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변동성이 있는 자산 하나와 이자를 받지 않는 현금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추정해 보았습니다.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산술 평균은 자산의 투자 비중에 비례하여 변하지만, 기하 평균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 그림과 같이 기하 평균은 투자 비중에 따라 산술 평균선 아래에 비선형 곡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 글: [중급 19] 분산 투자를 통한 기하 평균의 상승 (+현금과의 분산 투자)
이 신비로운 현상이 분산 투자가 필요한 기본 원리입니다. 복수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자산 간의 수익률이 상호 보완될 수 있습니다. 자산 간 상관성에 따라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기하 평균은 개별 자산 수익률의 산술 평균에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자산 하나와 현금에 분산 투자하는 특수한 경우는 켈리 공식(Kelly criterion, 켈리 방정식)으로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켈리 공식에 대해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켈리 공식(켈리 방정식)
투자 상품 A가 있습니다. 지금 투자하면 1년 후 투자 성과가 나옵니다. 상품 A는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상품입니다. 60%의 확률로 50% 수익을 얻거나, 40% 확률로 -40% 손실이 발생합니다.
투자자가 100% 자금으로 1회 투자하면, 기대값(기대 수익률)은 6 / 10 × 50% - 4 / 10 × 40% = 30% - 16% = 14%입니다. 산술 가중 평균으로 계산합니다.
투자자가 14% 기대 수익률이 흡족하다 느껴져서 상품 A에 장기 복리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익률 모델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하 평균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 복리 수익률은 (1 + 50%)⁶ᐟ¹⁰ × (1 - 40%)⁴ᐟ¹⁰ - 1 ≒ 4%에 불과합니다.
상품 A는 투자자에 따라서는 만족할만한 산술 평균 수익률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 복리 투자하기에 적절한 상품은 아닌 것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손익비대칭성 효과가 크게 작용하여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연 4%는 은행 예금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일 수 있지만, 40% 확률로 -40% 손실이 발생하는 큰 변동성을 감안할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산을 현금과 혼합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즉 투자금 일부만 변동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면, 산술 평균 대비 기하 평균의 감소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켈리 공식은 이를 수식으로 풀어 기하 평균이 최대화되는 최적 투자 비중을 찾습니다.
켈리 공식은 다음과 같은 변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 p: 승리 확률 (여기서는 60%)
- q: 패배 확률 = 1 - q (여기서는 40%)
- a: 순손해율 = 패배 시 잃는 비율 (여기서는 40%)
- b: 순이익률 = 승리 시 얻는 비율 (여기서는 50%)
- f: 최적 배팅 비율 = p / a - q / b
공식에 넣어 상품 A의 최적 배팅 비율을 계산해 보면, f = 60% / 40% - 40% / 50% = 150% - 80% = 70%가 나옵니다.
70% 비중으로 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분포는 [50% × 60%, -40% × 40%]에서 [35% × 60%, -28% × 40%]로 바뀌게 됩니다. 기하 평균은 (1 + 35%)⁶ᐟ¹⁰ × (1 - 28%)⁴ᐟ¹⁰ - 1 ≒ 5%가 됩니다. 이전보다 1% 증가하게 됩니다. 참고: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잔여 투자금을 예금에 투자한다면, 추가로 1% 정도 더 높은 복리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차이는 미미한 것일까?
겨우 1%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투자 전략에 따라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투자 주기가 1달 또는 하루로 짧은 경우 미미한 차이가 복리로 누적되면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주의: 이 글은 어떠한 투자 방식도 권하지 않습니다. 설명을 위해 소개하는 가상의 사례일 뿐입니다.
매일 단타를 하는 어떤 투자자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투자자는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만의 비밀 투자 전략을 개발했습니다. 해당 전략을 적용하여 과거 10년치 데이터에 대해 백테스트(backtest)해 보니, 승리 확률이 20%이고, 순이익률이 18%, 순손실률이 4%로 추정되었습니다. 성공 확률은 낮지만, 성공하면 큰 수익을 얻는 투자 전략인 셈입니다.
1회 투자의 산술 평균을 계산해 보면, 2 / 10 × 18% - 8 / 10 × 4% = 3.6% - 3.2% = 0.4%입니다.
이 전략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자금을 투자하면, 참여 효과가 발생해서 호가 변동이 생겨 기대하는 가격으로 체결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100만원이 투자 가능한 최대 금액이라면, 단리로 투자해야 합니다. 1년이 240거래일이라면, 연 0.4% × 240 = 9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100만원을 투자한다면 연 96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여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큰 금액도 투자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복리 수익률은 (1 + 18%)²ᐟ¹⁰ × (1 - 4%)⁸ᐟ¹⁰ - 1 ≒ 0.045%입니다. 1년에 해당하는 240거래일을 거래해도 연 (1 + 0.045%)²⁴⁰ - 1 ≒ 11.3%에 그칩니다.
켈리 공식에 넣어 최적 투자 비중을 추정하면 f = 20% / 4% - 80% / 18% ≒ 500% - 444% = 56%입니다. 복리 수익률은 (1 + 18% * 56%)²ᐟ¹⁰ × (1 - 4% * 56%)⁸ᐟ¹⁰ - 1 ≒ 0.108%이고, 240일을 거래하면 (1 + 0.108%)²⁴⁰ - 1 ≒ 29.7%가 됩니다.
