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임시 자금은, 고정 또는 고정 이자에 가까운 이자를 주는 단기 채권 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원화라면 은행의 고금리 자유 입출금 상품이나, 증권사의 CMA/RP/발행어음을 고려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초)단기 원화 채권 ETF가 다양하게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참고: 초단기 채권 ETF가 좋을까? RP/발행어음이 좋을까? (파킹용 단기 자금)
달러화라면, 은행의 단기 달러 예금이나, 증권사의 달러 RP/발행어음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원화와 마찬가지로 달러화로 투자 가능한 초단기 채권 ETF도 있습니다. BIL과 SGOV는 평균 듀레이션이 1.2개월 정도인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미국 기준 금리 수준의 이자를 분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증권사 달러 RP와 달러 발행어음 이율 (2024. 3. 8. 기준)
국내장 투자자라면 임시 자금을 원화와 달러화 중에서 무엇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할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위험에 대한 정의는 투자자마다 투자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투자자에게 유리한 현금 보유 방식이 다른 투자자에게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화와 달러화 단기 채권 모델
철수는 1,000만원의 투자금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70%인 700만원으로는 국내 대표 지수인 KOSPI 200을 추종하는 KODEX 200 ETF를 매수했습니다. 남은 300만원은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철수가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하고자 한다면, 현금 비중이 높을 필요는 없습니다. 현금보다 주식의 장기 수익률이 더 높기에,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월급 등으로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현금을 미래에 보유한 효과가 발생합니다.
안전 지향적인 철수는 만일에 대비해서 30%로 현금 비중을 유지하고 싶다고 하겠습니다.
이 분석에서 현금 비중 30%가 철수의 투자 목표 달성에 적절한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경우 주식을 매도하지 않기 위함일 수도 있고, 주식 시장이 급락했을 때 추가 매수하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철수는 평상시 30%의 투자금을 현금으로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이미 한 상태라고 가정합니다.
철수는 현금 30%를 단기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무난할 것입니다.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또는 물가상승률을 조금이라도 헤지 할 수 있는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수에게는 원화 단기 채권 상품이 적절할까요? 아니면 달러화 단기 채권 상품이 적절할까요? 참고: 주된 투자 상품이 국내 주식인 경우입니다. 주된 투자 상품에 따라 현금의 보다 적절한 활용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현금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 또는 단기 채권을 말합니다.
아래는 KODEX 200과 달러 환율의 가격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200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6월 21일까지 대략 20년 7개월치 데이터입니다.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입니다. 한 칸 위로 이동하면 자산이 2배로 늘어나고, 한 칸 아래로 이동하면 자산이 1 / 2로 줄어듭니다.
KODEX 200의 CAGR(연평균 성장률)은 8.4%였고, 환율(USD/KRW)의 CAGR은 0.7%였습니다. 환율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가정하에, CAGR이 0%가 되도록 보정한 데이터가 보정 환율(Adjusted USD/KRW)입니다.
아래는 원화의 경우 연 3%, 달러화의 경우 연 1.5%의 고정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단기 채권(또는 예금) 상품에 투자했을 때의 가격 추이를 KODEX 200과 함께 그린 그래프입니다.
원화(KRW)는 연 3% 고정 이자를 받기에 직선으로 표시됩니다. 달러화(USD)와 보정 달러화(Adjusted USD)는 연 1.5% 고정 이자를 받지만, 환율 변동이 있기에 가격이 변합니다. 참고: 예금이나 단기 채권도 금리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바뀝니다. 이 글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예금이나 단기 채권은 고정 금리를 받는다고 가정합니다.
보정 달러화는 현금을 달러화로 가지고 있을 때의 보수적인 추정치라 볼 수 있습니다. 분석 기간 동안 환율이 연평균 0.7%씩 올랐던 추세를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철수에게는 무엇이 유리할까?
원화는 변동성이 없고, 달러화 또는 보정 달러화는 변동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동성이 없는 원화로 가지고 있는 것이 철수에게 유리할까요?
개별 자산의 변동성(위험)과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위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철수는 이미 KODEX 200에 70% 비중으로 투자했습니다. 달러화는 KODEX 200과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ODEX 200이 상승하면, 달러화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KODEX 200이 하락하면 달러화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는 30%의 현금을 원화, 달러화, 보정 달러화에 투자했을 때의 자산 크기의 추이입니다. 배당 재투자와 일일 리밸런싱을 가정했고, 각종 비용과 세금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현금을 원화로 가지고 있으나 달러화로 가지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원화의 경우 달러화에 비해 약간 더 높은 변동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철수가 현금을 30% 보유하려는 이유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는 현금 비중이 다른 혼합 포트폴리오의 CAGR와 표준 편차를 산점도(scatter plot)로 나타낸 것입니다.
