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피자씨는 피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6살에 처음 피자를 먹었을 때의 그 충격과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피자를 먹고, 꿈속에서도 나피자씨는 항상 피자를 먹습니다. 나피자씨에게 피자는 미래 산업 그 자체입니다. 나피자씨는 졸업 후 입사해서 첫 월급을 받자마자 피자 회사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피자씨가 사는 평행 세계에는 1만개의 투자 가능한 피자 관련 회사가 있습니다. 어떤 회사는 피자를 파는 음식점이고, 어떤 회사는 냉동 피자를 만듭니다. 피자를 만드는 원재료를 공급하는 회사도 있고, 피자 매장 전문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지역마다 국가마다 피자 관련 회사가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나피자씨는 어떤 회사에 투자하면 좋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를 위한 종목 선정의 합리적인 요건
나피자씨는 피자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피자 관련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업 간에는 항상 무시무시한 경쟁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피자씨는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10개의 기업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될까요?
나피자씨가 피자를 파는 음식점 중에서 몇 개를 고르고자 한다면,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맛과 서비스가 얼마나 훌륭하고 가격은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나피자씨만큼 피자에 진심인 사람은 흔하지 않기에 가능할 듯합니다. 매장에서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른 고객들의 반응도 유심히 살펴보면, 합리적인 판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투자 가능한 피자 음식점은 1,000개나 되고, 나피자씨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방문하기 어려운 업체도 많기 때문입니다. 주기적으로 재방문해서 변화가 발생했는지도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나피자씨가 자주 방문하는 피자 음식점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피자씨가 아직 모르는 획기적인 피자를 팔고 있는 업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자 음식점이 아닌 원재료 공급 업체나, 피자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업체로 범위를 넓히면 나피자씨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이용한 기본적 분석입니다. 기업의 매출, 비용, 순이익 등을 자세히 정리하고,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의견까지 첨부하여 주기적으로 공지하는 사업보고서를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나피자씨가 열심히 사업보고서를 찾아본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맛의 피자를 만들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업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만개나 되는 업체의 모든 사업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은 나피자씨에게 힘겨운 일입니다. 나피자씨의 본업은 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여 주의 깊게 읽어볼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 추릴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마다 선호하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배당은 무난한 기준의 하나입니다.
배당과 배당락
배당이란 무엇일까요? 기업이 영업을 하면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해서 매출이 발생합니다. 매출에서 원가를 제한 것이 (영업) 이익입니다. 여기에서 세금을 빼면 순이익이 남습니다. 순이익이 기업이 실제로 번 돈입니다. 직장인으로 따지면 세후 월급에서 생활비를 뺀 가처분소득입니다.
기업은 순이익으로 무얼 하면 좋을까요? 피자 매장을 늘릴 수도 있고, 신규 설비로 교체할 수도 있고, 임직원의 월급을 올려주거나 보너스를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나 모를 미래를 대비해서 은행에 예금하거나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관련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여 이런저런 사용 계획을 세우고도 돈이 남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주주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바로 배당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참고: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오를까? (주주환원: 재투자,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이런 이유로 배당은 기업이 나름 건실하게 경영되고 있고, 미래 전망이 적어도 어둡지 않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표출되는 방식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영진이 지금은 피자 매장을 늘리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시기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록 배당은 없지만, 해당 기업의 미래 전망은 밝을 수 있습니다. 미래 전망이 밝기에 배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당을 준다면 미래 전망이 밝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이 둘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배당은 기업에 있는 돈(순이익)을 주주에게 나누어주는 행위입니다. 나피자씨가 주식 계좌에 PZZA라는 회사 주식 1주를 매수하는 것은 주식 계좌 안에 PZZA라는 또 다른 계좌를 개설한 것과 같습니다. 1만원으로 1주를 매수했다면, PZZA 계좌에 1만원을 이체한 셈입니다.
PZZA라는 회사는 열심히 사업을 하겠지만, 성과가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투자자는 PZZA의 미래를 좋게 보지만, 다른 투자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서로 다른 미래 전망의 타협점이 현재 주가입니다. 그러니 PZZA 계좌는 투자자들의 전망에 따라 평가액이 계속 변합니다.
PZZA가 500원을 배당한다고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PZZA 계좌에서 500원을 투자자인 나피자씨에게 이체하는 것입니다. 자연히 PZZA 계좌는 500원이 줄어 9,500원이 되고, 나피자씨의 계좌에는 현금 500원에서 배당소득세 77원을 제한 423원이 입금됩니다. 나피자씨의 주식 계좌 총액은 1만원에서 9,500원 + 423원 = 9,923원으로 줄어듭니다. 배당락이라고 합니다.
나피자씨는 PZZA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기에 받은 배당금을 재투자합니다. 세후 배당금 423원을 소수점 매매로 PZZA 계좌에 다시 이체합니다. 나피자씨의 현금은 사라지고 PZZA 계좌는 이제 9,923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체한 1만원보다 줄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배당은 투자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매도로 현금을 만드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내 종목은 현행 매도 시 양도소득세가 없지만, 국가에 따라서는 배당소득세율보다 더 높은 양도소득세율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국가나 돈의 소유권 이동에는 대개 세금을 부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당 그 자체는 장기 투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피자씨가 배당을 살펴보는 이유는 건실하고 미래 전망이 밝은 기업을 추리기 위한 것이지, 배당을 받으면 나피자씨의 투자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순서를 오해하면 투자를 하면서 기업의 미래보다 배당을 우선시하는 주객전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며
배당은 투자할 기업을 선별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무난한 조건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투자할 기업이 선정되었다면, 세금 부과 방식에 따라서는 배당을 받지 않는 것이 장기 투자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절세 계좌를 이용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입니다.
이어지는 글: 배당과 주객전도 2 (배당성장과 ETF, 그리고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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