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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오렌지사과키위 2023. 4. 8. 12:51

금리와 채권의 가격은 반비례 관계가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은 오릅니다. 이상하게 들리기도 해서 저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에 대해 정리해 봅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가 헷갈리는 이유

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떨어진다는 게 직관적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유한 채권을 팔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보유한 채권을 만기까지 가지고 간다면, 채권 발행 시 계약한 원금과 이자를 받게 됩니다. 그러니 채권으로 얻는 수익은 금리 변동과 관계가 없습니다. 문제는 만기 전에 채권을 팔 때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신규 발행 채권의 금리는 어떻게 되나?

오성전자라는 가상의 기업이 수요일에 1년 만기 채권을 연 5% 이율로 발행했다고 하겠습니다. 100만원치 채권을 사면 1년 뒤에 원금 100만원과 이자 5만원, 도합 105만원을 받는 조건입니다.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듯해서, 제가 100만원치 채권을 샀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점의 기준 금리는 회사채 금리보다 낮을 테니 연 4%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다음날인 목요일에 한국 은행이 기준 금리를 1% 올렸습니다. 이날 1년 만기 국채가 신규 발행되었고, 국채 금리는 기준 금리와 동일하다고 하겠습니다. 오성전자도 꾸준히 매일 채권을 발행한다고 하겠습니다.

목요일에 채권을 사려는 사람은 5% 이자를 받는 국채와 5% 이자를 받는 오성전자 회사채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둘 다 동일한 이자를 주니 이왕이면 더 안전한 국채를 사게 됩니다.

이 날은 오성전자가 5% 이자를 주겠다고 채권을 발행하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오성전자는 기준 금리 인상분을 고려해서 6% 이자를 주겠다고 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은 어떻게 평가되나?

저는 수요일에 5% 이율을 받기로 하고 오성전자 채권 100만원치를 사 둔 상황입니다. 기준 금리가 어떻게 변하든 만기까지 가지고 간다면 105만원을 받게 됩니다.

만일 제가 목요일에 보유한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 제 채권을 사가야 합니다. 제 채권은 연 5%를 주는 채권입니다. 그러니 매입가인 100만원에 팔면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국채를 사면 동일한 5%를 받을 수 있고, 신규 발행하는 오성전자 채권은 6%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는 오성전자의 신규 채권처럼 6% 이율을 받는 효과가 나도록 채권을 싸게 팔아야 합니다.

제 채권은 만기에 105만을 받을 수 있습니다. 6% 이율이 되기 위해서는 99만원에 팔아야 합니다. (엄밀하게는 99만 566원입니다) 그러면 99만원에 제 채권을 사간 사람은, 만기에 초기 원금 100만원과 이자 5만원인 도합 105만원을 받게 됩니다. 99만원을 투자해서 105만원이 되니 이율은 6%가 됩니다.

제 입장에서는 100만원을 주고 산 채권을 99만원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제 채권의 시장 가격은 -1% 하락한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니 채권의 시장 가격은 하락하였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은 어떻게 평가되나?

반대로 기준 금리가 내리는 경우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목요일에 기준 금리가 1% 내렸다고 하겠습니다. 오성전자도 신규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를 기존 5%에서 4%로 내릴 것입니다. 이날 국채는 3%에 발행되고, 오성전자 회사채는 4%에 발행되게 됩니다.

앞서 예와 마찬가지로, 이날 제 채권을 팔려고 합니다. 오늘 오성전자 회사채를 100만원치 사는 사람은 1년 뒤에 4% 수익을 기대하고 사는 것입니다. 제 채권은 이보다 더 높은 5% 수익을 주니 누구나 사고 싶어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100만원이 아닌 101만원에 팔겠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사갈 것입니다. (엄밀하게는 100만 9,615원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수요일에 100만원을 주고 산 채권을 101만원에 팔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 채권의 시장 가격은 1% 상승한 것입니다. 금리가 내리니 채권의 시장 가격은 올랐습니다.

만기가 길어지면 채권의 가격은 어떻게 평가되나? (듀레이션)

오성전자가 1년 만기 채권 이외에 5년 만기 채권도 발행한다고 하겠습니다. 1년 만기 채권을 5%에 발행한다면, 5년 만기 채권은 이보다 더 높은 이율을 주어야 합니다. 오성전자가 1년 내에 부도가 날 확률보다 5년 내에 부도가 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오성전자가 5년 만기 채권을 6%에 발행한다고 하겠습니다.

목요일 기준 금리가 1% 올랐습니다. 오성전자도 신규 1년 만기 채권과 신규 5년 만기 채권의 이율을 1%씩 올려 각각 6%와 7%에 발행하게 됩니다.

제가 수요일에 산 오성전자 5년 만기 채권 100만원치는 5년이 지나면 원금 100만원과 이자 30만원을 (100만원 × 6% × 5년) 줍니다. 30% 수익률입니다. 신규 발행되는 오성전자 5년 만기 채권은 원금 100만원과 이자 35만원을 (100만원 × 7% × 5년) 줍니다. 35% 수익률입니다.

제 채권의 시장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매입가인 100만원에 사면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신규 발행한 채권처럼 5년 뒤 수익률이 35%가 (7% × 5년) 되어야 거래가 됩니다. 따라서 제 채권은 96만원에 팔아야 합니다. (엄밀하게는 96만 2,963원) 그러면 96만원에 제 채권을 사간 사람이 만기에 130만원을 받게 되니 수익률이 35%이 됩니다.

저는 -4% 손실을 보고 채권을 팔아야 합니다. 금리는 1% 밖에 변하지 않았지만, 만기가 긴 장기채는 더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채권이 금리 변동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미리 계산해 두는데 이를 듀레이션이라 합니다.

듀레이션이 3이라면 금리가 1% 상승하면 보유 채권의 시장 가격은 -3% 정도 하락하고, 금리가 -1% 하락하면 보유 채권 시장 가격은 3% 정도 상승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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