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합성 ETF란 무엇일까? (외주로 맡겨야겠다! 수익률은?)

오렌지사과키위 2024. 5. 27. 18:42

ETF 이름에 자주 등장하는 약어와 단어가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H'와 '합성'입니다. 'H'(Hedged)는 환노출이 아닌 환헤지를 하는 ETF라는 의미입니다. 'H'가 없으면 환노출 ETF입니다. 일반 펀드의 경우보다 명확하게 표기하기 위해 환노출인 경우 'UH'(Unhedged)라고 적기도 합니다.

'합성'(Synthetic)은 ETF에 편입된 자산을 자산운용사가 직접 운용하지 않고, 외부에 맡긴다는 뜻입니다. 자산운용사의 ETF로 알고 투자했는데, 외부에서 자산을 운용한다니 무슨 말일까요? 어떤 이유로 자산운용사가 세부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 없거나, 외부에 위탁하는 게 보다 효율적인 경우입니다.

합성은 공짜가 아닙니다. 자산 운용을 외주로 맡겼으니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만일 할 수 있다면) 스스로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보다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일반 ETF와 합성 ETF가 있다면, 합성 ETF의 숨은 비용이 조금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이를 수익률 차이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합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합성과 스왑(swap)

합성은 스왑(swap) 계약에 기초합니다. 스왑은 무언가 서로 맞바꾸기로 한 계약입니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단어이지만, 투자 상품에 많이 녹아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ETF 명칭에 이런저런 방식에 대한 설명을 넣지 않습니다. 나스닥 10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QLD의 정식 명칭은 ProShares Ultra QQQ입니다. 한국의 비슷한 성격의 ETF 명칭은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처럼 표기됩니다. 삼성자산운용KODEX ETF 브랜드의 상품이며, 미국 나스닥 10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되, 환헤지를 한 합성 ETF입니다.

QLD의 상위 보유 종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갈습니다. 

순위 종목 비중
1 POWERSHARES QQQ (QQQ) SWAP GOLDMAN SACHS INTERNATIONAL 16.03%
2 NASDAQ 100 INDEX SWAP SOCIETE GENERALE 13.41%
3 NASDAQ 100 INDEX SWAP BANK OF AMERICA NA 12.99%
...    
10 NASDAQ 100 E-MINI EQUITY INDEX 21/JUN/2024 NQM4 INDEX 8.12%
...    
13 MICROSOFT CORP 6.36%
14 APPLE INC 5.84%
15 NVIDIA CORP 5.30%

상위 보유 종목은 스왑이며, 10위에 나스닥 100 미니 선물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개별 종목은 13위부터 나타납니다.

QLD의 1 ~ 12위까지의 비중을 합하면 대략 100%가 됩니다. 13 ~ 마지막까지의 비중을 합하면 역시 100% 정도가 됩니다. 이 두 가지를 합해서 200% 보유 효과로 2배 레버리지를 합니다. 13위부터는 현물이며, 1 ~ 12위까지는 스왑과 선물을 포함한 파생상품입니다.

스왑의 이름을 보면 무엇에 대한 상품인 짐작할 수 있습니다. 1위는 POWERSHARES QQQ (QQQ) SWAP GOLDMAN SACHS INTERNATIONAL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QQQ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스왑 계약으로 빌려왔다고 해석하면 됩니다. 스왑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물 대출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QLD를 100달러치 매수하면, QLD는 100달러치 분량만큼 나스닥 100 지수 구성 종목을 삽니다. 여기에 스왑 서비스 제공 기관에 100달러치 QQQ 또는 나스닥 100 지수를 대출받습니다. 대출이니 당장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QLD는 현물 100달러치와 파생상품(스왑과 선물) 100달러치를 보유하게 됩니다. 나스닥 100 지수가 1% 오르면, 현물과 파생상품 모두 각각 1%씩 오릅니다. QLD는 총 2%가 오르게 됩니다.

스왑 제공 기관은 QLD에 100달러에 달하는 현물 대출을 해 주었습니다. 대출이니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기준 금리 + α에 해당되는 이자를 받습니다. QLD는 현물의 수익률을 가져가고, 스왑 제공 기관은 이자를 받게 됩니다. 상품의 수익률과 이자를 교환하는 스왑 거래가 됩니다.  

레버리지 ETF라면 자금을 이렇게 관리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일반 ETF라면 어떻까요?

국내 일반 및 합성 ETF의 예

2017년 5월 16일 같은 날짜에 한화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은 동일한 S&P 글로벌 인프라 지수를 추종하는 ARIRANG S&P글로벌인프라(이하 ARIRANG)ETF와 KODEX S&P글로벌인프라(합성)(이하 KODEX) ETF를 출시했습니다. KODEX는 이름 그대로 합성 ETF입니다.

