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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ETF - 악마의 계약 (수익률과 변동성, 그리고 투자자의 오해)

오렌지사과키위 2024. 5. 26. 14:13

커버드콜 ETF가 악마의 계약이라니 과한 표현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용어는 아니고 The Journal of Alternative Investments 2024년 봄 호에 실린 Roni Israelov과 David Nze Ndong의 논문 제목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논문의 원제는 A “Devil’s Bargain”: When Generating Income Undermines Investment Returns입니다. 번역하면 "악마의 거래: 수입(인컴)을 만들기 위해 투자 수익을 희생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작가 괴테가 쓴 희곡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거래를 파우스트적 거래(Faustian Bargain)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비슷한 의미의 말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의 가치 또는 이상을 세속적인 이익과 교환한 파우스트적 거래와는 달리, 현재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미래의 큰 이익을 희생한 것이라서 악마의 거래라는 표현을 쓴 듯합니다.

KB자산운용에서 이 논문을 소개한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커버드콜 ETF를 운용하는 회사에서 이런 글을 소개하다니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길 권합니다. 소개 글: 커버드콜 전략을 둘러싼 빛과 명암 - 커버드콜이란? [KB자산운용]

KB자산운용의 해당 글 말미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버드콜이 인기를 끄는 이유 두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인 콜옵션 전략을 사용하기에 기초 자산의 수익률 상당 부분을 따라잡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횡보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이유가 왜 비합리적인지 설명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 커버드콜 ETF가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하거나, 반대로 적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생활비 지출을 위한 현금 흐름이 필요한 투자자에게는 고려해 볼만한 상품의 하나입니다. 이 글에서는 배당을 재투자하며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를 가정합니다.

수익률과 위험(변동성)

투자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수익률과 위험입니다.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비슷합니다. 제1 금융권 은행 예금보다 제2 금융권 은행 예금의 이자율이 더 높습니다. 같은 예금이라는 상품인데 하나의 수익률이 더 높다면, 그 상품이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시장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한 경우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발행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콜옵션을 발행하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초 자산이 상승하면 프리미엄만큼은 보전하면서 콜옵션 매수자에게 상승분을 지급하고, 하락하면 프리미엄으로 하락분을 방어합니다. 이렇게 모은 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분배합니다.

커버드콜 ETF의 수익률을 기초 자산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됩니다. 커버드콜에 대한 설명 글에서 한 번 정도는 본 형태일 것입니다.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의 수익률

이 그림에서 중요한 점은 커버드콜 ETF의 수익률 변동폭이 기초 자산에 비해 줄었다는 점입니다. 그림에 나온 수치로만 보면 파란색 기초 자산의 수익률은 [ -6%, 6% ] 범위에 있습니다. 노란색 커버드콜 ETF 수익률은 [ -4%, 2% ] 범위에 있습니다. 기초 자산의 변동폭은 12%이고, 커버드콜 ETF의 변동폭은 6%입니다.

금융 공학에서 변동폭 또는 변동성은 대표적인 위험 척도의 하나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그 누군가에게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전가했다는 뜻이 됩니다. 거래 대상자인 콜옵션 매수자가 가져간 것입니다.

콜옵션 매수자의 수익률 그래프는 아래처럼 그릴 수 있습니다.

기초 자산과 콜옵션 매수자의 수익률

콜옵션 매수자의 수익률의 범위도  [ -2%, 4% ]로 변동폭이 줄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커버드콜 ETF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발생한 착시입니다. 콜옵션 매수자는 기초 자산이 하락하면, 콜옵션 행사를 포기합니다. 프리미엄만큼 투자했기에 손실률이 -100%가 됩니다. 다시 그려보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콜옵션 매수자의 실제 수익률

콜옵션 매수자의 수익률 범위는 [ -100%, 200% ]입니다. 변동폭이 300%에 달합니다. 커버드콜 ETF의 낮아진 변동성을 콜옵션 매수자가 가져간 것입니다.

시장이 합리적이라면, 커버드콜 ETF가 아무런 대가를 주지 않고 변동성을 콜옵션 매수자에게 전가할 수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커버드콜 ETF가 보유한 자산 중에서는 기초 자산만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 일부를 콜옵션 매수자에게 변동성과 함께 넘겨주게 됩니다.

수익률과 변동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없으면, 커버드콜 ETF에 대해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콜옵션 비중이 낮으니 기초 자산 수익률의 상당 부분을 따라갈 수 있다

최근 출시한 커버드콜 ETF의 상당수는 기초 자산의 100%를 커버드콜로 노출하지 않습니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경우에는 40%만 노출하고, TIGER 미국S&P500+10%프리미엄초단기옵션의 경우에는 불과 10%만 노출합니다.

커버드콜 노출 비중이 낮으면, 기초 자산 수익률의 상당 부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데 이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위험도가 비슷한 제1 금융권 두 은행이 각각 연 4% 예금과 연 3% 예금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4% 예금에 전체 자금의 70%를 예금하면, 4% 예금에 전부 예금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어느 누가 이렇게 예금하겠습니까? 4% 예금에만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커버드콜 비중은 낮아졌지만, 분배율이 높아서 현금이 충분히 들어오니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TIGER 미국S&P500+10%프리미엄초단기옵션과 ACE 미국500 15%프리미엄분배(합성)은 하루 만기의 초단기 콜옵션을 발행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초단기 콜옵션은 옵션 잔여 만기 대비 프리미엄이 높기 때문에, 기초 자산의 일부만 커버드콜로 노출하더라도 높은 분배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비중이 낮은 만큼 기초 자산의 수익률 거의 대부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앞서 수익률과 변동성 관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거의 대부분 따라간다는 말은, 변동성도 기초 자산과 거의 동일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기초 자산과 수익률도 비슷하고 변동성(위험)도 비슷하다면, 커버드콜 ETF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기초 자산을 보유하다 현금이 필요하면 매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콜옵션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 ETF 운용 비용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참고: 자산 배분 관점으로 보면,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이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을 혼합해도 추가 이득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횡보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

앞서 몇 편에 글을 통해 커버드콜 ETF는 기대와는 달리, 하락장과 횡보장에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기간 대비로 보면, 횡보장과 하락장이라도 기초 자산은 계속 등락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버드콜 ETF의 손익 비대칭성 강화로 프리미엄으로 얻은 초과 수익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하락장과 횡보장에 유리하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고, 실제 손에 쥐는 분배금도 생깁니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의 주가는 그 분배금만큼 이미 낮아져 있습니다.

정리하며

커버드콜 ETF가 악마의 계약이라는 논문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KB자산운용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짧은 글이니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할 예정이라면 읽어보길 권합니다. (논문이 아니라 KB자산운용의 글)

KB자산운용의 글에서 제시하는 커버드콜이 인기를 끄는 두 가지 이유는, 따지고 보면 투자자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여기에는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그 오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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