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요즘 고민이 있습니다. 미국장은 잘 나가고 있는데, 철수가 투자한 국내장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친구인 벤처 사업가 영희, 펀드 매니저 민수와 만나서 저녁을 먹다가, 투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철수가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영희는 내일 당장 미국장으로 모두 옮기라고 합니다. 자기는 미국장에만 투자하는데 올해 수익률이 좋다고 합니다. 올해는 미국 대선도 있으니 연말까지 계속 오를 거라고 덧붙입니다.
민수는 매일 조금씩 옮기는 게 안전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어 놓습니다. 고점 징후가 보이니, 한 번에 옮겼다가 하락장으로 전환되면 위험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영희의 말도 그럴듯하고, 민수의 말도 그럴듯합니다. 철수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본 분석은 제한된 가정하에서 과거 평균값을 살펴본 것입니다.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기회 손실을 얼마일까?
철수의 선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미래 상황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평균적으로 과거에 어떠했다는 통계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국장으로 이전 후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수익률만 따진다면, 철수는 내일 당장 모두 옮기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미국장의 연평균 수익률이 12%라고 하겠습니다. 한 번에 모두 옮기면(일시 매수) 1년 뒤에 12%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1년에 걸쳐 옮긴다면(분할 매수), 1년 뒤에 절반에 해당되는 6%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 차이는 평균 6%가 됩니다. -6%가 기회 손실인 셈입니다.
조금 더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철수는 국내장에 투자한 상황입니다. 국내장은 연 8%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하겠습니다. 분할 매수 과정에서 8% 수익률의 절반인 4% 수익률이 발생합니다. 분할 매수하면, 6% + 4% = 10%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시 매수에 비해 10% - 12% = -2% 기회 손실이 발생합니다. 기회 손실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습니다.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의 평균 수익률과 평균 위험은 얼마나 될까?
일시 매수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평균값이 그렇게 계산된 것입니다. 또한 일시 매수는 수익률의 변동성이 높아집니다. 이후 분석에서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철수가 국내장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회수해서,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철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SPY에 투자한다고 가정합니다.
아래는 철수가 SPY를 일시 매수(Lumb Sum)하면 1년(251거래일) 뒤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분포입니다. SPY의 1년 수익률 분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러화 기준입니다.
철수가 일시 매수 후 1년 뒤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11.4%입니다.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은 80.5%이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19.5%에 불과합니다.
철수가 매일 1 / n씩 분할 매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251거래일에 걸쳐 분할 매수한다고 하겠습니다. 아래는 분할 매수(Penny)를 완료했을 때의 최종 수익률 분포를 일시 매수와 함께 나타낸 것입니다.
분할 매수하면 평균 수익률은 5.6%가 됩니다. 수익을 볼 확률은 78.2%이며, 손실을 볼 확률은 21.8%입니다.
일시 매수가 기대 수익률은 높고 (11.4% > 5.6%), 손실을 볼 확률은 낮으니 (19.5% < 21.8%) 더 유리해 보입니다. 이는 철수가 분할 매수하면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연 4% 이자를 가정하면, 분할 매수 시 절반인 2%를 받을 수 있습니다. 표로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 이자 수익률은 전체 수익률에 단순 합산하였습니다.
이전 방식 | 평균 수익률 | 표준 편차 | 샤프 비율 | 손실 확률 | 최대 손실률 |
일시 매수 | 11.4% | 17.0% | 0.67 | 19.5% | -46.5% |
분할 매수 | 5.6% | 9.3% | 0.61 | 21.8% | -39.7% |
분할 매수 + 이자 | 7.6% | 9.3% | 0.82 | 17.9% | -37.7% |
이자 수익률을 반영한 후에도 분할 매수의 평균 수익률이 더 낮긴 하지만 (7.6% < 11.4%), 샤프 비율(Shape Ratio)은 개선되어 더 높으며 (0.82 > 0.67), 손실 확률도 더 낮습니다 (17.9% < 19.5%). 원래 더 낮았던 최대 손실률은 좀 더 낮아졌습니다 (-37.7% > -46.5%). 분할 매수는 철수 입장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비교는 어떤 측면에서는 불합리합니다. SPY가 장기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발생한 효과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장기 수익률이 낮은 자산으로 이전한다면, 분할 매수가 평균 수익률을 포함해서 모든 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철수가 1월에 미국장으로 이전을 결심했다고 하겠습니다. 1년에 걸쳐 분할 매수한다면, 한 해의 중간쯤인 6월말 또는 7월초에 일시 매수하는 경우와도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아래를 126거래일이 되는 시점에 일시 매수하는 경우를 추가한 표입니다. 분할 매수와 동일하게 2%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였습니다.
