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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배분은 장기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투자 포트폴리오,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3)

오렌지사과키위 2024. 4. 14. 12:43

갑돌이는 올해 55세이며, 은퇴 예정 나이인 60세까지 3억 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5년 전에는 2억원의 금융 자산(이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여러 주식 ETF를 분석했습니다.

고려했던 주식 ETF의 장기 수익률은 비슷했습니다. 그 중에서 변동성이 가장 낮은 S&P 500을 추종하는 SPY(KRW; 환노출) 상품에 투자했습니다.

지난 5년간 투자 성과는 괜찮았습니다. 연평균 9.4% 정도의 복리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연 3%의 물가 상승률은 고려하면, 연 6.7% 정도의 수익률입니다. 현재 자산은 당시 가치로 2.7억원입니다. 5년 전, 현재, 그리고 5년 후에 희망하는 자산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5년 전: 2억원 (가치 기준 시점)
  • 현재: 2.7억원 (명목 3.1억원)
  • 5년 후: 3억원 (명목 4.0억원)

남은 5년간 자산을 11% 정도 더 불려 3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 손실로 인해 자산이 2억원 미만으로 줄어들면, 은퇴 후 생활비 마련에 부담이 가게 됩니다.

갑돌이가 5년 전에 어떤 상품을 살펴보았고, 어떻게 투자 상품을 선택하였는지는 아래 두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갑돌이는 남은 5년간 계속해서 주식 ETF에 투자하는 최선의 선택일까요? 자산 배분 투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주주 ETF와 단단 ETF는 가상의 상품입니다. 예로 든 수익률과 변동성은 자산 배분 투자의 효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한 가상의 수치입니다. 분석과 설명의 편의를 위해 몇 가지 비현실적인 가정을 두었습니다.

갑돌이의 투자 목표와 위험에 대한 분석

갑돌이가 투자 가능한 상품은 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주주 ETF와 단기 우량 회사채를 편입한 단단 ETF입니다.

각 상품의 연 수익률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합니다. 한 상품 내에서 모멘텀은 존재하지 않으며, 두 상품 간에도 서로 독립(independent)이라 가정합니다. 참고: 비현실적이지만, 설명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가정한 것입니다. 상대적인 비교 용도로 국한한다면, 불합리한 가정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래는 주주 ETF와 단단 ETF의 주요 특성입니다. 설명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단순한 수치를 사용하였습니다.

주의: 앞선 글에서 갑돌이가 선택한 SPY(KRW)의 산술 연평균 수익률과 표준편차는 각각 9.85%와 10.0%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산 배분의 영향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변동성(표준편차)을 2배로 증폭하였습니다. 분석에 사용한 수치는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종목 연평균 수익률 (산술) 표준편차 연평균 수익률 (CAGR)
주주 ETF 10% 20% 8.1%
단단 ETF 4% 1% 4.0%

산술 평균인 산술 연평균 수익률에 비해 기하 평균인 CAGR은 조금 낮습니다. 복리로 투자한다면 기하 평균인 CAGR이 실제 얻게 되는 연평균 수익률입니다. 표준편차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단 ETF는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차이가 미미합니다. 참고: 수익률의 분포를 정규분포로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단단 ETF의 표준편차 1%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4% 이자를 받더라도 다음 해는 5%로 늘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3%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3%로 가정하면, 실질 수익률은 -3%씩 차감하여야 합니다. 주주 ETF와 단단 ETF의 산술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7%와 1%가 됩니다.

현재 2.7억원으로 각 상품에 100% 투자한다면, 투자 목표 달성률과 위험 노출률은 아래와 같이 추정할 수 있습니다.

종목 큰 위험 (< 2억원) 목표 미달 (< 3억원) 목표 달성 (>= 3억원)
주주 ETF 11.0% 36.0% 64.0%
단단 ETF 0.0% 99.5% 0.5%

단단 ETF에 투자하면, 큰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현재 자산이 2.7억원으로 2억원을 훌쩍 넘었고, 단단 ETF는 안정적인 투자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0.5%로 아주 낮습니다.

주주 ETF에 투자하면, 목표 달성 가능성은 64%가 됩니다. 반대급부로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11%로 높아집니다.

두 상품을 혼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각각에 100% 투자했을 때의 중간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비율이 절묘하다면, 목표 달성 가능성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낮출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규분포의 몇 가지 특성

(이미 알고 있거나, 수학에 흥미가 없다면 이 부분은 스킵해도 됩니다)

정규분포는 N(μ, σ²)로 표현합니다. N은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의 약자이며, μ(mu; 뮤)평균, σ²는 분산(variance)입니다. σ(sigma; 시그마)는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입니다.

정규분포는 몇 가지 재미난 특성이 있습니다. 

  • 상수 c를 더하면 N(μσ²) → N(μ + c, σ²)로 평균만 이동합니다.
  • 상수 k를 곱하면 N(μσ²) → N(, k²σ²) = N(, (kσ)²)로 바뀝니다. 평균과 표준편차 모두 k배 늘어납니다. k는 1 이하의 숫자일 수 있습니다.
  • 두 정규분포 N(μₓ, σ²ₓ)과 N(μᵥ, σ²ᵥ)가 독립이라면, 그 합은 N(μₓ + μᵥ, σ²ₓ + σ²ᵥ)이 됩니다. 평균과 분산이 합해집니다.

