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Momentum; 운동량)은 물리학에서 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정의됩니다. 속도는 방향과 크기를 가지고 있는 벡터입니다. 얼마나 무거운 물체가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속력(속력은 방향이 없습니다)으로 움직이는지 나타내는 값입니다. 투자에서 모멘텀이라고 하면, 일정 기간 전에 비해 가격이 어느 정도 비율로 변했는지는 말합니다.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법칙; 갈릴레이의 법칙)은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자연법칙입니다. 자산 가격의 변동에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어, 모멘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듯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자산의 가격 변동은 모멘텀과는 다릅니다. 속도는 시간 대비 물체의 위치 변화량을 의미합니다. 속도가 왼쪽으로 초당 1m라면, 물체는 1초 뒤에는 왼쪽으로 1m, 3초 뒤에는 왼쪽으로 3m만큼 이동합니다. 외부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속도는 유지되면서 움직이게 됩니다. 등속운동이라고 합니다.
자산 가격은 다릅니다. 매매가 계속 이루어져야 가격이 변합니다. 1주일에 5% 상승한 종목이 있다면, 더 높은 가격에 살 의도가 있는 투자자가 충분히 많아야 추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구조는 다르지만, 자산의 가격 움직임에서 일시적이나마 방향성이 관찰되는 경우가 흔하기에, 이를 모멘텀이라고 하는 듯합니다.
모멘텀과 비슷한 단어로 추세가 있습니다. 추세는 가격이 변하는 전반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승 추세라고 한다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오르는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가 모멘텀입니다. 1달 동안 큰 하락 없이 20% 상승했다면, 상승 추세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1달을 기준으로는 본 모멘텀은 20%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달을 4주로 나누었더니 각각 10%, 10%, 10%, -10%씩 가격이 움직였다면, 1주일을 기준으로 본 모멘텀은 최근값인 -10%가 됩니다. 어떤 투자자는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조정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또 다른 투자자는, 상승 추세가 꺾이고 하락 반전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맞는지 또는 투자에 더 유용한지는 모르지만, 모멘텀 또는 추세(이 글에서는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습니다)를 이용하여 투자하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년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은 KOSPI 시총 상위 종목에 투자했다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 추세와 역추세 매매 (상승한 종목을 사는 게 좋을까? 하락한 종목을 사는 게 좋을까?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으로 살펴보자!)
미래에도 모멘텀을 이용하면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모멘텀을 이용하는 스마트 베타 ETF는 몇 가지 출시되어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모멘텀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상품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들 상품의 지난 성과를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국내 상장 모멘텀 ETF
국내에 상장된 ETF 중에서 '모멘텀'이라는 단어가 붙은 상품은 총 7개 있습니다. 아래는 이들 상품과 최근 출시된 커버드콜 ETF 하나를 함께 나열한 표입니다. 출처: 네이버페이 증권 - ETF
종목 | 상장일 | 시총 |
ARIRANG KS모멘텀가중TR | 2019. 9. 5. | 90억원 |
KODEX 모멘텀Plus | 2016. 5. 13. | 89억원 |
KODEX MSCI모멘텀 | 2017. 7. 11. | 84억원 |
ACE 스마트모멘텀 | 2017. 7. 11. | 49억원 |
TIGER 모멘텀 | 2011. 10. 26. | 42억원 |
KBSTAR 모멘텀밸류 | 2016. 10. 14. | 25억원 |
KBSTAR 모멘텀로우볼 | 2016. 10. 14. | 17억원 |
KBSTAR 200위클리커버드콜 | 2024. 3. 5. | 932억원 |
모멘텀 ETF의 시총을 보면 모두 100억원 미만으로 소소(?)합니다. 상장된 지 10년이 넘은 종목도 있음에도, 7개 종목의 시총을 모두 합해도, 최근 출시된 KOSPI 2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 하나에 미치지 못합니다.
ETF의 인기가 낮은 경우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상품에 비해 뚜렷한 장점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에 나열된 KBSTAR 200위클리커버드콜은 매주 콜옵션을 발행하는 상품입니다.
커버드콜의 특성상 KBSTAR 200위클리커버드콜은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상회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높은 분배율이라는 안전 지향 성향의 투자자가 선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7개의 모멘텀 ETF의 분배율은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수익률 또는 안정성으로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안정성은 모멘텀의 특성상 낮아지기 어렵습니다. 모멘텀이 있다는 의미는 변동성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상장 모멘텀 ETF의 지난 성과
아래는 모멘텀 ETF의 연평균 성장률(CAGR)과 몇 가지 위험 지표를 비교한 것입니다. 분석 기간은 동일하게 2019년 9월 5일부터 2024년 6월 20일까지 4년 9개월치 데이터를 사용하였습니다. 출시 순서로 정렬하였습니다.
