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배당과 주객전도 2 (배당성장과 ETF, 그리고 환율)

오렌지사과키위 2025. 2. 2. 15:29
반응형

나피자씨는 배당이 본인의 종목 선정에서 합리적인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배당을 준다면, 기업이 이익을 내고 있으며, 경영진은 기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고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 배당과 주객전도 1 (배당과 배당락, 그리고 계좌이체)

나피자씨가 좀 더 파악해 보니, 배당이 계속 유지되거나 조금씩 늘어나는 기업도 있고, 편차가 심하거나 줄어들고 있는 기업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나피자씨는 배당의 편차가 심하다면 기업의 실적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 있고, 배당이 줄어들고 있다면 실적이 점차 나빠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배당이 줄어든다는 게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닙니다. 이전보다 해당 산업의 미래 전망이 밝아져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지표는 많이 있습니다.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지, 순이익이 증가하고 있는지부터, 매장이나 직원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지표가 기업 성장을 잘 표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이 성장한다면 이런 류의 지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중에는 배당성장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배당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순이익도 늘어날 테니, 배당여력도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니 배당이 늘어난다면, 적어도 해당 기업에 투자해서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즉,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주가가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피자씨는 배당성장을 중심으로 몇몇 지표를 종합하여, 100개의 기업을 선정했습니다. 각각의 기업에 1%씩 분산 투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피자씨 나름대로의 ETF를 만든 것입니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효과가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와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나피자씨는 왜 100개나 되는 기업에 분산 투자하려고 마음먹었을까요? 서너 개의 가장 괜찮아 보이는 기업에 투자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나피자씨는 현실적으로 개별 기업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에 위험을 분산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피자씨가 피자 업계에 대해 잘 알고 업계의 미래도 잘 예측할 수 있다면, 투자할 기업을 몇 개로 압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피자씨는 그럴 수 있을까요? 나피자씨가 피자 업계에 수십년간 종사해 온 임직원보다 피자 업계 미래 전망에 밝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계 회사에 투자하면서, 자동차 회사에서 수십년간 근무해 온 임원보다 자동차의 미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 자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임원보다 자동차 업계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자동차 관련 기업이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모셔가려고 할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수익은 운이 좋았거나 주가가 충분히 쌀 때 매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나피자씨가 분산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NAPIZZA ETF라고 하겠습니다. NAPIZZA ETF는 어떤 특성을 보일까요? 배당성장률이 높은 기업 위주로 분산 투자했기에, ETF 전체의 배당성장률도 일반적인 ETF보다 높을 것입니다.

안정성은 어떻까요? 나피자씨가 배당성장률이 높은 기업을 선호했던 이유는 그런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배당성장률이 높은 100개의 기업에 분산 투자하면, 일반적인 ETF보다 주가의 안정성이 월등히 높아질까요?

철수네 학교에서 반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 수학 팀을 꾸리면, 그 팀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기대하는 바와 같이 수학의 평균 성적은 높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을 제외한 과목의 성적은 어떻까요?

학생들은 한 과목을 잘하면 다른 과목도 잘할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공부에 쏟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로 팀을 꾸리면, 다른 과목 점수도 평균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각 과목의 성적을 지표라고 보면 지표 간 상관성이 높은 것입니다.

투자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준다고 장기 수익률이 더 높을 거라 볼 수 없습니다. 기업은 한정된 순이익이라는 자원을 배당 + 투자로 나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당을 많이 준다는 것은 투자를 그만큼 줄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미래를 낙관하기에 배당을 많이 줄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기에 배당으로 돌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배당성장률이 높은 종목으로 ETF를 구성해도 기대만큼 포트폴리오의 장기 수익률이나 안정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 수학과 영어 과목에 상관성이 없다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로 꾸린 팀의 영어 과목 점수는 학교 평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배당성장률은 안정성과는 관련이 높을 수 있지만, 장기 수익률과는 큰 관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초적인 지표에 그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 효율적 시장 가설 관점에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인 알파가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배당성장률이 높은 종목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NAPIZZA ETF는 배당성장률은 높지만, 장기 수익률은 시장 평균과 큰 차이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안정성 또는 마찬가지입니다. 분산 투자를 하는 일반 ETF도 개별종목보다 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배당성장률은 장기 수익률과 상관성이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성장 ETF의 안정성과 환율

장기 투자할 상품으로 배당성장 ETF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장기수익률과 큰 관련은 없지만, 안정적인 개별 종목을 선별하기에 효과적일 수 있는 배당성장과 같은 지표로 분산 투자할 종목을 선별하면, 포트폴리오 전반으로는 그 효용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분산 투자 그 자체가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에, 배당성장 지표의 효용을 반감시키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여기에 안정성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환율입니다. 미국 주식을 포함한 주식은 전반적으로 환율과 음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이상 미국 주식에 환노출로 투자하면 변동성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러니 배당성장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는 있지만, 환노출로 투자하면 그 효용이 크게 낮아지게 됩니다.

분산 투자와 환율 이 두 가지는 포트폴리오 전반의 안정성을 높입니다. 그러니 배당성장이라는 안정성과 관련이 높은 지표를 추가로 사용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안정성이 더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정리하며

이전 글에서 했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배당은 안정적인 개별 종목 선별에는 유용한 지표일 수 있지만, 배당 그 자체는 장기 투자에 항상 유리한 것이 아닙니다. 배당성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배당성장은 주가 흐름의 변동이 적고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찾아내는데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지표입니다. 하지만 배당성장 지표를 고려하여 종목을 선별한 ETF에 환노출에 의한 환율 효과까지 반영되면, 배당성장 지표의 유용성은 기대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배당성장 ETF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좋은 투자 전략의 하나가 맞습니다. 문제는 주객전도입니다. 환노출 장기 분산 투자에서 배당과 배당성장은 큰 의미가 없는 지표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할 ETF를 비교하면서 배당률이나 배당성장률을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은 장기 투자에 있어 적절한 접근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같은 국가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만으로는 충분히 낮출 수 없습니다. 상관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식과는 특성이 다른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 환율, 채권 또는 금과 같은 다른 종류의 자산을 편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반응형
도움이 되었다면, 이 글을 친구와 공유하는 건 어떻까요?

facebook twitter kakaoTalk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