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세인 갑돌이는 60세에 은퇴할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한 금융 자산 2억원입니다. 은퇴에 대비해서 3억원으로 불리려고 합니다. 투자 가능한 상품은 3가지이며, 장기 수익률은 모두 비슷합니다. 하지만 변동성은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전 글: 주식 수익률은 어떤 분포일까? (KODEX 200, SPY 환헤지/환노출, 그리고 정규분포,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1)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글에서 소개하는 KODEX 200, SPY(USD), SPY(KRW)는 변동성이 투자 목표 달성과 위험 회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기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 비교를 위해 동일한 장기 수익률이 발생한 기간으로 한정하여 데이터를 추출하였습니다. 이 상품들의 실제 수익률은 글에서 설명하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갑돌이의 투자 목표와 위험
갑돌이의 투자 목표와 위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연 인플레이션 3%를 가정합니다. 참고: 자산 배분 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 (직장인은 국내 주식, 원화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
- 목표: 10년간 현재 2억원인 금융 자산을 현재 가치로 3억원으로 늘이기
- 위험1(작은 위험): 10년 뒤 3억원 이상으로 금융 자산을 불리지 못하는 경우
- 위험2(큰 위험): 10년 뒤 금융 자산이 2억원 미만이 되어 인플레이션 고려 시 원금 손실이 나는 경우
갑돌이가 투자 가능한 자산은 국내 대표 지수의 하나인 KOSPI 200을 추종하는 KODEX 200, 미국 대표 지수의 하나인 S&P 500을 추종하는 SPY(USD; 환헤지)와 SPY(KRW; 환노출)가 있습니다.
KODEX 200, SPY(USD), SPY(KRW)의 2004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의 장기 수익률은 아래와 같이 비슷합니다. 갑돌이는 2021년 3월 말에 투자 결정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프에는 2020년부터 2021년 3월까지만 나타냈습니다.
3가지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CAGR)은 엇비슷하지만, 변동성은 아래와 같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종목 | 수익률 | 연평균 수익률(CAGR) | 연평균 수익률(산술) | 표준편차 |
KODEX 200 | 397% | 9.85% | 10.97% | 20.9% |
SPY(USD) | 389% | 9.74% | 10.50% | 15.4% |
SPY(KRW) | 378% | 9.60% | 9.85% | 10.0% |
주의: 이 글에서는 ETF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비현실적인 가정하에서 분석합니다. 주식 수익률의 분포는 정규분포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동일한 모델을 가정하여 분석했을 때, 상대적인 우위를 살펴보는 용도로는 크게 무리가 없을 수 있습니다. 참고: 주식 수익률은 어떤 분포일까? (KODEX 200, SPY 환헤지/환노출, 그리고 정규분포,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1)
CAGR은 KODEX 200 > SPY(USD) > SPY(KRW) 순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장기 투자에서 기대 수익률은 KODEX 200이 가장 높고, SPY(KRW)가 가장 낮습니다.
10년 동안, 2억원이 3억원으로 50% 불어나기 위해서는 연 4.1%의 수익률이 필요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연 3%로 가정하면, 연 4.1% + 3% = 7.1% 수익률이 요구됩니다. 세 가지 상품 모두 9% 후반대의 CAGR을 가지고 있으니, 목표 달성이 가능할 듯합니다.
평균과 중앙값
아래는 각 상품에 투자했을 때 10년간의 평균 자산 규모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서 연 수익률에서 -3%를 차감해서 계산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래프에서 세로축은 현재가치입니다.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각 10만개의 임의 데이터를 생성해서 시뮬레이션하여 평균한 것입니다.
CAGR이 가장 높은 KODEX 200은 평균 4.3억원, SPY(USD)는 평균 3.8억원, SPY(KRW)는 평균 3.6억원이 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평균이 가장 높은 KODEX 200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평균과 확률은 다릅니다.