ARIRANG은 아래와 같이 일부 해외 ETF를 재간접 형태로 포함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구성은 일반적인 주식형 ETF처럼 현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종목 비중
iShares Global Infrastructure ETF 12.03%
NextEra Energy Inc 5.17%
Aena SME SA 4.21%
Transurban Group 4.19%
Enbridge Inc 3.60%

KODEX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비중
스왑(신한투자증권) 64.02%
스왑(미래에셋증권) 21.26%
스왑(NH투자증권) 14.39%
ISHARES GLOBAL INFRA 0.32%

ARIRANG처럼 해외 ETF를 조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다른 증권사의 스왑 상품입니다.

스왑 제공 기관이 실제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ARIRANG처럼 현물 종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선물이나 해외 ETF를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대개는 해당 증권사가 운용하는 일반 펀드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는 S&P 글로벌 인프라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일 것입니다. 

KODEX 입장에서는 계약대로 이자를 주고 사전에 협의한 지수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건네받기만 하면 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이 S&P 글로벌 인프라 지수를 추종하는 일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KODEX가 100만원치 스왑 거래를 요청하면 기존 인력과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여 100만원치 펀드를 늘리면 됩니다. 이미 해당운용하고 있으니, 금액을 늘이는 것은 그다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계약 금액만큼 S&P 글로벌 인프라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추가로 사서 보유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준 금리가 3%라면 이보다 조금 높은 4% 이자를 KODEX에 청구할 것입니다. KODEX는 직접 현물을 매수할 필요가 없으니, 현금을 굴려 3% 이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1%의 추가 비용이 지출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합성 형태의 ETF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전문 인력을 투입할 만큼 ETF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입니다. 기업에서 외주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반과 합성 ETF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RIRANG S&P글로벌인프라 vs KODEX S&P글로벌인프라(합성)

두 ETF는 같은 날짜인 2017년 5월 16일에 상장되었고, 상장 기간도 7년이나 되기에 비교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례입니다. 중간중간 보수 변경이 있었겠지만,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서 살펴본 현재 보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보수합계가 ETF가 내세우는 총보수이고, 총비용비율(TER)이 실제 비용이라 보면 됩니다.

종목 보수합계 총비용비율(TER)
ARIRANG S&P글로벌인프라 0.30% 0.55%
KODEX S&P글로벌인프라(합성) 0.26% 0.33%

두 ETF는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고 있고, 총보수와 총비용 모두 ARIRANG이 더 높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KODEX가 더 좋은 투자 상품으로 느껴집니다.

아래는 ARIRANG과 KODEX의 지난 7년간의 수익률과 240거래일(대략 1년) 수익률 차이의 추이입니다. 파악하기 쉽도록 60거래일 이동평균으로 나타냈습니다.

ARIRANG S&P글로벌인프라 vs KODEX S&P글로벌인프라(합성) (수익률 비교)

7년간 ARIRANG과 KODEX의 수익률은 67.1%와 58.3%로 9% 차이가 났습니다. 연평균 성장률(CAGR)로 따지면 7.58%와 6.75%로 0.83% 차이가 납니다. 총보수나 총비용은 KODEX가 낮은데, 수익률은 ARIRANG이 높은 것입니다.

하단 그래프를 보면 그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파란 영역이 KODEX가 ARIRANG 대비 손실이 발생한 기간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KODEX는 원화예금으로 이자를 만들고 있지만, 스왑 기관은 해외 종목을 매수해야 하니, 미국 기준 금리를 기준으로 이자를 받을 것입니다. 한미 기준 금리 차이가 커지면 그 비용도 늘어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KBSTAR 유로스탁스50(H) vs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

KBSTAR 유로스탁스50(H)(이하 KBSTAR)와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이하 TIGER)는 모두 유로 스탁스 50(Euro Stoxx 50) 지수에 투자하는 환헤지 ETF입니다. ETF 보수와 비용을 살펴보면, KBSTAR의 총보수가 더 작지만, 총비용은 더 높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종목 보수합계 총비용비율(TER)
KBSTAR 유로스탁스50(H) 0.021% 0.55%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 0.24% 0.32%

앞서와 같이 수익률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KBSTAR 유로스탁스50(H) vs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 (수익률 비교)

수익률 차이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KBSTAR와 TIGER의 CAGR은 각각 11.02%와 9.94%였습니다. TIGER에서 연 1.08%의 상대적인 손실이 발생한 셈입니다.

정리하며

ETF 이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합성'이 무엇이지 살펴보았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스왑의 형태로 자산 운용을 위탁한 경우입니다.

스왑을 이용하게 되면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에서 상장 기간이 길고, 일반 ETF와 합성 ETF가 모두 있는 두 가지 사례로 무시하기 어려운 추가 비용이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스왑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외에 상장된 투자 상품과도 손쉽게 비교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대이니, 투자하기 전에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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