저자는 이 책을 책 제목처럼 퀀트 투자 입문자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하였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에게 보다 익숙한 선형 스케일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 연평균 성장률(CAGR) 위주로만 결과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투자에서는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위험도 동일한 수준으로 감안해야 합니다. 위험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인 MDD(최대 손실률)나 표준 편차와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 배당과 슬리피지(Slippage)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배당주 투자 전략의 유용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슬리피지는 특히 소형주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어 실제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저자와 생각이 다른 점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생각이 다른 것이지, 제 생각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벤치마크의 적합성 (당기순이익 흑자 종목에 대한 동일가중 투자)
저자는 시총가중보다 동일가중 투자의 장기 수익률이 높다는 결과를 제시합니다. 그중에서도 지배주주 지분을 고려한 당기순이익 흑자 종목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우월했음을 보입니다. 이후 대부분의 백테스트에서는 이를 벤치마크로 사용합니다.
나름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종목에 투자금을 1 / n씩 할당하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 하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손은 많이 갈 수는 있지만, 특별한 고민 없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의 CAGR은 각각 7.00%와 8.45%였습니다. 당기순이익이 흑자인 종목으로 한정하여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면 10.78%의 CAGR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표준 편차로 본 변동성은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이 각각 23.6%와 37.2%였습니다. 동일가중의 수익률이 더 높았지만 위험도 더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효율을 상대 비교할 수 있는 샤프 비율을 계산하면, 각각 0.30과 0.23입니다. 동일가중이 위험 대비 수익률이 더 낮은 투자였던 셈입니다. 참고: 무위험 수익률을 0%로 가정했습니다.
위험도를 동일하게 맞추려면 동일가중에 투자할 때, 시총가중에 투자할 때의 63%의 자금만 투자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동일가중의 수익률은 5.36%로 시총가중의 7.00%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벤치마크의 표준 편차도 34.6%로 시총가중보다 높습니다. 68%의 자금만 투자하면 시총가중과 표준편차가 동일해지며, CAGR은 7.36%로 낮아지게 됩니다. 시총가중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 수익률만 비교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데이터를 보니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보다, 일일 수익률을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TQQQ의 수익률이 훨씬 높아서, TQQQ를 벤치마크로 두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퀀트 투자는 위험을 고려해서 QQQ와 TQQQ를 동일한 또는 유사한 상품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모델링해야 합니다. QQQ와 TQQQ는 상품이 다르다기보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레버리지 배율 또는 투자 비중을 달리 한 경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포함하여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과, 이를 고려한 실험과 분석이 없다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퀀트 투자에 대한 생각
저자는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만 퀀트 분석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책의 예를 따르면, 최고 경영자의 나이가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팩터(factor)라고 추정했다면, 그 효용 여부를 떠나 나이는 누구나 동일한 값을 얻을 수 있기에 객관적입니다. 그러니 퀀트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데이터는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사람의 키가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이지만, 하루 중 언제 재는지에 따라 1 ~ 2cm 차이가 납니다. 누군가의 키가 170cm라면, 실제 키는 170cm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없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책에서 예로 든 과거 주가와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재무제표에 표시된 수치는 변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관여된 일인데 항상 정확할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동일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데이터가 정확하다는 것, 그리고 데이터가 유용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동일한 데이터이지만, 틀린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다른 데이터이지만, 사실에 근접할 수도 있습니다.
퀀트 투자에서는 해당 데이터가 투자에 얼마나 유용하느냐가 중요하지, 데이터가 객관적이냐는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퀀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투자사가, 애널리스트를 고용해서 주요 기업의 1년 후 예상 매출액을 추정한다고 하겠습니다. 예상 매출액은 해당 애널리스트의 주관적인 데이터입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는 퀀트 투자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사용해도 됩니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도출한 데이터라면, 퀀트 투자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관적인 데이터도 활용해서 투자합니다. 투자에 참고한 애널리스트 리포트에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주관적으로 책정한 목표가격이 적혀있습니다.
소형주 효과
저자는 여러 지표 중에서 소형주 효과는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고, 그중에서 첫 번째로 제시한 투자자의 편견으로 인해 저평가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
세 가지 이유 모두 합리적인 설명이고, 크든 작든 소형주 효과에 영향에 미칠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두 번째 이유인 위험 대비 보상률이 주된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약간 관점이 다릅니다, 소형주의 평균 수익률이 높아서라기보다, 변동성이 높아서 동일가중과 같은 분산 투자 전략으로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기에 따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정리하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퀀트 투자 입문서를 읽었습니다. 투자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퀀트 투자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나, 이미 퀀트 투자를 하고 계신 분 모두에게 권할만한 책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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