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국장은 미장보다 정말 어려운 것일까?

오렌지사과키위 2024. 2. 20. 20:44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것은 미국 시장에 비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때가 있습니다.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조하거나, 미국 증시가 활황일 때 꽤 자주 듣습니다.

투자 시기나 기간, 종목이나 전략에 따라 공감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20년간 평균적 위험도를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대표 ETF로 비교해 봅니다.

이전 글에서 달러로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에 의해 위험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하였습니다. 한국인이 달러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어떤 효과가 날까?를 먼저 읽으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변동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에서의 투자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투자 성과가 확연히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 지수 추종 ETF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를 비교합니다. 한국 증시의 경우 KOSDAQ 종목까지 포함하는 KRX 300 지수가 보다 적절하지만,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상장된 지 6년이 되지 않았기에, KODEX 200을 사용합니다.

수익률

아래는 SPY와 KODEX 200의 최근 20년간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했으며, SPY는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입니다. SPY가 KODEX 200보다 먼저 표기된 것은, 이후에 추가할 수익률 그래프가 KODEX 200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기간 동안 SPY의 연평균 수익률(CAGR)은 10.5%였고, KODEX 200은 8.1%였습니다. 예상보다 KODEX 200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외환 위기가 닥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KODEX 200이 상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기저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KODEX 200은 최근 몇 년간 정도 상대적으로 부진했기에, SPY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만 보면 준수한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서로 다른 종목을 비교할 때, 수익률만 보면 착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대개의 경우, 동일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거두는 종목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SPY의 수익률 변화 추세는 KODEX 200에 비해 안정적입니다.

위험도(변동성)

아래는 SPY와 KODEX 200의 수익률과 표준편차, 그리고 변동 계수를 나타낸 것입니다. 투자한 후에 1년 뒤에 계좌를 열어보면 볼 수 있는 평균적인 수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1년을 250 거래일로 가정하고 계산하였습니다.

앞의 글에서 소개한 결과와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SPY와 KODEX 200이 모두 거래된 날만 추출하고, 여기에서 250 거래일을 산출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250 거래일이라도 앞의 글에 비해 평균 실질 기간이 조금 더 길기에, 수익률도 조금 높은 것처럼 나옵니다

종목 1년 평균 수익률 표준편차 변동 계수
SPY (KRW) 11.3% 11.4% 101%
KODEX 200 10.7% 22.4% 211%

1년 평균 수익률(이 표에서는 CAGR이 아닌 산술 평균입니다)은 비슷하지만, 표준편차와 변동 계수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동일한 평균 수익률이라면 표준편차가 높을수록 CAGR은 낮아집니다. 이는 손익 비대칭성에 의한 것입니다. (예: 1.1 × 0.9 = 0.99, 1.2 × 0.8 = 0.96)

이 표는 KODEX 200이 SPY보다 변동성이 2배 정도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KODEX 200에 절반의 자금만 투자해야, SPY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도를 가지게 됩니다.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SPY는 68%의 확률로 [ 11.3% - 11.4%, 11.3% + 11.4% ] = [ -0.1%, 22.7% ] 수익률 구간을 가집니다.
  • KODEX 200은 같은 확률로 [ 10.7% - 22.4%, 10.7% + 22.4% ] = [ -11.7%, 33.1% ] 수익률 구간을 가집니다.
  • KODEX 200에 절반만 투자하면 같은 확률로 [ -11.7%, 33.1% ]  / 2 = [ -5.85%, 16.55% ] 수익률 구간을 가집니다. 구간 간격이 22.4%로 SPY의 22.8%와 비슷해집니다.

동일 위험하의 수익률

SPY와 동일한 수준의 변동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KODEX 200에 대략 50% 정도 투자하여야 합니다. 정확한 비율은 평균 수익률의 비 / 표준편차의 비로 계산하면 됩니다. (11.3% / 10.7%) / (11.4% / 22.4%) ≒ 54%입니다. 이 수식은 잘못되었습니다. 전구간에 대해 구한 표준편차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표준편차의 비를 비중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이 글에서의 분석처럼 특정 기간으로 끊어서 평균으로 계산한 경우에는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나온 54%를 이용하면 비슷한 수준의 표준편차를 가지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일 위험도로 맞추어서 비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평균 수익률의 변동폭을 맞추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외에도 평균 수익률 대비 변동비율, MDD(최대 낙폭), AvDD(평균 낙폭)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는 이렇게 54% 비중으로 KODEX 200에 투자한 결과를 그래프에 함께 표시한 것입니다. 일일 리밸런싱을 가정하였고, 리밸런싱 시에 소요되는 비용은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현금 보유분에 대한 이자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종목 1년 평균 수익률 표준편차 변동 계수
SPY (KRW) 11.3% 11.4% 101%
KODEX 200 10.7% 22.4% 211%
KODEX 20 [54%] 5.6% 11.5% 204%

KODEX 200 [54%]의 표준편차는 11.5%로 SPY와 거의 동일해졌습니다. 1년 평균 수익률의 산술 평균은 5.6%였습니다. KODEX 200의 투자 효율(위험 대비 투자 성과)은 SPY의 50%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5.6% / 11.3% ≒ 54%)

아래는 SPY, KODEX 200, KODEX 200 [54%]의 1년 수익률의 누적 확률 분포를 백테스트로 추정한 것입니다.

KODEX 200은 SPY에 비해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높은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KODEX 200 [54%]는 이에 비해 위험도와 수익률 모두 감소하였습니다.

수익률 분포를 4분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목 최소 25% 50% 75% 최대
SPY -20.5% 4.5% 11.2% 17.4% 66.0%
KODEX 200 -50.6% -4.6% 7.7% 25.0% 118.0%
KODEX 200 [54%] -30.1% -2.1% 4.6% 13.4% 53.6%

KODEX 200의 최대 손실률은 -50.6%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소위 말하는 반토막입니다. 반대로 수익률이 118.0%를 기록한 적이 있었습니다.

KODEX 200 [54%]의 SPY와 변동성은 동일하게 맞추었지만, 4분위표의 모든 수치에서 SPY에 비해 열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KODEX 200을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Y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위험도를 고려했을 때 KODEX 200은 SPY의 절반 정도의 투자효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증시에 투자했으면 (적어도 KODEX 200에) 수익을 얻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동일한 수익을 얻기 위해 2배 정도의 위험(변동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좋게 해석해서) 다르게 말하면, 좋은 시점에 투자했을 때는 KODEX 200으로 SPY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투자 시점이 적절하지 못했다면 훨씬 낮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직설적으로)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면, SPY의 2배 레버리지인 SSO 수준의 변동성을 감수하면서, SPY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던 게 KODEX 200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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