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크게 주식과 채권이 있습니다. 채권은 남에게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채권을 직접 발행하면 회사채가 되고,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대출이 됩니다. 채권은 대개 만기가 있으며, 고정 이자를 지급합니다. 이에 비해 주식은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주식은 만기가 없으며 실적 배당을 합니다. 기업은 상황에 따라 자금 조달 방식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몇몇 금융 상품은 주식과 채권 중간 정도의 성격을 가집니다. 우선주(Preferred stock)는 주식의 형태를 띠지만, 의결권은 없고 배당이 강화된 상품입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는 채권의 형태를 띠지만,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상품입니다.
우선주는 세부적으로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우선주 같은 상품도 있습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는 고정된 배당금을 주는 우선주입니다. 일반 우선주는 기업 실적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지지만, 고정 배당 우선주는 채권처럼 고정 이자를 줍니다. 주식이라기보다 만기가 없는 회사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는 기업이 상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자본이 충분하면, 대출을 상환하듯 고정 배당 우선주를 상환할 수 있습니다. 권리를 행사할 때에는 시장가가 아니라 발행가로 상환하게 됩니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만기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채가 되는 셈입니다.
KB자산운용이 2020년 5월 19일에 상장한 RISE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TR는 고정 배당금을 주는 미국 우선주를 편입한 ETF입니다. 과연 이 상품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상품일까요? 참고: 과거 이름은 KBSTAR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TR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 고정 배당 우선주 ETF의 지난 성과 (PFF, PGX, PFFD)
미국 시장에는 고정 배당 우선주 ETF가 여럿 상장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상장된 지 오래되었으며 규모가 큰 iShares의 PFF와 Invesco의 PGX, 그리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상장된 Global X의 PFFD를 살펴봅니다. 아래는 세 상품의 상장일, 자산 규모, 그리고 연환산 분배율입니다.
종목 | 상장일 | 자산 규모 (달러) | 분배율 |
PFF | 2007-03-26 | 14.22B | 6.22% |
PGX | 2008-01-31 | 4.29B | 5.98% |
PFFD | 2017-09-11 | 2.31B | 6.36% |
연분배율이 6% 정도이니, 웬만한 고배당 ETF보다 높은 분배율입니다. 채권 성향의 상품이니, 원금이 보존된다면 은행 예금보다 나아 보입니다. 1B 달러가 1.4조원 정도이니, PFF는 거의 20조원에 달하는 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PFF, PGX를 미국 국채 ETF인 SHY, IEF, TLT와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SHY, IEF, TLT의 평균 듀레이션은 각각 1.8년, 7.2년, 16.5년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하였습니다.
평균 듀레이션이 2년이 되지 않는 SHY는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IEF와 TLT 모두 PGX와 비슷한 장기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PFF의 최종 수익률은 PGX보다 높았습니다. 미국 장기 국채 ETF에 투자할 바에는 고정 배당 우선주 ETF가 나아 보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이들 다섯 상품 중에서 SHY를 제외한 나머지 네 상품과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에 대해, 수익률, 표준편차, 샤프 비율(Sharpe Ratio), 그리고 MDD(최대 손실률)를 나열한 표입니다. 샤프 비율 계산 시, 무위험 수익률은 0%로 가정하였습니다.
종목 | CAGR | 표준편차 | 샤프 비율 | MDD |
PFF | 4.1% | 19.4% | 0.21 | -64% |
PGX | 2.9% | 21.1% | 0.14 | -66% |
IEF | 2.7% | 7.1% | 0.37 | -24% |
TLT | 2.8% | 15.6% | 0.18 | -48% |
SPY | 10.8% | 20.0% | 0.54 | -51% |
PFF와 PGX는 미국 국채 ETF에 비해 수익률(CAGR)이 조금 더 높은 대신 변동성이 더 높습니다. IEF의 2배 이상의 변동성을 가지지만, 수익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에 투자 효율이라 할 수 있는 샤프 비율은 더 낮습니다. MDD를 보면 1 / 3 토막이 난 적도 있습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는 고정 배당금을 주기에 채권처럼 움직일 거라 기대하지만, 실은 주식처럼 움직이는 상품입니다. 회사채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나빠져서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배당금을 지급하기는커녕 파산할 수 있기에, 우선주도 일반주처럼 급락합니다.
