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를 살펴보다 보면, 무슨 의도로 기획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품이 간혹 있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특성을 모은 것 같은데, 하나씩 따져보면 서로 상충되는 경우입니다.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도 이러한 상품의 하나입니다.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은 S&P 500 Dividend Aristocrats 지수를 이용하여 기초 자산을 구성합니다. S&P 500 지수에 속하면서, 장기간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배당귀족주(배당성장주와 유사한 의미)가 그 대상이 됩니다.
배당귀족주 또는 배당성장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시장 대비 변동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여기에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여 변동성을 추가로 낮출 수 있습니다. 환헤지는 환율에 의한 자산 가치의 변동을 없애주는 효과를 냅니다.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은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진 여러 주요 전략을 모두 동원한 셈입니다. 과연 기대한 대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배당귀족주(배당성장주)의 변동성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은 안정성이 높습니다. 배당금은 기업이 자신감을 표출하는 형태의 하나입니다.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가 짧은 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높아질 거라 예상합니다.
이러한 종목을 배당귀족주 또는 배당성장주라고 합니다. 이들 종목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시장 대비 변동성을 조금 낮출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지,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투자에서 변동성과 수익률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참고: 저변동성(Low Volatility) ETF는 성과가 더 좋을까?
아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배당성장주 ETF인 SCHD, 배당귀족주 ETF인 NOBL의 수익률 추이입니다.
장기 수익률은 SPY가 높지만, 주가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SCHD와 NOBL이 낮아 보입니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하였습니다.
종목 | CAGR (연평균 성장률) | 표준편차 (연환산) |
SPY | 13.2% | 17.1% |
SCHD | 11.5% | 16.2% |
NOBL | 10.5% | 16.2% |
변동성 지표의 하나인 표준편차를 비교하면, SPY에 비해 SCHD와 NOBL의 변동성이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NOBL은 S&P 500 Dividend Aristocrats를 기초 지수로 두는데,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이 기초 자산을 선정하는 데 사용하는 지수와 동일합니다.
커버드콜 전략의 변동성 축소 효과
커버드콜은 보유한 기초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데 유효한 전략의 하나입니다. 콜옵션을 발행함으로써, 기초 자산의 변동성을 콜옵션 매수자에게 넘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다시피, 이는 공짜가 아닙니다. 기초 자산의 수익률 일부를 변동성과 함께 넘겨주어야 합니다. 폐기물을 버리기 위해 전문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커버드콜은 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기 어려울까? (발행자와 매수자의 수익 배분)
- 커버드콜 ETF가 기초 자산보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 두 번째 (종로 호랑이와 맨해튼 까만돌)
- 커버드콜 ETF - 악마의 계약 (수익률과 변동성, 그리고 투자자의 오해)
아래는 S&P 500 지수에 대한 커버드콜 ETF의 하나인 XYLD의 수익률을 NOBL과 함께 나타낸 것입니다. 그래프에서 NOBL+XYLD는 NOBL과 XYLD에 절반씩 투자하고 매일 리밸런싱을 한 경우입니다.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면 XYLD처럼 변동성이 줄어드는 대신 수익률도 낮아집니다. 콜옵션 발행 비중을 달리하여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NOBL, XYLD, NOBL+XYLD의 CAGR과 표준편차를 나열한 표입니다.
종목 | CAGR (연평균 성장률) | 표준편차 (연환산) |
NOBL | 10.5% | 16.2% |
XYLD | 5.0% | 14.1% |
NOBL+XYLD | 7.9% | 14.3% |
NOBL+XYLD는 NOBL의 표준편차 16.2%을 14.3%로 -12% 정도 낮추는 대가로, CAGR을 -25% 정도 희생했습니다. 변동성을 줄여주는 대가로 수익률을 과하게 지출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XYLD의 투자 효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XYLD 대신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아래는 NOBL에 70%를 투자하고, 현금을 30% 보유한 NOBL+CASH 포트폴리오를 함께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참고: 현금은 이자를 받지 않는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였습니다.
NOBL+CASH는 NOBL+XYLD와 수익률이 비슷합니다. 표준편차도 함께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 CAGR (연평균 성장률) | 표준편차 (연환산) |
NOBL | 10.5% | 16.2% |
XYLD | 5.0% | 14.1% |
NOBL+XYLD | 7.9% | 14.3% |
NOBL+CASH | 7.6% | 11.3% |
NOBL+CASH는 NOBL+XYLD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이지만, 표준편차는 훨씬 낮습니다. 심지어 XYLD의 표준편차 14.1%보다도 낮습니다.
기초 자산의 주가 흐름과 커버드콜 전략에 따라 커버드콜이 현금보다 변동성을 낮추는데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환헤지 전략의 변동성 축소 효과
환헤지를 하는 ETF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KODEX 미국S&P500(H) 소개에서 가져왔습니다.
환율 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환헷지 전략을 사용합니다.
환헤지를 하면 환율 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달러 자산의 가격을 원화로 환산한 즉 실제 가치의 변동성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래는 환율을 고려한 NOBL(KRW)를 환노출이라 할 수 있는 NOBL과 비교한 표입니다. 참고: 미국의 정규장은 한국 날짜로 이틀에 걸쳐 있기에, 한국 날짜로 이틀 치의 평균 환율을 사용했습니다.
