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퀀트 투자 관점에서 데이터와 전략이 무엇인지 소개하였습니다. 철학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고, 다소 장황한 설명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용적으로는 퀀트 투자 입문서에서 소개하듯 데이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이고, 전략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백테스트하여 만든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이나 매매 전략입니다. 1 + 1 = 2라고 알면 실생활에 충분하지, 왜 그런지까지 꼭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퀀트 투자 용어 (데이터와 불확실성) - 나의 진짜 몸무게는 얼마일까? 내일 아침의 몸무게는 어떻게 변할까?
- 퀀트 투자 용어 (전략의 발견과 사용) - 나는 예측하는 것일까? 대응하는 것일까?
투자 전략은 예측과 행동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상승하리라 예측했기에 매수를 권하고, 주가가 하락할 거라 예측했기에 매도 신호가 발생합니다. 투자 전략을 구성하는 한 요소인 예측은 모델(model)에 기반합니다. 참고: 전략 = 예측 + 행동으로 분해하는 경우입니다. 접근 방식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분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앞서 데이터와 전략에 대한 소개글보다 조금 더 철학적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실용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델과 예측
고대 천체관측기구 중에 혼천의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지구 모형으로 지구본이 있듯이, 혼천의는 태양과 달의 위치를 추정하는 데 사용하는 기구입니다. 일종의 기계식 계산기라 할 수 있습니다. 간의는 혼천의를 간략화한 기구입니다. 참고: 모형에 따라 오행성의 위치까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혼천의가 어떻게 생긴 기구인지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원짜리 지폐 뒷면 도안이 혼천의입니다.
가운데 있는 공은 지구를 의미합니다. 황도와 백도는 과일 복숭아가 아니라 지구에서 본 태양과 달이 움직이는 길입니다. 혼천의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천체 모형입니다. 참고: 지동설을 기반으로 가운데 공을 태양으로 둔 모형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며 천동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혼천의는 쓸모가 없는 것일까요? 충분히 유용하기에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과거 인류의 주요 생산품은 농업에서 나왔습니다. 농업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역법은 천체의 주기적 운동을 관찰하여 시간을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언제쯤 봄이 시작되고, 언제쯤 추워지는지 알 수 있어야 국가 안정을 도모하기 유리합니다. 24절기는 태양력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업의 관점에서는 달의 움직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태양과 달이 밀물과 썰물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태양력 도입 이전까지는 태양력에 태음력을 혼합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했습니다. 윤달은 태음력을 태양력에 맞추기 위해 사용합니다.
천동설이라는 사실과 다른 모델을 기반으로 역법을 만들었지만, 이를 활용하여 생성한 결과는 농업에 유용합니다. 모델이 사실이냐 아니냐와 모델로 추론한 결과가 유용하냐 아니냐는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사실과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 모델이라도, 현상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이득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퀀트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의 주가를 충분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은 현실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일기 예보를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슈퍼 컴퓨터까지 동원하지만, 계속 높아지는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참고: 대한민국 기상청/문제점 [나무위키]
주가 예측은 일기예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부정확한 주가 예측 모델이라도 유용할 수는 있습니다. 유용한 모델은 약간이라도 진실이 포함될 수 있으며, 모델의 가치는 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확한 일기예보와 컵밥 장사
푸드 트럭으로 컵밥 장사를 한다고 하겠습니다. 맑은 날과 비 내리는 날의 매출은 확연히 다릅니다. 재료비나 유류비 등 각종 경비를 제하면, 맑은 날은 10만원을 벌지만, 비가 내리면 손님이 없어 -10만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반반이라면, 매일 장사를 하도 손익이 상쇄되어 이득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내일의 일기예보를 들었습니다. 정확도는 불과 52%입니다. 비가 온다고 예보한 50일 중에 26일은 비가 오고, 나머지 24일은 맑습니다. 맑을 거라 예보한 50일도 마찬가지입니다. 26일은 맑지만, 나머지 24일은 비가 내립니다. 아무렇게나 예보해도 정확도가 50%니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맑을 거라 예보된 날만 장사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100일 중에 50일 장사를 하고, 10만원 × 26일 - 10만원 × 24일 = 260만원 - 240만원 = 20만원의 이익이 생깁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은 정확도를 가진 예측이지만, 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투자 전략은 예측과 행동으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라면 미래의 주가가 예측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짐작하듯, 주가 예측 결과의 정확도는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예측 결과가 충분히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유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퀀트 투자 용어 (전략의 발견과 사용) - 나는 예측하는 것일까? 대응하는 것일까?
- 퀀트 투자 용어 (데이터와 불확실성) - 나의 진짜 몸무게는 얼마일까? 내일 아침의 몸무게는 어떻게 변할까?
-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노영우, 조경엽) - 환율수업인데, 달러 패권 이야기도 하는 수업 (서평)
- 파이썬으로 구현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윤성진, 리준, 이유리, 조민기, 허재웅) - 안전 고려 사항이 없는 고층 빌딩 건축 설명서 (서평)
- 매직 스플릿 (박성현) - 3개월 이용권이 포함된 서비스 사용 설명서 (서평)
- 코스닥150 2x 인버스 상품의 종류와 유지 비용 간단 분석
- QQQ5(QQQ 5배 레버리지)는 1년간 얼마나 녹았을까?
- 외화 RP는 위험한가? (증권사가 RP를 운용하는 방법)
- 한국인도 ROC(Return of Capital)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당소득재분류에 따른 현지 배당세 환급 및 국내 배당세 징수)
- 해외 ETF는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주식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효율적 시장에서 초과 수익은 불가능한 것일까? - 예측이란 무엇일까? 독점적 정보와 초과 수익 (0) | 2024.09.30 |
---|---|
한국인은 커버드콜 ETF에 장기 투자해도 좋을까? - 커버드콜 ETF에 대한 글 모음 (2) | 2024.09.29 |
주식 시장은 효율적일까? - 비효율은 안 좋은 것일까? 커버드콜 ETF와 비효율성 그리고 합리성 (0) | 2024.09.28 |
명품과 가치 투자 - 가치 투자에는 가치가 없다. (0) | 2024.09.20 |
퀀트 투자 용어 (전략의 발견과 사용) - 나는 예측하는 것일까? 대응하는 것일까? (0) | 2024.09.11 |
퀀트 투자 용어 (데이터와 불확실성) - 나의 진짜 몸무게는 얼마일까? 내일 아침의 몸무게는 어떻게 변할까? (0) | 2024.09.10 |
과적합(overfitting)과 경향(trend) 변화 - 문제 출제 경향이 바뀌어서 성적이 떨어졌어요. (0) | 2024.08.31 |
과적합(overfitting)과 우연 - 시험을 자주 쳤더니 1등도 해 보네요, 철수와 평행우주 (0) | 202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