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콜 ETF가 장기 투자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 글을 올리면, 이런저런 경우에는 커버드콜 ETF가 유리하다던가, 부분 매도가 필요한 자가 배당은 심리적 저항이 있기에, 커버드콜 ETF가 불합리한 선택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곤 합니다. 이에 대해 웬만하면 개인적인 의견을 달지 않습니다. 그 말이 맞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커버드콜 ETF가 유리할 수 있으며, 자가 배당은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장기 투자에는 예금보다 주식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 나름 이름 있다는 피터 린치라는 한 전직 펀드 매니저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고: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피터 린치, 존 로스차일드) -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은 책 (서평)
피터 린치가 예금 대신 주식 투자를 권유해도 동일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주식이 유리하지 않으며, 은행 예금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모든 투자는 불확실성이 있으며,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장기 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채는 불확실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투자 자산이며, 장기 수익률은 주식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년 뒤에 사용할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주식의 변동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20년 뒤에 지출할 등록금이라면 어떻까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20년 뒤에 지출할 등록금을 안전한 예금으로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행 금리로는 대학 등록금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 위험과 단기 위험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참고: 안정적인 자산은 장기 투자에 유리한가? (작은 우유를 살까? 큰 우유를 살까? - 장기 투자에서 위험의 변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반론과 특수론
인버스(inverse) ETF는 주가 지수의 역방향으로 배팅하는 상품입니다. 증시는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에, 인버스 ETF는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인버스 ETF에 거치식으로 장기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인버스 ETF에 단기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버드콜 ETF에 유리한 상황이나 투자 전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이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상황에 맞춰 투자해도 무방합니다.
커버드콜 ETF에 유리한 상황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증시가 약세인 상황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커버드콜 ETF만 투자에 유리한 상황일까요? 현금이나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가 현금이나 인버스 ETF에 비해 유리한지 따져서 선택하면 됩니다. 참고: 증시 예측이 얼마나 정확해야 시장 초과 수익이 날까? (지속 보유, 현금화, 인버스, 그리고 커버드콜)
투자에서 일반론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 명제가 아닙니다. 얼마든지 예외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예외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여 활용할지는 투자자 각각이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론에 대한 반론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글에, 상황에 따라 인버스에 투자하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배당 재투자로 주수를 조금씩 늘이면서, 점차 커지는 분배금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장기 투자에 대한 재미와 관심을 유지하기는 용도로 커버드콜 ETF는 고려해 볼만한 선택의 하나입니다.
장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늘어가는 상당한 수준의 분배금은 조금씩 더 아껴서 투자를 늘리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는 것이 불합리한 선택이 아닙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에게 맞는 투자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반론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자가 배당의 심리적 저항
기초 자산의 장기 수익률이 커버드콜 ETF보다 높다는 것은 알지만, 자가 배당은 번거롭거나 심리적으로 불편하기에 커버드콜 ETF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아닙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자가 배당 특히 평가손실일 때 부분 매도해야 하면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알아서 분배해 주는 커버드콜 ETF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과 같이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불편함을 덜어주는 커버드콜 ETF가 마냥 비합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주식 가격은 오르락내리락해도 불편함이 없지만, 부분 매도해서 현금화를 하면 왜 불편해질까요? 배당금 또는 분배금에 집중해서 이를 이익이라고 생각하니 착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배당금 또는 분배금을 지급하면 해당 종목의 가격은 그만큼 낮아집니다. 배당락/분배락입니다. 부분 매도는 다릅니다. 종목의 가격은 그대로이고, 보유 주수가 줄어들어 총평가액이 줄어든 만큼 현금이 생깁니다. 투자자에 따라서는, 부분 매도가 심리적 저항이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보유 수량이 줄어드는 것이지, 평단가가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0,000원짜리 ETF가 100원을 분배하면 평단가는 9,900원으로 낮아지고, 100원의 현금이 생깁니다. 종목의 평가 수익률이 0%였다면, 이제 -1%가 됩니다. 분배금을 받으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현금이 생기지만,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부분 매도로 현금을 만들면, 평단가는 유지됩니다. 현금이 생기고, 수익률은 여전히 0%입니다.
현금은 동일하게 만들어지는데, 수익률로 보면 분배가 불편한 것이고, 보유 주수로 보면 부분 매도가 불편한 것입니다. 총평가액은 동일합니다. 대개의 투자자는 증권앱을 열면, 수익률을 먼저 보려고 하지, 주수를 먼저 살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투자자에 따라서는 부분 매도보다 분배가 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부분 매도를 하는 경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좌를 열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표시되어 있을 가능성은 커버드콜 ETF가 높습니다. 목표 분배율이 10% 또는 15%로 높은 커버드콜 ETF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매도 그 자체에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면, 이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회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입니다.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예약 주문을 거는 것입니다. 거래 물량이 충분한 종목이라면, 1달에 한 번 다음 달 첫 거래일에 0.5%에 해당하는 시장가 주문을 예약하면, 연 6%에 해당하는 현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에 1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면 자산운용사에서 아래와 같은 연락이 옵니다.
고객님, 투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상품은 고객님의 매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달 분배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혁신적인 상품입니다. 분배금 자동 지급을 위해 매달 20만원씩, 연 240만원의 소소한 수수료가 부과됨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자산운용사는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위 표현에서 수수료는 ETF가 부과하는 실제 수수료가 아니라, 기초 자산 대비 기회 손실입니다.) 참고: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수익률과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지수 개발사의 데이터로 추정해 보자!)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이 커버드콜 ETF에 투자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기회 손실을 얼마나 고려한 것인지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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