종목 | CAGR (연평균 성장률) | 표준편차 (1일 - 연환산) | 표준편차 (5일 - 연환산) | 표준편차 (20일 - 연환산) |
NOBL | 10.5% | 16.2% | 15.0% | 14.5% |
NOBL(KRW) | 13.2% | 15.8% | 14.1% | 13.6% |
NOBL의 1일 표준편차를 연환산한 값이 16.2%이고 NOBL(KRW)는 15.8%입니다. 환헤지를 하면 오히려 변동성이 높아짐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투자에 얼마나 유리할까? (환율로 인한 변동성 감소 효과)
주식과 환율은 모두 추세가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긴 기간에 대해 표준편차를 살펴보면, 환노출과 환헤지의 변동성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아래는 거래일 수에 따른 표준편차입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노출과 환헤지의 상대적인 변동성 차이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략 160거래일(8개월 정도)에서 그 차이가 가장 커집니다.
환헤지 역시 공짜가 아닙니다. 환헤지를 위한 추가 비용이 지출되기에, 환노출에 비해 장기적인 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환헤지 할까 말까? (장기투자에서 효과)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의 전략은 적절했나?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이하 KODEX)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기법을 사용한 ETF입니다. 배당귀족주를 편입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버드콜 전략과 환헤지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어떤 커버드콜 전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변동성이 낮아지는 정도에 비해 수익률 하락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환헤지는 환율 효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변동성 축소 효과를 비용을 들여가며 억지로 없애는 결과를 낳습니다.
맛있는 재료라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다 넣어서 음식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재료가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면 가성비 높은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KODEX를 기초 자산 편입 지수인 S&P 500 Dividend Aristocrats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이하 TIGER)과 수익률 추이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2022년 5월 17일에 상장된 TIGER는 환노출 상품입니다.
두 상품의 장기 수익률, CAGR, 표준편차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목 | 장기 수익률 | 장기 수익률 (환율 보정) | CAGR | CAGR (환율 보정) | 표준편차 |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 | -6.7% | -6.7% | -3.4% | -3.4% | 12.4% |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 | 16.7% | 9.2% | 7.9% | 4.4% | 13.9% |
2022년 5월 17일부터 2024년 5월 30일까지 대략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환율은 7.1% 정도 상승했습니다. 이를 보정한 장기 수익률이 장기 수익률 (환율 보정) 칼럼입니다. 참고: 앞서와 달리 국내 상장 상품이므로 당일 환율을 사용하였습니다.
환율 보정 후의 KODEX와 TIGER의 CAGR은 CAGR (환율 보정) 칼럼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각각 연 -3.4%와 연 4.4%입니다. 연 7.8%의 수익률 차이가 납니다. 표준편차는 KODEX가 조금 낮습니다.
연 7.8% 수익률 차이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커버드콜에 의한 수익률 저하, 환헤지 비용, 그리고 합성 비용입니다.
ETF에서 합성은 자산운용사가 자산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외부 기관에 맡기는 것입니다. 기업이라면 외주를 주는 셈입니다. 외부 기관에 서비스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합성 ETF란 무엇일까? (외주로 맡겨야겠다! 수익률은?)
환헤지 비용과 합성 비용은 고정 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환헤지 비용은 한국과 미국의 최근 금리 차이를 고려해서 연 2.5% 정도로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합성 비용은 연 0.5%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7.8% - 2.5% - 0.5% = 4.8% 정도가 커버드콜에 의한 낮아진 수익률로 추정됩니다.
커버드콜에 의한 연 4.8%의 수익률 저하는 예상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난 이유는 이 기간 동안 XYLD의 성과가 시장에 비해 낮았기 때문입니다. KODEX를 수식으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KODEX = NOBL - CALL × 40%
커버드콜 비중을 변경해 가면서 비교해 보면 KODEX는 40% 정도의 비중으로 콜옵션을 발행하는 경우와 유사합니다. S&P 500 지수에 대한 콜옵션은 SPY - XYLD로 바꿔 쓸 수 있기에,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수식이 됩니다.
KODEX = NOBL - (SPY - XYLD) × 40%
수식을 보면 NOBL을 매수한 상황에서, 40% 비중으로 SPY를 매도하면서 XYLD를 매수합니다. 시장(SPY)에 비해 커버드콜(XYLD)의 수익률이 낮으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SPY와 XYLD의 수익률은 각각 32.9%, 8.0% 였습니다.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SPY와 NOBL의 수익률 차이인 24.9%의 40%인 10.0% 정도의 수익률이 커버드콜에 의해 KODEX에서 빠져나간 것입니다.
정리하며
배당귀족주를 편입하고, 커버드콜 전략에 환헤지를 하면서, 외부에 위탁까지 맡긴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상품의 기획 의도는 변동성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분배금을 만드는 데 있었을 거라 추정됩니다.
그 결과는 기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환헤지로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변동성을 높였고, 커버드콜 전략으로는 비효율적으로 수익률을 희생시켰습니다. 여기에 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까지 외부에 지출했습니다.
얼핏 보기에 좋아 보이는 요소를 모두 다 섞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투자 전략은 도입하고자 하는 요소 간에 간섭이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최종 목표를 위해 신중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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