이전 방식 | 평균 수익률 | 표준 편차 | 샤프 비율 | 손실 확률 | 최대 손실률 |
일시 매수 | 11.4% | 17.0% | 0.67 | 19.5% | -46.5% |
중간 일시 매수 + 이자 | 7.6% | 11.1% | 0.68 | 20.7% | -43.4% |
분할 매수 | 5.6% | 9.3% | 0.61 | 21.8% | -39.7% |
분할 매수 + 이자 | 7.6% | 9.3% | 0.82 | 17.9% | -37.7% |
철수가 미리 계획하고 이전한다면, 중간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의 평균 수익률은 7.6%로 거의 같습니다. 위험은 분할 매수가 더 낮습니다. 수익률 분포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엇비슷하지만, 분할 매수의 안정성이 더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화로 환산해서 비교하면
철수는 한국인입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월급도 원화로 받습니다. 생활비도 원화로 지출합니다. 미국장에 투자하지만, 달러화가 대신 원화로 자산 가치를 따져 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달러로 매겨진 주식 자산의 가치를 원화로 환산하면, 주식의 변동성이 환율 변동성과 일부 상쇄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좀 더 안전한 자산이 되는 셈입니다. 아래는 원화로 본 이전 방식에 따른 평균치입니다. 참고: 주식 수익률은 어떤 분포일까? (KODEX 200, SPY 환헤지/환노출, 그리고 정규분포,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1)
이전 방식 | 평균 수익률 | 표준 편차 | 샤프 비율 | 손실 확률 | 최대 손실률 |
일시 매수 | 11.1% | 11.4% | 0.98 | 14.6% | -19.4% |
중간 일시 매수 + 이자 | 7.7% | 8.3% | 0.93 | 16.6% | -23.5% |
분할 매수 | 5.6% | 6.5% | 0.88 | 17.7% | -19.6% |
분할 매수 + 이자 | 7.7% | 6.5% | 1.19 | 12.4% | -17.6% |
원화로 환산하면 일시 매수는 달러화로 계산한 경우와 평균 수익률은 동일하지만, 위험은 낮아지게 됩니다. 표준 편차는 17.0%에서 11.4%로 크게 줄었고, 손실 확률도 19.5%에서 14.6%로 낮아졌습니다. 최대 손실률은 -46.5%에서 -19.4%로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참고: 앞의 표와 비교하고 싶은 경우를 위해 이자를 고려하지 않은 분할 매수를 함께 나열하였습니다. 이후 분할 매수는 이자를 고려한 경우를 말합니다.
환율로 인해 변동성이 상당히 제거되었기에, 앞서와 달리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의 위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분할 매수는 일시 매수의 절반 정도의 표준 편차를 가지게 되며, 손실 확률과 최대 손실률도 개선됩니다.
아래는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의 수익률 분포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두 방식 모두 손실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에 의해 변동성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철수가 일시 매수 대신 분할 매수를 선택하면 생기는 상대 이익 또는 상대 손실의 분포입니다.
빨간 세로 점선은 분할 매수로 발생하는 기본 상대 손실입니다. 오른쪽은 분할 매수로 상대 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밀집된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왼쪽은 분할 매수로 상대 손실이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상대 손실은 좀 더 폭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상대 이익이 제한된 형태로 발생하지만, 상대 손실은 빈도가 낮더라도 꽤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상대 이익/손실은 수익률의 차이입니다. 일시 매수로는 25%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데, 분할 매수로 15% 수익률을 얻게 되면, -10%의 상대 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분할 매수한 계좌에는 손실이 아닌 15% 이익으로 잡히게 됩니다.
투자자 성향을 고려해서 위의 두 그래프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절대 수익률과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조금 더 안정적인 분할 매수가 적절할 수 있고, 상대 수익률과 수익에 더 민감한 투자자라면 일시 매수가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본 분석에서는 이미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이용하여 미국장에 투자하는 경우로 한정하였습니다. 국내장(또는 다른 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한 번에 또는 조금씩 미국장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더 흔할 수 있습니다. 국내장과 미국장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기에, 상대 수익률에 더 민감한 투자자라도 분할 매수가 불합리한 것은 아닙니다.
참고: 현실과 평균치는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철수는 최근 국내장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기에 미국장으로 이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평균치는 하루하루를 동일한 비중으로 가정한 경우입니다.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철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모델을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장과 한국장의 최근 1년 수익률 차이가 20% 이상 나면 투자자가 이전을 결심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해당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로 한정하여 분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국내장에서 미국장으로 이전하려는 철수의 이전 전략을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한 번에 모두 옮길 수도 있고, 조금씩 나누어서 옮길 수도 있습니다.
미국장은 국내장보다 조금 덜하지만, 기본은 주식이기에 변동성이 높습니다. 약간의 기회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환율에 의해 미국 주식의 변동성이 상당 부분 제거되기에,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 간의 위험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절대 수익률과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는 분할 매수가, 상대 수익률과 수익에 민감한 투자자는 일시 매수가 조금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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