현금 비중을 0%에서 100%까지 1% 단위로 달리 한 현금 혼합 포트폴리오가 산점도에 나타나 있습니다. 파란 점은 원화, 오렌지 점은 달러화, 초록 점은 보정 달러화로 현금을 보유한 포트폴리오입니다. 별 모양의 점은 현금 비중이 30%인 포트폴리오입니다.
원화 포트폴리오는 현금 비중에 따라 선형에 가깝게 수익률과 표준 편차가 변합니다. 변동성이 상당한 달러화를 보유하는 경우에는 주식과의 음의 상관관계가 있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참고: 분산 투자의 효과에 대한 기하학적 설명 (효율적 투자선과 변동성 감소)
현금 비중이 높다면 원화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현금 비중이 낮다면, 달러화로 보유하는 것이 엇비슷하거나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금 비중이 30%인 경우, 원화(파란색 별)와 보수적으로 추정한 보정 달러화 혼합 포트폴리오(초록색 별)가 같은 직선상에 있습니다. 위험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의 상승효과가 감안된 달러화 혼합 포트폴리오(오렌지색 별)는 원화(파란색 별)보다 왼쪽 위에 있습니다. 수익률은 조금 더 높고, 위험은 조금 더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위험 척도로 살펴보자
표준 편차는 금융공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위험 척도의 하나이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느끼는 위험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의 그래프에서 본 표준 편차는 일일 수익률의 표준 편차를 연율화한 것입니다. KODEX 200은 일일 종가를 사용하였고, 환율은 당일 자정이 기준입니다. 주가와 환율 사이에 시차가 있고, 주가와 환율 모두 추세가 있기에, 조금 더 긴 기간으로 변동성을 측정하면, 환율 효과가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아래는 5거래일 수익률을 이용하여 표준 편차를 연율화한 경우입니다.
원화 혼합 포트폴리오의 표준 편차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달러화 혼합 포트폴리오의 표준 편차는 조금 더 감소했습니다. 현금을 30% 비중으로 보유한다면, 달러화 혼합 포트폴리오가 더 안정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변동성을 측정하는 표준 편차는 유용하기는 하지만, 위험에 대해서는 덜 민감합니다. 좀 더 위험에 민감한 다른 척도를 이용하여 살펴봅니다.
MDD(Maximum drawdown; 최대 손실률)는 최고점 대비 최대 하락률을 나타내는 값입니다. MDD는 위험에 민감한 지표의 하나입니다. 아래는 MDD를 위험으로 두고 그린 산점도입니다.
현금 비중이 30%인 경우, 달러화 혼합 포트폴리오의 MDD가 더 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 편차의 경우 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MDD의 경우에는 원화는 -40% 정도, 달러화는 -30% 정도로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MDD는 위험에 민감한 척도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하게 추정될 수 있습니다. 과거 큰 낙폭이 있었다면, 10년 또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그 값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변해서 더 이상으로 의미 없을 수도 있는 과거 MDD 값이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AvDD(Average Drawdown; 평균 손실률)는 전고점 대비 평균 낙폭률입니다. 계좌를 열여보니, 전에 얼마까지 올랐는데, 평균 얼마나 하락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AvDD로 봐도, 주식 비중이 높을수록, 달러화가 현금보다 더 안정적인 현금 운용 방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철수가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라고 하겠습니다. 1년 수익률이 -10% 이하가 되면, 신경이 쓰여서 잠을 설친다고 하겠습니다. 아래는 1년 수익률이 -10% 이하가 될 확률을 위험으로 보고 그린 산점도입니다.
원화 혼합 포트폴리오는 1년 수익률이 -10% 이하일 확률이 9%가 넘지만, 달러화 혼합 포트폴리오는 6%가 되지 않습니다. 철수의 경우에는 수익률은 비슷하거나 더 높지만, 밤에 잠을 설칠 가능성이 낮은 달러화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국내장에 투자하는 철수는 만일을 대비해서 투자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보유하려고 합니다. 원화와 달러화 중에서 무엇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철수에게 유리한지 살펴보았습니다.
원화와 달러화 모두 예금 또는 단기 채권에 투자하여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율은 원화가 더 높은 경향이 있고, 달러화는 환율로 인해 변동성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달러화는 국내 주식과 음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전체 입장에서는 원화보다 달러화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철수가 30% 비중으로 현금을 보유하고자 할 때, 무엇이 더 유리한지, 여러 가지 척도로 위험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통화로 현금을 보유하나 장기 수익률은 엇비슷했습니다.
표준 편차, MDD, AvDD, 1년 수익률이 -10% 이하일 확률을 위험 척도로 두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비교에 사용한 척도 모두, 철수에게는 달러화가 더 적합한 현금 자산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영희의 경우는 어떻까요? 철수처럼 여유 자금을 달러화로 보유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원화로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을까요? 미국 주식 투자자는 현금을 원화와 달러화 중 무엇으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까? (한국 주식 투자자와 동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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