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20년 4월에 시중에 출시되어 있던 스마트 베타 ETF의 수익률을 확인해 본 적이 있습니다. 백테스트로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은 퀀트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는 ETF 상품이었습니다.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비교했는데, 대부분이 기대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보여서 왜 그런지 궁금했습니다. [이전 글: 퀀트 전략으로 투자하는 스마트베타 ETF의 실적은 왜 저조한 것일까요? (저는 이유를 모릅니다)]
그때 이후로 대략 4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성과가 나아졌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또한 퀀트 전략이 투자에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마트 베타란
알파와 베타
투자를 하다 보면 간혹 알파(Alpha: α)와 베타(Beta: β)라는 용어를 듣게 됩니다. 수익률을 분해해서 보는 모델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베타는 시장 수익률에 연동되는 정도에 대한 가중치이고, 알파는 시장 수익률 대비 초과/미달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수익률 = 베타 × 시장 + 알파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KOSPI 200에 편입된 삼성전자와 KB금융에 투자했다고 하겠습니다. 1년 뒤에 KOSPI 200은 10% 올랐고, 삼성전자와 KB금융은 모두 15%씩 올랐다고 하겠습니다.
수익률을 평가하면, 간단하게는 15% 수익률 = 시장 수익률 10% + 초과 수익률 5%라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는 위의 모델에서 베타를 1로 간주한 경우입니다.
알파와 베타로 나누어서 수익률을 분석하는 예를 들면,
- 삼성전자는 KOSPI 200 등락률의 2배 정도로 움직였다고 하겠습니다. 베타는 2가 됩니다. 따라서 15% = 10% × 2 - 5%가 됩니다. 알파는 -5%인 셈입니다.
- KB금융은 KOSPI 200 등락률의 절반 정도로 움직였다고 하겠습니다. 베타는 0.5가 됩니다. 따라서 15% = 10% × 0.5 + 10%가 됩니다. 알파는 10%인 셈입니다.
KB금융은 삼성전자에 비해 1/4에 해당하는 등락률(다르게 말하면 변동성)을 가지기에, 4배 레버리지로 투자해도 동일한 위험도에 노출됩니다. 부대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KB금융 4배 레버리지 투자는 60%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든 저러든 두 종목 모두 15% 수익률을 거두었으니, 4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면 둘 다 60%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익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위험도를 고려해서 추정하면 약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KOSPI 200이 -10% 하락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추정한 알파와 베타가 정확하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한 경우입니다. 또한 시장 전체와 종목을 따로 분리해서 보는 것은 과도한 가정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 삼성전자는 -10% × 2 - 5% = -25% 수익률을 거두게 됩니다.
- KB금융은 -10% × 0.5 + 10% = -5% + 10% = 5% 수익률을 거두게 됩니다.
- KB금융 4배 레버리지는 5% × 4 = 20% 수익률을 거두게 됩니다.
KOSPI 200이 [-10%, 10%] 수익률 구간에서 움직인다면, 삼성전자는 [-25%, 15%] 수익률 구간에서, KB금융은 [5%, 15%] 수익률 구간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KB금융 4배 레버리지는 [20%, 60%] 수익률 구간에서 움직입니다. 그러니 KB금융에 투자했던 것이 삼성전자에 투자했던 것보다 투자효율이 높았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잘 맞지 않기에 이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대개의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개별 종목의 베타도 함께 표시합니다. FnGuide의 경우 2024년 2월 16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1년 베타는 0.87, KB금융의 1년 베타는 1.02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겁니다. 베타는 미래에 대한 예측치가 아닙니다. 이동평균선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대한 평균적인 수치의 하나입니다.
알파는 그럼 무엇일까요? 애널리스트가 만든 리포트에 있는 선행 PER나 목표주가에서 현재 PER나 현재주가를 뺀 값이 일종의 알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에 의한 예상 등락률로 보정해야 합니다) 추정치이니 경우에 따라서는 크게 틀릴 수 있습니다.
스마트 베타
KOSPI 200이나 NASDAQ 100과 같이, 선별 가능한 모든 종목을 모아 놓은 시장에 대한 시총가중 지수는 베타가 1입니다. 자연히 이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는 베타가 1이 됩니다. 알파는 0입니다.
