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는 올해로 50세입니다. 다니고 있는 회사는 60세가 정년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별문제가 없다면 지속적인 근로소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60세에 은퇴하는 것을 가정해서 구체적인 은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갑돌이는 은행 대출금이 남아있는 집이 한 채 있습니다. 갑돌이의 근로소득은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은퇴 시점에는 대출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아들 철수는 작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박봉이긴 하지만, 안정적이어서 철수도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자기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모로서 큰 행운입니다.
갑돌이의 금융 자산은 2억원입니다. 노후를 생각하면 10년 후에 현재 가치로 3억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집은 갑돌이에게 상속할 계획입니다. (금융 자산으로 대출을 먼저 상환할 수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금융 자산을 불려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0년 후에 노후 자금이 3억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자산이 될 테고, 집도 있고 연금도 있습니다. 그러니 생활고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3억원 정도까지 불리는 것이 안정적인 생활비 조달에 유리할 듯합니다.
2억원이 3억원이 되려면 10년 동안 자산이 50% 불어나야 합니다. 연평균 복리로 4.1% 정도 수익률이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연 3%입니다. 따라서 연 7.1% 정도의 수익률이 필요합니다.
갑돌이가 투자할 수 있는 장기 수익률이 높은 자산은 3가지가 있습니다. 국내 대표 지수의 하나인 KOSPI 200을 추종하는 KODEX 200, 미국 대표 지수의 하나인 S&P 500을 추종하는 SPY입니다. SPY는 환헤지와 환노출 상품이 있으며, 각각 SPY(USD)와 SPY(KRW)입니다.
KODEX 200, SPY(USD), SPY(KRW)의 연평균 수익률(CAGR)은 동일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변동성이 다릅니다. 갑돌이는 어디에 투자하면, 3억원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요?
이 글에서는 KODEX 200, SPY(USD), SPY(KRW)의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을 살펴봅니다. 갑돌이가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룹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수익률과 변동성
투자에서 수익률은 위험도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보면, 투자 목적에 적절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선정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갑돌이의 투자 목표는 10년 뒤에 2억원을 3억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위험을 간단하게 목표에서 도출하면, 자산을 3억원 이상으로 불리지 못하는 것이 위험이 됩니다. 위험을 좀 더 세분화한다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원금에 손실이 생기는 경우를 큰 위험이라 둘 수도 있습니다. 참고: 자산 배분 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 (직장인은 국내 주식, 원화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수익률과 위험 모두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는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여 추정한 수익률과 위험도를 미래 수익률과 미래 위험도로 가정합니다.
미래의 성과는 과거 데이터에서 추출한 데이터에 기반한 모델을 세워 추정합니다.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일수록 합리적인 미래 예상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KODEX 200, SPY(USD), SPY(KRW)이 대략 20년간 원금을 얼마나 불렸는지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최근 몇 년간 SPY가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지만, 갑돌이가 2021년쯤에 결정을 한다면, 어느 상품이나 수익률은 엇비슷할 것입니다.
KODEX 200
아래는 KODEX 200의 240거래일(대략 1년) 수익률 분포입니다. 200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4월 8일까지 대략 20년 치 데이터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KODEX 200의 산술 연평균 수익률(CAGR이 아닙니다)은 10.3%, 표준편차는 21.9%입니다. 표준편차는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의 하나입니다. 변동성은 금융공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위험 지표의 하나입니다.
수익률의 분포는 정규분포와 조금 달라 보입니다. 대략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장기로 갈수록 주식 수익률의 분포가 정규분포와 달라지고, 손익 비대칭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수익률의 분포는 대개 정규분포보다 조금 뾰족하고 양옆으로는 조금 더 넓게 퍼져있습니다. 연수익률을 정규분포로 가정하고, 수익률의 평균과 분산으로 임의 생성한 값을 함께 그려보면 비교할 수 있습니다.