표의 맨 아래에 SPY가 있습니다. SPY의 표준편차는 PFF, PGX와 비슷합니다. MDD는 오히려 낮습니다. 샤프 비율과 CAGR은 3배 정도입니다.
채권 혼합 포트폴리오와의 비교
SPY의 수익률이 PFF, PGX의 3배 정도에 달하니 40% 자산은 SPY에 투자하고, 나머지 60% 자산은 SHY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채권 혼합 포트폴리오가 수익률도 더 높지만, 더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래프의 왼쪽에 있는 2007년 ~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 때문에 우선주 ETF의 성과가 과소 평가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2017년에 상장한 PFFD를 포함한 결과입니다.
여전히 혼합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나아 보입니다. 각종 지표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 CAGR | 표준편차 | 샤프 비율 | MDD |
PFF | 2.5% | 14.4% | 0.17 | -34% |
PGX | 1.8% | 14.9% | 0.12 | -34% |
PFFD | 2.3% | 13.6% | 0.17 | -31% |
SHY | 1.3% | 1.7% | 0.76 | -6% |
SPY | 13.9% | 19.3% | 0.72 | -34% |
SPY4+SHY6 | 6.6% | 7.7% | 0.86 | -13% |
단기 채권을 혼합한 SPY4+SHY6 포트폴리오가 수익률뿐 아니라 안정성 측면에서 더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 ETF는 주식에 대해 헤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국채 ETF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고배당을 주지만, 장기 성장률은 주식보다 낮고, 주식만큼 위험한 상품입니다.
RISE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TR의 지난 성과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TR(이하 RISE)는 미국 고정 배당 우선주에 70%, 선후순위 채권에 30%를 투자하는 ETF입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가 회사채에 가까운 상품임을 고려하면 선후순위 채권이 일부 포함되었다고, 그 특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래는 RISE를 PLUS 미국장기우량회사채, PLUS 미국단기회사채(AAA~A),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와 비교한 그래프입입니다.
파란색의 RISE의 주가 움직임은 장기채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고, 단기채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래는 RISE를 TIGER 미국S&P500에 40%를 투자하고, PLUS 미국단기회사채(AAA~A)에 60%를 투자한 혼합 포토폴리오(주식4+채권6)와 비교한 결과입니다. 혼합할 채권 ETF로 PLUS 미국단기회사채(AAA~A)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상당한 성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 ETF와 혼합 포트폴리오의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 | CAGR | 표준편차 | 샤프 비율 | MDD |
RISE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TR | 2.5% | 12.1% | 0.21 | -17% |
PLUS 미국장기우량회사채 | -5.0% | 11.9% | -0.42 | -31% |
PLUS 미국단기회사채(AAA~A) | 5.0% | 8.8% | 0.57 | -14% |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 6.1% | 8.7% | 0.70 | -15% |
TIGER 미국S&P500 | 18.5% | 14.6% | 1.44 | -17% |
주식4+채권6 | 10.6% | 7.8% | 1.36 | -12% |
RISE의 변동성은 주식보다 조금 낮은 정도입니다. (12.1% vs 14.6%) MDD는 주식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17% vs -17%) 주식과 단기채를 혼합하면 변동성과 MDD가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자산이 상호 보완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우선주 ETF의 경우처럼, 주식채권 혼합 포트폴리오는 RISE보다 낮은 변동성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하며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의 하나는 우선주입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선순위 채권의 성격을 가집니다. 실적에 비례해서 배당금을 지급하는 우선주도 있지만, 고정 배당 우선주는 배당금이 정해져 있기에, 장기 회사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채권이지만, 국채와 회사채는 특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지급을 보증하는 국채와는 달리, 회사채는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는 우선순위가 낮은 회사채로 볼 수 있기에, 주식과 운명을 함께하는 상품입니다.
고정 배당 우선주를 편입한 우선주 ETF는 증시가 폭락하면, 주식과 비슷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연 6% 정도의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지만, 하락에 대해서는 방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식의 장기 수익률을 연 10% 정도라 보면, 우선주 ETF는 주식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연 4% 정도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그러니 우선주 ETF 보다는 주식 ETF와 단기 채권 ETF을 혼합한 포트폴리오가 더 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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