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한국인이 달러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어떤 효과가 날까?

오렌지사과키위 2024. 2. 20. 16:48

지금처럼 해외 투자 상품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각종 투자 상품을 이전보다 상당히 낮은 수수료로 매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외 투자 상품 그중에서도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식을 매매하면, 수익률의 변동성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 원화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달러로 주식 투자하는 여자, 한국 만화스타일 (디자이너)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가능한 엄밀하게 계산하였지만,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달러화와 원화로 본 주식 수익률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인 SPY의 주가 흐름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하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져온 데이터가 2003년 12월부터 있고, 일부 누락된 데이터가 있지만, 전반적인 경향을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2007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했던 상황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데이터를 조합하면, 원화로 환산한 SPY의 가격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달러화와 원화로 환산한 SPY의 수익률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평균 수익률(CAGR)은 달러로는 10.0%, 원화로는 10.5%로 거의 비슷합니다. 원화로 조금 더 높은 것은 최근에 환율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어느 정도 일정 구간 내에서 움직인다면, 장기 수익률은 동일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원화로 표시된 그래프는 달러화로 표시된 가격을 단순히 원화로 환산한 것일 뿐입니다. 환헤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달러화와 원화로 본 변동성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원화 그래프의 등락이 달러화 그래프보다 상대적으로 덜해 보입니다. 일종의 변동성인데, 수치로 계산해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년을 250거래일로 가정하고 계산한 것입니다.

통화 1년 평균 수익률 표준편차 변동 계수
달러화 10.7% 15.9% 149%
원화 10.7% 11.0% 103%

이 표에서 1년 평균 수익률은 위의 CAGR과는 다른 산술 평균입니다. 오늘 SPY에 투자해서 1년 뒤에 계좌를 열어보면, 달러화로든 원화로든 평균적으로 10.7% 수익률이 적혀 있을 거라는 뜻입니다.

표준편차는 이 평균 수익률이 어느 정도 분포로 흩어져 있는가에 대한 척도입니다. 수익이 난 경우도 있고 손실이 난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아래에서는 정규 분포를 가정하고 분석하긴 합니다만, 현실과는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달러화 수익률의 표준편차는 15.9%입니다. 1년 평균 수익률은 10.7%이지만, 막상 계좌를 열어보면 [ 10.7% - 15.9%, 10.7% + 15.9% ] = [ -5.2%, 26.6% ] 구간에 있을 확률이 약 68%라는 의미입니다.

원화는 이 68% 구간이 [ -0.3%, 21.7% ]입니다. 원화의 변동 구간이 훨씬 좁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동일한 수준의 평균 수익률이지만, 그 평균에서 벗어날 확률은 원화가 덜하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에 있는 변동 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는 이를 수치화해서 보여준 것입니다. 표준편차 / 평균으로 계산되는데, 분포가 다른 데이터의 변동성을 비교하는 데 사용합니다. 달러화와 원화는 각각 149%와 103%입니다.

이 수치가 0%이면, 항상 평균값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100%라면, [ 0, 평균 × 2 ] 구간에 속할 확률이 68%라는 의미입니다. 앞서 본 확률 구간을 구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1년 뒤에 달러화로는 평가손실이지만, 원화로는 평가이익인 경우가 꽤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달러화와 원화로의 손실 가능성

고등학교 때에 배운 수학 지식을 이용하면 재미난 분석이 가능합니다. (거듭 말씀드리면, 이는 정규분포를 가정한 추정입니다. 주식 수익률의 분포는 정규분포와는 조금 다릅니다. 정규분포와 아주 다르지는 않고, 정규분포를 가정하면 각종 계산에 있어 편리하기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평균과 분산을 알기에, 수익률이 특정 값 이상 또는 이하일 확률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1년 뒤 달러화와 원화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추정한 결과와 (정규분포를 가정하지 않고) 백테스트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통화 정규분포 가정시 백테스트
달러화 (손실) 25.0% 17.1%
원화 (손실) 16.6% 15.0%
달러화 (-10% 이상 손실) 9.7% 8.7%
원화 (-10% 이상 손실) 3.1% 3.3%

정규분포 가정 시, 달러화로는 25.0%, 원화로는 16.6% 손실 가능성이 나옵니다. 과거 데이터로 살펴보면 각각 17.1%와 15.0%로 실제로는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의 수익률은 정규분포와 꽤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10% 이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추정한 결과와 백테스트 결과가 유사합니다. 원화로는 손실 가능성이 대폭 줄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백테스트 결과를 확률 누적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화로는 손실 가능성이 상당히 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4분위표로 수치화해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50%는 평균이 아닌 중윗값이기에 위에서 본 평균과 차이가 납니다.

통화 최소 25% 50% 75% 최대
달러화 -49.1% 4.5% 13.0% 19.1% 77.5%
원화 -19.3% 3.9% 10.6% 17.0% 59.4%

최대 수익률은 77.5%에서 59.4%로 조금 낮아졌지만, 최대 손실률은 -49.1%에서 -19.3%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현실에서 달러화를 사용하는 또는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원화를 사용하는 한국인에게는 무척 큰 혜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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