투자자는 투자금을 전액 투자해서 얻을 수 연 11.3%의 복리 수익률은 끌리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SPY와 같은 주식형 ETF로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었던 수익률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켈리 공식으로 도출한 연 29.7%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파란색 산술 평균의 오른쪽 상단 끝점이 100% 비중으로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단리 수익률 0.4%입니다. 기하 평균은 100% 비중으로 투자 시 0.045%가 나오고 있습니다. 켈리 공식으로 계산한 최적 투자 비중 56%로 투자하면, 0.108%의 복리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다 긴 기간을 투자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왼쪽 그래프는 1년간 투자하는 경우입니다. 단리 투자인 산술 평균은 100% 비중으로 투자 시 96%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복리 투자인 기하 평균은 켈리 공식의 최적 투자 비중을 사용하면 30% 정도가 됩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10년 투자하는 경우입니다. 단리 투자는 960%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복리 투자는 투자 비중을 잘 설정한다면 최대 1,247%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적 투자 비중이 0% 미만 또는 100% 초과인 경우
켈리 공식에 수치를 넣어 계산하면, 최적 투자 비중이 0 ~ 100%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반의 확률로 40% 수익을 얻거나 -50% 손실을 본다고 하겠습니다. 직관적으로 승률은 반반인데, 손실이 더 크니 투자하지 않는 게 나을 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적 투자 비중은 f = 0.5 / 50% - 0.5 / 40% = 1 - 1.25 = -25%입니다. 마이너스 값이 나옵니다. 이는 하면 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니, 25% 비중으로 반대로 투자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투자한다면, 승률은 여전히 반반이고, 50% 수익을 얻거나 -40% 손실을 보게 됩니다. 최적 투자 비중은 f = 0.5 / 40% - 0.5 / 50% = 1.25 - 1 = 25%입니다.
최적 투자 비중이 1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반반의 확률인데 50% 수익을 얻거나 -20% 손실을 본다고 하겠습니다. f = 0.5 / 20% - 0.5 / 50% = 2.5 - 1 = 150%입니다. 본인 보유 투자금에 50%를 더 빌려 투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대출 이자는 고려되지 않은 분석입니다.
기하 평균을 보면 투자 비중 150%를 정점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투자 비중 300%의 기하 평균은 0%입니다. 장기적으로 본전이라는 의미입니다. 300% 비중으로 투자하면 [50%, -20%] 수익률 분포는 [150%, -60%]로 바뀌게 됩니다. (1 + 150%) × (1 - 60%) = 2.5 × 0.4 = 1이기 때문입니다.
투자 비중을 더 늘이면 어떻게 될까요? 짐작할 수 있겠지만, 기하 평균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다음은 최대 500%까지 투자한 경우입니다.
500%로 투자 시 모든 투자금을 날릴 수 있습니다. 1회 손실률이-20%이니, 5배로 투자하면 -100%가 되기 때문입니다.
켈리 공식은 현실적일까?
이 아름다운 켈리 공식은 얼마나 현실적일까요? 공식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켈리 공식에 입력하는 변수값의 신뢰성이 문제가 됩니다.
4년치 데이터로 백테스트 해서 특정 전략의 승리 확률을 54%로 추정했다고 하겠습니다. 4년치 데이터면 대략 1,000거래일에 해당됩니다.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혹시 장기적인 승률은 52%나 55%가 아닐까요? 패배 시 손실률을 -3.2%라고 추정했습니다. 정말일까요? -3.5%나 -3.0%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켈리 공식을 이용하여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변수값의 신뢰성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합니다. 충분히 많은 데이터로부터 추출한 값이니 믿을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간 해당 전략이 유용했던 이유는 저금리 상황이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가 되면, 해당 전략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적으로 손실이 날 수도 있습니다.
켈리 공식과 분산 투자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켈리 공식은 자산과 현금을 혼합하는 분산 투자의 특수한 경우입니다. 그러니 분산 투자의 원리를 이해하고 포트폴리오 성과를 추정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켈리 공식은 간단하게 추정치를 계산해 볼 수 있다는 정도 이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공식 유도를 위해 간결한 가정을 사용했기에 현실과도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켈리 공식에서는 잔여 투자금으로 이자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현실에서는 예금에 둘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잔여 투자금을 연 3% 예금에 두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투자 비중에 따른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입니다. 점선으로 표시된 두 선이 각각 현금 대신 예금 이율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 예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전략을 가정했기에 그 차이가 커 보이지 않지만, 예금을 고려하면 산술 평균선과 기하 평균선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 전략에 따라서는 그 차이가 의미 있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변동성이 있는 자산과 변동성이 없는 현금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모델링하여 장기 복리 투자 시 최적 투자 비중을 계산할 수 있는 켈리 공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켈리 공식은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 고정된 두 가지 결과(outcome)를 가정한 경우입니다. 복수의 결과를 가정하는 경우 등으로 확장한 모델도 있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켈리 공식은 따지고 보면 분산 투자 모델의 특수한 경우입니다. 그러니 공식을 알아두면 간편하게 계산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분산 투자 모델로 시뮬레이션하여 최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투자 비중을 구해도 그 결과는 동일합니다. 오히려 분산 투자 모델 시뮬레이션은 예금 이율과 같은 더 많은 조건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그래프도 모두 분산 투자 모델로 계산하여 그린 것입니다.
켈리 공식은 공식 그 자체는 명료하지만, 켈리 공식에 사용하는 현실의 변수값은 그 신뢰성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 도서:
이어지는 글: [중급 21] 섀넌의 도깨비(Shannon's Demon) - 현실에서는 왜 찾기 어려울까?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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