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ETF 보수와 수수료는 언제 내는 걸까? (ETF는 수수료가 없는 것일까? SPY의 실비용은?)

오렌지사과키위 2024. 7. 20. 17:18

남의 돈을 맡아서 투자하면 수수료(비용)를 받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남에게 투자의 목적으로 돈을 맡기면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은행은 돈을 맡기는 곳이지만, 수수료는 없고 이자만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금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수수료를 내고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참고: 수수료는 정액 또는 정률일 필요는 없습니다.

은행은 고객에서 3% 예금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돈을 모읍니다. 모은 돈은 5% 대출 이자로 대출해 줍니다.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는 차이가 납니다. 예대 마진이라고 합니다.

일부 대출은 이자 또는 원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까지 고려해서 대출로 평균 4%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수익 중에서 3%p는 예금자에게 주고, 1%p는 은행이 가집니다. 예금자는 은행에 1%p의 수수료를 내고 돈을 맡긴 셈입니다.   

ETF는 어떻까요? ETF에는 펀드 보수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S&P 500 지수에 투자하는 KODEX 미국S&P500TR의 경우 연 0.0099%입니다. 연 0.0099%의 보수는 어떻게 받아가는 것일까요? 보수가 비용의 전부일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펀드의 수수료와 보수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이름 그대로 펀드의 한 종류입니다. 주식처럼 거래가 편리하도록 거래소에 상장한 펀드입니다. 그러니 펀드를 먼저 알아보면 ETF 보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펀드에는 수수료(commission)와 보수(Fee)가 있습니다. 두 가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대개의 투자자는 이를 구분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모두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사사경제용어사전에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출처: 시사경제용어사전 - 펀드 보수(Fee) 수수료(Commission)

펀드 보수(Fee) 수수료(Commission)

펀드 투자자가 판매사나 운용사로부터 받는 각종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펀드 수수료는 투자자가 지불하는 판매비용으로 펀드를 환매(매도)할 때 내는 환매수수료, 펀드에 가입할 때 내는 선취수수료가 있다. 펀드 보수는 펀드를 운용하거나 관리하는 운용사, 판매회사, 수탁회사 등에 지급하는 비용으로 매년 펀드 잔액에 대해 일정 비율을 내야 한다. 판매보수, 운용보수, 수탁보수, 사무보수, 평가보수 등이 있으며 이를 합해 총보수라고 한다. 수수료와 보수 모두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을 깎아먹는 요인이 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수수료는 1회성 비용입니다. 보수(報酬)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유지보수비용(維持補修運營)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됩니다.

철수는 IPTV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몇 군데 서비스 업체 중에서 평이 좋은 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기사가 와서 IPTV를 사용할 수 있도록 셋업박스를 설치해 주고, 사용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음 달 고지서에 설치비로 2만원이 청구된다고 합니다. 펀드의 선취수수료에 해당됩니다.

철수는 2년간 IPTV 서비스를 잘 이용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 채널도 보고, 해외 축구 방송도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매달 3만원의 사용료를 냈습니다. 펀드의 보수에 해당됩니다.

철수가 1년간 해외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IPTV를 시청할 일이 없으니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기사가 와서 셋업박스를 회수해 갔습니다. 다음 달 고지서에 기사 출장비로 1만원이 청구된다고 합니다. 펀드의 환매수수료에 해당됩니다.

펀드에서 선취수수료나 환매수수료(또는 후취수수료)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사(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파는 미래에셋미국배당프리미엄증권투자신탁(주식)(UH)종류A-e는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만든 상품입니다. 제일제과에서 만든 쭈꾸미깡 과자를 계열사인 제일마트에서 파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일제과는 쭈꾸미깡을 진열해서 고객에게 판매한 제일마트에 대가를 줘야 합니다. 납품가 그대로 팔라고 하면, 제일마트는 더 이상 제일제과 상품을 취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제과와 제일마트는 다른 회사입니다.

두 번째는 고객이 펀드를 매수(가입)하거나 매도(해지)하면, 펀드 자산에 변동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펀드를 매수하면, 펀드 매니저는 고객의 납입한 돈으로 자산을 더 사서 펀드를 채워야 합니다. 고객이 펀드를 매도하면, 펀드 매니저는 고객에게 지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 자산 일부를 매도해야 합니다. 사람이 직접 하든, 시스템을 구축해서 자동화해 놓았든 비용이 발생합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비용이 발생합니다. 자산을 펀드라는 창고에 채워 놓고, 창고지기가 창고를 계속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자산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보수는 매일 펀드에서 차감됩니다. 창고지기에게 월급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10만원당 보수가 1년에 0.365%인 365원이라면, 매일 펀드의 가격이 1원씩 내려가는 것입니다.

펀드가 보유한 자산 가격의 변화가 없다면, 오늘 펀드의 기준가가 100,000원이라면, 내일은 99,999원, 모래는 99,998원이 됩니다. 참고: 실제로는 비율로 차감됩니다. 보수가 연 0.365%라면, 매일 그날의 기준가에서 0.365% / 365 = 0.001%씩 차감됩니다.

펀드의 기준가는 보수를 차감한 후의 가격입니다. ETF도 마찬가지입니다. 펀드와 ETF의 가격은 보수가 반영되어 있기에, 투자자는 보수를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ETF의 수수료와 보수

ETF에는 수수료라는 항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ETF는 선취수수료나 환매수수료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있습니다.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매매 수수료가 붙습니다. 거래 금액에 대해 0.015%의 매매 수수료가 붙는다면, 이 비용이 선취수수료와 환매수수료에 해당됩니다.

ETF는 자산운용사의 상품입니다. 증권사는 이를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이니 수수료를 받아야 합니다.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앞서 납품가에 상품을 팔아야 하는 제일마트와 같은 상황이 됩니다.