중앙값(median; 중위수)은 표본의 값을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가운데에 위치한 값입니다. 중앙값보다 낮을 확률과 높을 확률이 각각 50%로 동일해지는 지점입니다. 아래는 평균 대신 중앙값으로 자산 규모를 그려본 그래프입니다.
앞서와는 다르게 SPY(USD) ≒ SPY(KRW) > KODEX 200로 중앙값이 큽니다. 각각 3.52억원, 3.51억원, 3.41억원입니다.
만일 3.5억원을 투자 목표로 설정했다면, SPY(USD)나 SPY(KRW)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50% 이상의 확률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KODEX 200에 투자한다면 달성 확률은 50% 미만이 됩니다. 평균 수익률이 높다고 항상 목표 달성 확률도 함께 높아지지 않습니다. 변동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평균과 중앙값을 함께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평균과 중앙값의 간격을 비교하면 최종 수익률에 어느 정도 변동성이 있을지 (다르게 말하면 불확실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KODEX 200, SPY(USD), SPY(KRW) 순으로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가 큽니다. KODEX 200은 비록 높은 평균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위험도 역시 높을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주의: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변동성 때문이 아닙니다. 손익비대칭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률을 정규분포로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손익비대칭성을 고려해서 수익률을 로그 정규분포로 모델링하면, 평균과 중앙값이 동일해집니다. 잘못된 설명이었습니다.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는 변동성과 손익비대칭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규분포로 수익률을 모델링하였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에 따라 목표 달성률과 위험 노출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위험에 목표를 달성하거나 위험에 처할 확률
갑돌이의 위험은 자산이 3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큰 위험은 자산이 2억원도 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아래는 10년 후 자산이 2억원 이하, 2 ~ 3억원, 3 ~ 4억원, 4억원 이상이 될 확률을 계산한 것입니다.
종목 | 2억원 이하 | 2 ~ 3억원 | 3 ~ 4억원 | 4억원 이상 |
KODEX 200 | 18.66% | 20.08% | 17.73% | 43.52% |
SPY(USD) | 9.64% | 22.10% | 23.77% | 44.50% |
SPY(KRW) | 2.11% | 21.19% | 36.11% | 40.60% |
조금 더 파악하기 쉽게 위험 관점에서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목 | 큰위험 (< 2억원) | 목표 미달 (< 3억원) | 목표 달성 (>= 3억원) |
KODEX 200 | 18.66% | 38.75% | 61.25% |
SPY(USD) | 9.64% | 31.73% | 68.27% |
SPY(KRW) | 2.11% | 23.30% | 76.70% |
KODEX 200에 투자하면 19% 정도로 확률로 큰 위험인 2억원 미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SPY(USD)는 그 확률이 10% 정도이며, SPY(KRW)는 2% 정도에 불과합니다.
3억원 이상이라는 목표는 KODEX 200에 투자하면 61% 정도로 달성할 수 있지만, SPY(USD)는 대략 68%, SPY(KRW)는 대략 77% 확률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KODEX 200에 투자하면, 기대 수익률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갑돌이가 크고 작은 위험을 가능한 회피 하려면 SPY(KRW)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장기 수익률은 비슷하되 변동성이 다른 투자 상품이 투자 목표 달성과 위험 회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은퇴를 앞두고 자산을 불리려는 갑돌이의 사례로 살펴보았습니다.
갑돌이의 경우에는 변동성이 가장 낮은 SPY(KRW)가 가장 적절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이는 갑돌이의 목표와 위험에 맞춘 경우입니다. 투자자의 목표와 위험을 다르게 설정하면 적절한 선택도 달라집니다.
갑돌이가 5억원 이상으로 자산을 불리는 게 목표라면, KODEX 200은 30.23%, SPY(USD)는 26.42%, SPY(KRW)는 15.58% 확률로 달성이 가능합니다. 그 이하가 되어도 아무런 위험이 없다면 갑돌이는 KODEX 200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자산이 충분하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채권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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