평균 수익률 10%를 기준으로 오른쪽을 보면, 정규분포의 중앙이 조금 더 통통하고, 오른쪽 끝으로 가면 조금 더 빨리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그런 현상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좌우가 대칭되는 구조도 아닙니다. 이는 손익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50% 손실률은 100% 수익률과 대칭을 이룬다는 성질이 손익 비대칭성입니다. 오른쪽으로 200% 수익률은 있을 수 있지만, 왼쪽으로 -200% 손실률은 없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참고: -50% 손실은 왜 100% 수익과 같은 것일까? (손익 비대칭성)
왼쪽의 -20%는 좀 더 왼쪽인 -25%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고 보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0.8 × 1.25 = 1
참고: 손익 비대칭성 때문에 로그(log) 수익률을 기초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이 대개는 더 합리적입니다. 로그 수익률로 표시하면 -50% 손실률과 100% 수익률은 0%에서 동일한 거리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설명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일반 수익률을 사용합니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한다고 해서 주식 수익률이 정규분포처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단기 수익률은 정규분포로 어느 정도 모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 수익률은 정규분포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아래는 KODEX 200의 5거래일(대략 1주일) 수익률의 분포입니다. 앞서 본 240거래일 수익률의 분포보다 안정적인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PY(USD) - 환헤지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USD)의 240거래일(대략 1년)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SPY(USD)는 SPY의 환헤지 상품으로 보아도 됩니다. 수익률 분포가 정규분포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40% 지점에 옹기종기 분포가 모여있습니다. 2007 ~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식 수익률은 얼핏 보기에는 정규분포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특성이 상당히 다르며, 예외도 빈번합니다.
SPY(KRW) - 환노출
SPY(KRW)는 SPY의 환노출 상품입니다. SPY(KRW)의 240거래일 수익률 분포를 그려보면,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SPY(KRW)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분포와 조금 더 비슷합니다. 특히 왼쪽에 모여있던 -40% 수익률은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PY(USD)는 금융위기 때 크게 하락했지만, SPY(KRW)는 하락의 상당 부분을 환율이 복원해 준 것입니다. 참고: 미국 주식과 환율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장기 투자에는 무엇이 유리할까?
KODEX 200, SPY(USD), SPY(KRW)의 수익률 분포를 함께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파란색의 KODEX 200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펑퍼짐한 분포이며, 노란색의 SPY(USD)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가운데 모여 있습니다. 초록색 선으로 그려진 SPY(KRW) 수익률은 보다 안정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포의 특성은 여러 가지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평균과 표준편차입니다. 아래는 3가지 상품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표로 나타낸 것입니다.
종목 | 연평균 수익률 (산술) | 표준편차 |
KODEX 200 | 10.26% | 21.87% |
SPY(USD) | 10.96% | 16.06% |
SPY(KRW) | 10.97% | 11.25% |
3가지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엇비슷하지만, 표준편차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표준편차는 값들이 평균 대비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이는 앞에서 보았듯이, 현실적인 가정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 KODEX 200의 연수익률이 10.26 ± 21.87% = [ -11.61%, 32.13% ] 내에 있을 가능성은 대략 68%이다.
- SPY(USD)가 10.96% 이상의 연수익률을 거둘 확률은 대략 50%이다.
- SPY(KRW)가 10.97% - 11.25% = -0.28% 이하의 연수익률을 거둘 확률은 대략 16%이다.
장기 투자에 있어 무엇이 유리할까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장기 수익률을 가진(또는 예상하는) 자산이라도 변동성을 잘 이용하면,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 8%의 고정 수익률을 주는 상품 A와 -10% 또는 29.6% 연수익률 중에서 하나를 랜덤하게 주는 상품 B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무엇이 더 유리할까요? (복리로 계산하면 1.08 × 1.08 = 0.9 × 1.296로 상품 A와 B의 장기 수익률은 동일합니다)
상품 B의 다음 해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있다면, 상품 B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100% 확률로 맞출 수 있다면,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투자함으로써, 연평균 √(1.296) - 1 = 13.84%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확신할 수 있는 전략이 없다면, 변동성이 낮을수록 장기 투자에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또는 품질)이 충분하다면, 변동성은 수익률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수익률을 저하시키거나, 위험(예를 들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산을 현금화해야 하는데 자산이 부족한 경우)에 보다 빈번하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투자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유리한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봅니다.
정리하며
투자에 있어 목표와 위험은 투자할 대상을 선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갑돌이는 현재 보유한 2억원의 자산을 3억원으로 늘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 성과가 좋지 못해 원금 이하로 자산이 줄어들면 큰 위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자 가능한 자산이 여럿 있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위험을 회피하기에 유리한 상품(크게 보면 포트폴리오)을 선택해야 합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수월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과거 데이터와 미래 예상을 종합하여 자산의 수익률과 위험도를 추정해야 합니다.
위험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기초적인 방법의 하나가 변동성 지표인 표준편차입니다. 표준편차가 낮을수록 평균에 더 가까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KODEX 200, SPY(USD), SPY(KRW)의 장기 수익률은 기간에 따라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동성은 KODEX 200, SPY(USD), SPY(KRW) 순으로 낮아집니다. SPY(KRW)는 환율과 주식 간의 음의 상관관계에 의해 SPY(USD) 보다 더 낮은 변동성을 가집니다.
변동성이 낮다고 반드시 장기 투자에 더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변동성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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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 변동성은 장기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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