투자자 전체 거래 규모가 커지고, 시스템이 효율화되고, 경쟁이 심해져서 각종 이벤트로 매매 수수료가 낮아진 것이지, 증권사의 기본 매매 수수료는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영업점을 통해 2억원 미만을 거래하면 매매 수수료가 0.497%에 달합니다. 참고: 수수료 안내 - 한국투자증권

펀드의 경우 투자금 또는 평가액에서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고, ETF의 경우 투자금 외 별도로 수수료를 내기에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ETF는 펀드에 비해 보수도 낮습니다. KODEX 미국S&P500TR의 보수는 연 0.0099%(약 0.01%)인데 비해, 같은 상품으로 볼 수 있는 삼성미국S&P50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UH[주식] Cpe의 보수는 연 0.690%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앞서 살펴본 펀드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 때문입니다. 일반 펀드는 고객이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펀드 매니저가 이를 고려해서 자산을 조정해야 합니다. 같은 날 3억원의 신규 매수가 발생하고, 2억원의 환매 요청이 발생하면, 펀드 매니저는 그 차액인 1억원치의 자산을 신규 매수해야 합니다.

ETF는 조금 다릅니다. 마치 도서 대여점과 같이 운영됩니다. 자산운용사는 신규 상장하는 ETF를 채우기 위해 100억원치 자산을 사서 채웁니다. 그리고 주당 1만원씩 100만주의 ETF를 발행합니다.

투자자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한 100만주의 ETF를 서로 사고팔면서 거래합니다. 투자자의 보유 물량이 100만주를 넘어서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물량이 거래되더라도, 자산운용사는 추가로 ETF를 발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 ETF를 사면 주가가 오를까? (자산운용사의 ETF 상장 수량 변경)

또한 대개의 ETF는 기초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passive) ETF입니다. 펀드 매니저의 개입이 없어도, 웬만한 상황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건비가 줄어드니 ETF 보수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 ETF의 비용은 얼마일까?

자산운용사는 ETF 보수가 얼마라고 명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비용의 전부가 아닙니다. 변동성이 높은 예외적인 비용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환헤지를 하는 ETF의 경우 환헤지 비용은 보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 비용에 조금 더 가깝게 살펴보려면, 금융투자협회의 펀드별 보수비용비교 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아래는 KODEX 미국S&P500TR(이하 KODEX)의 항목별 비용 내역입니다.

KODEX 미국S&P500TR의 보수 비용
KODEX 미국S&P500TR의 보수 비용

KODEX가 홍보하는 약 0.01%는 보수율(A) 항목입니다. 여기에 기타 비용(B)과 매매중개수수료율(D)을 더해야 투자자가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나옵니다. 참고: 투자자가 지불하는 최소 비용입니다.

A+B를 TER(Total Expense Ratio; 총보수비용비율)이라고 하는데 0.09%입니다. 보수율의 9배에 달합니다. 매매중개수수료율까지 합하면 0.166%가 됩니다. ETF의 경우 판매수수료(C)는 없습니다. 증권사가 매매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가기 때문입니다.

이 비용이 전부가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숨어 있는 비용이 더 있습니다. KODEX의 경우 연 0.3% ~ 0.4% 정도가 실제 비용입니다. 참고: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용 (TR ETF를 이용하여 숨은 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추정해 보자)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의 사례로 실제 비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SPY의 총보수(Gross Expense Ratio)는 연 0.0945%입니다.

ETF의 실제 비용을 추정해 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초 지수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S&P 500 지수와 SPY의 배당 미고려 주가(PR; Price Return)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SPY vs S&P 500 (PR)SPY vs S&P 500 (PR, 자산비)
SPY vs S&P 500 (PR)

왼쪽 그래프는 S&P 500과 SPY의 주가 흐름입니다. 동일해 보입니다. 연 0.0945%(대략 연 0.1%)의 보수는 3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요?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0.1% × 31년 = 3.1%이니 차이가 나야 합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SPY (PR) / S&P 500 (PR)로 계산한 자산비의 변화입니다. 비용은 분명히 연 0.1% 정도인데, 주가비로 보면 연 0.013%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패시브 ETF인 SPY가 기초 지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운용을 잘한 결과일까요? 아닙니다. 분배금을 조절해서 기초 지수에 가까워 보이도록 운용한 것입니다. 1달러 분배금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기초 지수와의 차이를 고려해서 0.95달러만 지급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배당 재투자를 가정한 TR(Total Return)로 비교해야 합니다. 아래는 TR로 동일한 그래프를 그린 결과입니다.

SPY vs S&P 500 (TR)SPY vs S&P 500 (TR, 자산비)
SPY vs S&P 500 (TR)

왼쪽 그래프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S&P 500 (TR)이 조금 더 상승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SPY (TR)은 S&P 500 (TR)에 비해 연 0.117%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설명한 0.0945%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정리하며

ETF 보수가 ETF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ETF는 펀드의 한 종류이며, 일일 보수 비용만큼 기준가에서 차감됩니다. ETF든 펀드든 투자자는 보수를 어떻게 지급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펀드는 보수 이외에 선취 수수료와 후취 수수료(환매 수수료)가 있습니다. ETF에는 수수료가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ETF를 매매할 때 증권사에 지급하는 매매 수수료가 이에 해당됩니다.

자산운용사가 제시하는 보수는 투자자가 실제 지출해야 하는 전체 비용의 일부입니다. 금융투자협회의 펀드별 보수비용비교 페이지에서 추가 비용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용의 전부가 아닙니다. 확정적이지 않은 일부 비용이 누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기초 지수와 배당 재투자를 가정하여 비교하고, 그 차이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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