종목 | CAGR | 표준 편차 | 샤프 비율 | MDD | AvDD |
KODEX 200 | 10.5% | 20.2% | 0.52 | -34.6% | -13.1% |
KODEX KRX300 | 10.8% | 20.6% | 0.52 | -34.9% | -12.6% |
TIGER 모멘텀 | 12.2% | 20.0% | 0.61 | -39.1% | -6.8% |
KODEX 모멘텀Plus | 13.4% | 23.6% | 0.57 | -36.7% | -10.4% |
KBSTAR 모멘텀밸류 | 12.6% | 21.3% | 0.59 | -40.2% | -9.7% |
KBSTAR 모멘텀로우볼 | 12.0% | 19.8% | 0.61 | -35.1% | -11.2% |
ACE 스마트모멘텀 | 10.4% | 19.6% | 0.53 | -34.7% | -13.5% |
KODEX MSCI모멘텀 | 12.9% | 22.1% | 0.59 | -38.4% | -14.3% |
ARIRANG KS모멘텀가중TR | 10.2% | 20.7% | 0.49 | -35.0% | -13.7% |
맨 위에 있는 KODEX 200과 KODEX KRX300은 시장 대표 상품입니다. 모멘텀 ETF의 벤치마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CAGR은 벤치마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한 폭락장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후 큰 상승장이 왔기에 상대적으로 모멘텀 ETF에 유리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TIGER 모멘텀의 경우 가장 오래 전인 2011년에 상장된 ETF입니다. CAGR도 조금 더 높고, 샤프 비율도 0.61로 벤치마크의 0.52보다 좋습니다. 무엇보다 AvDD(Average Drawdown; 평균 하락률)가 벤치마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상품의 성과를 상장 이후 전 기간으로 살펴보면, 벤치마크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아래는 TIGER 모멘텀의 상장 이후 수익률 추이입니다.
CAGR은 동일합니다. 주가 흐름을 보면 모멘텀 ETF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2015년에는 벤치마크 대비 크게 상승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반등장에서는 벤치마크보다 성과가 낮았습니다.
지난 1년간은 다시 성과가 좋아져서 벤치마크와 최종 수익률이 비슷해졌습니다. 1개월 전까지의 데이터로 분석했다면, TIGER 모멘텀의 CAGR은 벤치마크보다 낮게 나왔을 것입니다.
국내 상장 모멘텀 ETF의 지난 전체 기간 성과
5년 정도의 기간으로 ETF가 시장보다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어 보입니다. 기간이 길지 않지만, 각 ETF의 성과를 분석 가능한 최대 기간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데이터 출처: 유사 종목 비교 - 퀀트강
종목 | 기간 | CAGR | 시장 CAGR | 표준 편차 | 시장 표준 편차 | MDD | 시장 MDD |
TIGER 모멘텀 | 12년 8개월 | 5.4% | 5.4% | 17.3% | 16.4% | -53.8% | -38.1% |
KODEX 모멘텀Plus | 8년 1개월 | 5.6% | 8.2% | 21.6% | 17.5% | -49.9% | -38.1% |
KBSTAR 모멘텀밸류 | 7년 8개월 | 9.2% | 7.8% | 18.9% | 17.7% | -48.5% | -38.1% |
KBSTAR 모멘텀로우볼 | 7년 8개월 | 9.1% | 7.8% | 17.6% | 17.7% | -40.1% | -38.1% |
ACE 스마트모멘텀 | 6년 10개월 | 5.2% | 5.1% | 18.2% | 18.4% | -37.6% | -38.1% |
KODEX MSCI모멘텀 | 6년 10개월 | 6.0% | 5.1% | 20.4% | 18.4% | -43.8% | -38.1% |
ARIRANG KS모멘텀가중TR | 4년 9개월 | 10.2% | 10.5% | 20.7% | 20.2% | -35.0% | -34.6% |
모든 모멘텀 ETF는 벤치마크(KODEX 200)의 표준 편차와 비슷하거나 더 높았습니다. 표준 편차가 더 높아졌다면, 높아진 정도보다 CAGR이 더 많이 올라야 의미 있는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조건에 맞는 상품은 KBSTAR 모멘텀밸류, KBSTAR 모멘텀로우볼, KODEX MSCI모멘텀 3가지입니다. 그중에서 KBSTAR 모멘텀로우볼을 제외하면 MDD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모멘텀 ETF의 낮은 시총은 납득이 갑니다. 시장 대비 우수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KBSTAR 모멘텀로우볼은 모멘텀과 저변동성(Low Volatility)을 함께 고려한 ETF입니다. 얼핏 느끼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변동성은 낮으면서 안정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종목의 편입 비중이 높은 ETF입니다.
저변동성을 강조하는 ETF도 있습니다. 지난 분석 결과로는 저변동성 ETF의 성과는 시장에 비해 좋지 못했습니다. 참고: 저변동성(Low Volatility) ETF는 성과가 더 좋을까?
시장 대비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모멘텀과 저변동성을 조합했더니, 시장보다 조금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래는 KBSTAR 모멘텀로우볼의 상장 이후 전 기간의 수익률 추이입니다.
KOSPI 200 지수(KODEX 200)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KBSTAR 모멘텀로우볼에서 초과 수익이 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2019년까지 벌어둔 초과 수익은 코로나 사태의 급락장과 이어지는 급등장에서 소진되었습니다. 그래도 비교 지수를 잘 따라갔습니다. 이후 주가 움직임이 다시 안정화되자 초과 수익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신기한 ETF인 듯합니다.
정리하며
모멘텀 ETF는 주가가 상승 추세에 있는 종목을 보다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는 ETF입니다. 잘 나가는 종목이 향후에도 더 유리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모멘텀 현상은 주식 시장에서 꽤 자주 관찰됩니다.
아쉽게도 국내에 상장된 7개의 모멘텀 ETF는 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약간의 초과 수익률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개는 조금 더 높아진 위험을 고려하면 상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KBSTAR 모멘텀로우볼은 조금 특이한 모멘텀 ETF입니다. 모멘텀과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저변동성을 함께 고려한 상품입니다. 벤치마크 대비 위험의 상승은 크지 않으면서, 조금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KBSTAR 모멘텀로우볼 추종하는 FnGuide 모멘텀&로우볼 지수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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