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TF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윤재수) - 초보자를 위한다는 무책임이 극에 달한 책

오렌지사과키위 2024. 6. 3. 11:35

ETF에 처음 투자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집필된 책인 듯합니다. 2024년 5월 30일에 발행한 이 책은 개정 3판입니다. 2009년에 초판에 나왔고, 2013년, 2017년, 2020년에 개정판이 발행된 꽤 역사가 있는 책입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리뷰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닙니다. ETF 초보자를 위한 내용과 구성이라 보기 어렵고, 이런저런 잘못된 정보가 여기저기서 눈에 띕니다.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무료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이에 무의식적으로나마 해당 책에 대해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게 적절하지 않은 책의 구성

ETF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위험 회피입니다. 본업에 집중하면서 시장 수준의 수익률을 낮은 비용으로 얻는 것이 1차적인 목적입니다. 그러니 인생 전반에 걸친 수입과 지출의 흐름, 위험, 그리고 자산 배분 투자에 대한 설명이 ETF 소개보다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고: 자산 배분 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 (직장인은 국내 주식, 원화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ETF를 일반 주식과 동일한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개별 종목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종목을 편입한 ETF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투자자도 있겠지만, 초보자를 위한 책의 구성으로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책 후반부에는 추세선과 이동평균선을 이용하여 ETF를 매매하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어, 황당함을 금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조금만 사용 방법을 배우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기초적인 백테스트도 없는 전략을 소개하는 것은 저자가 얼마나 무성의하게 책을 썼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잘못된 책의 내용

잘못된 내용이 한둘이 아니지만, 몇 가지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000만원 투자 시 연 1.5%의 수수료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수익금 차이는 잘못 계산되었습니다. 10년이면 14.3%가 아니라 1.015¹⁰ - 1 = 16.1%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엄밀하게는 수익률과 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 10% 수익률을 거둘 경우, 10년 뒤 수익률은 159.4%와 123.5%로 35.9% 수익률 차이가 발생합니다.
  • 계산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2022년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의 시가 총액은 코스피 시장의 1 / 10보다 훨씬 많은 1 / 5 정도에 가깝습니다. 데이터 출처: 상장회사수, 시가총액 [e-나라지표]
  • ETF를 인덱스 펀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패시브 펀드인 경우에만 해당되고, 액티브 펀드에 기반한 ETF는 인덱스 펀드가 아닙니다.
  • ETF 호가 단위는 개정되어 2,000원 이하인 경우에는 1원 단위로 거래됩니다. 관련 기사: 거래소, 저가 ETF·ETN 호가단위 1원으로 낮춘다 [연합뉴스]
  • ETF에 대해 공매도가 가능한 것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개인은 ETF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 LP(Liquidity Provider; 유동성 공급자)의 호가 제출 의무가 부여되는 시간은 과거 정규장이 3시에 마감되던 9:10 ~ 14:50에서 늘어났습니다. 참고: LP(유동성공급자) [삼성자산운용]
  • DB형 퇴직연금은 연봉 인상에 의한 자연 증가분이 있기에, DC형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미국 주식은 환율에 의해 변동성이 상당 부분 상쇄됩니다. 따라서 환헤지 상품이 추천 ETF 목록에 포함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환노출 상품은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 한국인이 달러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어떤 효과가 날까?
  • 선물은 국내 레버리지 ETF가 주로 사용하는 레버리지 방식의 하나일 뿐입니다. 미국의 경우 스왑(swap)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합성 ETF란 무엇일까? (외주로 맡겨야겠다! 수익률은?)
  • 커버드콜 ETF는 하락장과 횡보장에 유리한 상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참고: 커버드콜은 정말 하락장과 횡보장에 유리할까?
  • 금리와 채권과의 관계에 대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어반복 수준의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 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 해외 상장 해외 ETF의 배당소득세는 일괄적으로 15.4%가 아닙니다. 국가에 따라 달라지며, 미국 상품의 경우 15%입니다. 참고: 해외 ETF는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정리하며

오랜 기간 개정을 거듭해서 발간한 책이라고 보기에는 저자의 무성의가 도를 지나친 책입니다. 책 구성과 내용에 대해 꼼꼼한 검수를 해야 하는 출판사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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