주주 ETF의 수익률 분포는 N(10%, 20%²)이며, 단단 ETF 수익률 분포는 N(4%, 1%²)입니다. 주주 ETF에 80%, 단단 ETF에 20%를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분포는 N(80% × 10% + 20% × 4%, (80%  × 20%)² + (20% × 1%)²) = N(8% + 0.8%, 16%²  + 0.2%²) ≒ N(8.8%, 16%²)이 됩니다.

주주 ETF와 단단 ETF 혼합 포트폴리오의 기대 성과

정규분포의 특성을 이용하면, 주주 ETF의 비중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어떻게 변할지 수월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1년 수익률을 이용하여 분석했기에, 포트폴리오의 주주 ETF와 단단 ETF의 비중은 매년 리밸런싱을 통해 고정 비율로 맞추게 됩니다.

아래는 포트폴리오의 주주 ETF 비중을 0 ~ 100%로 달리했을 때, 목표 달성과 위험에 노출될 확률을 추정한 것입니다.

참고: 수월한 분석을 위해 정규분포를 가정한 것이지, 실제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프는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파란색 선은 큰 위험인 2억원 미만으로 자산이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노란색 선과 파란색 선 사이는 최종 자산이 2 ~ 3억원 사이인 경우입니다. 노란색 선 위는 목표인 3억원 이상을 달성한 경우입니다.

그래프에서 맨 왼쪽은 단단 ETF에 100% 투자한 경우이며, 맨 오른쪽은 주주 ETF에 100% 투자한 경우입니다. 각각 앞의 표에서 살펴본 경우입니다.

주주 ETF의 비중이 높을수록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란색 선인 최종 자산이 3억원 이하는, 주주 ETF 비중이 40%를 넘어가면 그 감소폭이 크게 둔화됩니다. 반대로 파란색 선인 최종 자산이 2억원 미만은 이쯤부터 크게 증가합니다.

갑돌이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최종 자산의 평균 규모나, 목표 달성 가능성만 따진다면, 주주 ETF에 100%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11% 정도의 확률로 2억원 미만으로 자산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단 ETF에 100% 투자하면, 큰 위험은 없겠지만,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게 됩니다.

갑돌이는 작은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큰 위험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비를 조금 아껴 쓰는 것이 생활비 걱정을 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갑돌이는 아마도 주주 ETF의 비중을 절반 정도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래는 30 ~ 60% 비중으로 주주 ETF에 투자했을 때의 성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주주 ETF 비중 큰 위험 (< 2억원) 목표 미달 (< 3억원) 목표 달성 (>= 3억원)
0% 0.0% 99.5% 0.5%
30% 0.1% 42.2% 57.8%
35% 0.3% 40.5% 59.5%
40% 0.7% 38.7% 61.3%
45% 1.1% 38.0% 62.0%
50% 1.8% 37.3% 62.7%
55% 2.5% 36.7% 63.3%
60% 3.4% 36.0% 64.0%
100% 11.0% 36.0% 64.0%

주주 ETF를 100% 비중으로 편입한 포트폴리오는 60% 비중으로 편입한 포트폴리오에 비해 위험 측면에서 나은 점이 없습니다. 둘 다 목표 달성률은 64%로 엇비슷하지만,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60% 포트폴리오가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3.4% vs 11.0%

갑돌이가 좀 더 위험 회피 성향이라면, 45% 포트폴리오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목표 달성률은 2%p 낮아지지만,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1.1%로 100% 포트폴리오의 1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생각 (동적 포트폴리오 최적화)

갑돌이는 5년 전과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있습니다. 5년 전에는 주주 ETF에 100% 투자했지만, 지금은 45 ~ 60% 정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현재 자산
  • 목표
  • 위험
  • 투자 기간
  • 투자 가능 상품의 종류와 특성

이들 요소는 계속해서 변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낮아서 목표가 3억원에서 2.9억원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정년이 연장되어 투자 기간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법안이 통과되어, 위험이 2억원 미만에서 2.2억원 미만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신규 투자 상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개별 상품에 대한 분석 결과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성과급을 받아 자산이 0.1억원 늘어날 수도 있고, 작년 투자 성과가 좋지 못해 자산이 -0.2억원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목표 달성과 위험 노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투자 결정은 1회성이 아닙니다. 상황이 변하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합니다.

갑돌이가 5년 전에 그리고 현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포트폴리오는, 남은 기간 동안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만든 것입니다.

다음 해에 갑돌이의 투자 성과가 상당히 좋아 목표인 3억원을 달성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단단 ETF 비중을 더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대해 소개합니다.

정리하며

목표를 달성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투자 결정은 1회성이 아닙니다. 상황이 변하면 필요에 따라 재결정해야 합니다. 그 결과가 투자 포트폴리오입니다.

포트폴리오는 한 가지 투자 상품만을 담을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자산의 특성과 상호 관계에 따라 투자 목표 달성과 위험 회피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비중을 결정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다르고 높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투자 결정이 쉽거나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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