이 시장에 투자 가능한 종목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편입 여부나 편입 비중을 달리하면 특성이 다른 ETF(또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OSPI 2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 중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대형주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KOSPI 200 초대형주 지수(또는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선별 또는 비중을 결정하는 기준에 따라 다양한 지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배당률이 일정 이상인 종목만 선별할 수도 있고,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이 높은 정도에 따라 비중을 달리 줄 수도 있습니다. PER과 PBR 모두 좋은 쪽으로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종목만 선별하여 동일가중으로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많이들 알고 있거나 들어 본 방법입니다. 주가 데이터나 재무 데이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에 기반해서 종목을 선별하고, 비중을 결정하는 과정과 원칙적으로 동일합니다.
이렇게 선별 또는 비중을 달리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백테스트상으로 시장 전체와는 다르게 수익률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 수익률을 알파와 베타로 분리해서 분석하고, 그 변화의 방향이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추정되는 기준을 적용한 상품이 스마트 베타 ETF입니다.
비교 대상 스마트 베타 ETF의 4년 전 성과
아래는 당시 비교한 스마트 베타 ETF의 성과입니다. 구글 시트의 차트가 이전에는 한글을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해서 글자가 좀 이상합니다.
그래프에서 막대는 KODEX 200 대비 초과 수익률입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마이너스로 시장 수익률보다 성과가 낮았습니다.
TIGER 코스피대형주, TIGER 대형성장, TIGER 대형가치는 KODEX 200과 비슷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들 상품은 대형주를 편입하기에 KODEX 200과 많은 차이가 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 베타 ETF의 지금 성과
2024년 2월 16일 현재 성과과를 살펴봅니다. 수익률은 모두 CAGR이며, 배당 재투자를 가정했습니다. 비교 대상은 역시 KODEX 200이며, 차이는 CAGR 간의 차이입니다. 위험보정은 표준편차나 MDD를 유사하게 맞추었을 때의 평균 수익률 차이입니다.
당황스럽게도, 총 17 종목 중에서 12 종목이 상장폐지되었습니다. 몇 종목에 대해서 상장폐지 이유를 살펴보았는데, 모두 설정액 부족이었습니다. ETF 규모가 너무 작은 상태로 일정 기간 이상 유지되면 (50억 미만으로 1개월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많은 종목이 상장폐지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성과가 미흡해서 투자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장폐지된 종목은 마지막 거래일까지 분석했습니다. 각 종목명에는 링크가 걸려 있습니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보다 상세한 데이터와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종목 | CAGR | KODEX 200 | 차이 | 위험보정 |
TIGER 모멘텀 | 3.6% | 4.6% | -1.0% | -1.7% |
TIGER 베타플러스 [상폐] | 8.0% | 7.9% | 0.1% | -0.7% |
TIGER 로우볼 | 4.2% | 5.8% | -1.6% | -1.9% |
TIGER 배당성장 | 6.2% | 6.3% | -0.1% | -0.9% |
TIGER 가격조정 [상폐] | -1.2% | 3.7% | -4.9% | -5.3% |
ARIRANG 스마트베타Quality [상폐] | -3.9% | 3.0% | -7.0% | -7.1% |
ARIRANG 스마트베타Value [상폐] | -5.3% | 3.0% | -8.3% | -8.7% |
ARIRANG 스마트베타Momentum [상폐] | -5.4% | 3.0% | -8.4% | -8.6% |
TIGER 우량가치 |
3.7% | 7.2% | -3.6% | -4.8% |
ARIRANG 스마트베타LowVol [상폐] | -4.4% | 4.8% | -9.2% | -9.5% |
TIGER 지속배당 [상폐] | -2.8% | 4.2% | -7.0% | -7.2% |
TIGER 코스피대형주 | 4.1% | 4.4% | -0.3% | -0.3% |
TIGER 대형성장 [상폐] | 11.0% | 12.7% | -1.7% | -1.1% |
TIGER 대형가치 [상폐] | 11.2% | 12.7% | -1.5% | -2.3% |
TIGER 중소형성장 [상폐] | 4.7% | 12.7% | -8.0% | -10.9% |
TIGER 중소형 [상폐] | 4.2% | 8.2% | -4.0% | -5.4% |
TIGER 중소형가치 [상폐] | 8.4% | 12.7% | -4.3% | -7.1% |
수익률을 보면 어느 한 종목도 KODEX 200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품은 없습니다. 대개의 상품은 위험고려 시 수익률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이는 이들 상품의 표준편차나 MDD가 KODEX 200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변동성은 대체적으로 더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며
그 당시나 지금이나 제가 내리는 평가는 비슷한 듯합니다. 해당 상품 출시 당시에는 나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미흡한 성과를 보였다는 것은 대부분의 상품이 과최적화 된 결과를 믿고, 성급하게 상품을 출시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관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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