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의 <나는 ETF로 돈 되는 곳에 투자한다>는 기존 ETF 투자 소개서와는 꽤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당수의 기존 책들은 ETF란 무엇인지, ETF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계좌는 어떻게 개설하고, ETF 주문은 어떻게 내는지와 같은 내용으로 전반부가 채워져 있습니다. 후반부에 가면 사전식으로 ETF를 분류해서 나열하면서 하나씩 기초 지수가 무엇이고, 편입 종목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주식 투자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이런 구성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주식 거래에 경험이 있거나 익숙한 투자자에게는 큰 가치가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더구나 개별 ETF에 대한 소개는 인터넷, 유튜브 등으로 보다 쉽고 알차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개별 ETF에 대한 세부 설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책은 411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껍습니다. 무엇으로 채운 것일까요?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무료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이에 무의식적으로나마 해당 책에 대해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 - ETF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를 알려주는 책
(책의 주요 내용은 책의 목차 및 다른 서평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 책은 투자자가 하향식(top-down)으로 투자 결정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호황일 것이다. →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는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이고, 장기간 실질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 미국의 주요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투자하겠다.
이 단계에서 더 깊이 들어가면, 투자할 개별 종목을 고르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이 책은 여기서 투자자가 ETF로 투자하겠다고 결정했다는 전제하에 설명을 합니다.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흐름을 고려해서, 개별 국가나 개별 테마가 왜 투자에 유망한 지 또는 적합하지 않은지를 여러 데이터로 근거를 들어가며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은 두껍지만 이해하기 쉽게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술술 읽힙니다.
ETF 투자 입문서를 이렇게 깔끔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했고, 국가별 그리고 테마별 주요 기초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ETF 투자 여부를 떠나 유익했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이지만, 저자와 생각이 다르거나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ETF 투자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세금, 수수료, 각종 비용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일부 잘못되거나,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 다른 통화에 투자하는 KOSEF 미국달러선물과 같은 ETF는 환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가 부과됩니다. 다른 통화에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환전 후 외화 RP/발행어음을 매수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 보유기간과세로 채권 ETF가 채권보다 불리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유기간과세는 채권 이자에 대한 세금을 보다 공정하게 부과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채권 대비 유불리가 있지 않습니다. 참고: ETF는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보유기간과세와 과표기준)
- 초단기 채권 ETF를 파킹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기 기간이 짧은 파킹 자금의 경우, 수수료와 매도 후 현금 인출 가능 시점 때문에, CMA/RP/발행어음보다 유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초단기 채권 ETF가 좋을까? RP/발행어음이 좋을까? (파킹용 단기 자금)
-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부가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국내와 해외(역외)에 상장된 동일한 기초 지수를 가진 ETF가 있다면, 세금 과세의 차이를 제외하면, 대개 해외 ETF가 장기 투자 시 비용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참고: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용 (TR ETF를 이용하여 숨은 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추정해 보자)
주식 ETF에 비해 채권 ETF와 관련한 내용은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 채권과 금리와 관계에 대한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 환율로 의한 미국 주식의 변동성 감소 현상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채권 ETF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인 안정적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원화로 고정 수입이 있고, 특히 부동산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자체가 채권 역할을 일부 담당하기에, 한국은 채권 투자의 필요성이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인컴형 ETF를 일부 보유하는 것을 권하는 듯합니다. 분배금을 계속 지급받을 수 있고, 하락장에서 조금 더 안정적이면서, 콜옵션 비중이 낮은 경우에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상당 부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성향, 투자 목적, 투자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기 투자에 있어서는 커버드콜 ETF가 적절한 투자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안정성을 높이고 싶다면, 현금성 자산을 일부 보유하는 것이 세금을 고려하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수익률은 왜 좋지 못했을까? (커버드콜 ETF를 수식으로 표현해 보자!)
- 커버드콜은 정말 하락장과 횡보장에 유리할까?
- 커버드콜 ETF는 왜 하락장과 횡보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 (QYLD의 사례)
특히, 책에서 소개하는 10% 수준의 낮은 비중으로 콜옵션을 발행하는 ETF는, 기초 자산 보유 후 조금씩 매도하면서 현금 흐름을 만드는 전략에 비해 유리한 방법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10% 비중의 콜옵션은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 방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금 흐름을 매도로 만드나, 배당으로 받으나 자산의 감소 정도는 동일합니다.
대다수의 신형 커버드콜 ETF는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유불리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1~2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판별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정리하며
주식 투자를 조금이라도 경험한 투자자에게 맞춰 쓴 알찬 ETF 입문서입니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ETF를 선택하는데 필요한 주요 기초 지식 전달에 신경을 쓴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TF에 투자하고자 하는 분, 이미 투자하고 있는 분,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고 하는 분 모두에게 권할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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