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변동성(volatility)과 기대 수익률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기대 수익률도 높아야 투자 가치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 복리 투자자는 비슷한 수익률을 얻기 위해 더 높은 변동성(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예금 이자를 준다면, 제2금융권 예금보다 제1금융권 예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와 같습니다. 지난 글: [중급 18] 변동성이 낮을수록 투자에 유리할까? (장기 복리 투자자와 단기 단리 투자자)
산술 평균 수익률과 기하 평균 수익률을 살펴보면 묘한 관계가 있습니다. 산술 평균 수익률은 항상 기하 평균 수익률과 같거나 더 높으며 변동성이 증가하면 그 차이는 커집니다. 이 때문에 동일한 기하 평균 수익률이라도 변동성이 커지면 산술 평균 수익률이 높아져야 합니다.
이러한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차이를 활용하는 투자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분산 투자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 그리고 분산 투자
개별 자산의 수익률 분포가 [-20%, 40%]라고 하겠습니다. 절반의 확률로 -20% 손실이 발생하거나, 40% 수익이 생깁니다. 산술 평균은 (-20% + 40%) / 2 = 10%입니다. 기하 평균은 (1 - 20%)¹ᐟ² × (1 + 40%)¹ᐟ² - 1 ≒ 5.8%입니다.
동일한 수익률 분포를 가진 개별 자산이 충분히 많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별 자산의 수익률이 서로 독립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들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개별 자산의 절반은 -20% 수익률을 거두게 되고, 나머지 절반은 40% 수익률을 거둘 것입니다.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20% + 40%) / 2 = 10%가 됩니다.
개별 자산의 기하 평균 수익률은 5.8% 이지만, 수익률이 독립인 충분한 수의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기하 평균 수익률은 개별 자산의 산술 평균 수익률인 10%에 근접하게 됩니다.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이자 원리입니다.
개별 자산의 수익률을 정규 분포로 모델링하여 수학적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개별 자산의 수익률이 정규 분포 N(10%, 20%²)를 따른다고 할 때, k개의 서로 독립인 자산에 분산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N(10%, (20%/√k)²)
포트폴리오의 산술 평균 수익률은 10%이고, 변동성을 나타내는 표준 편차는 20%에서 분산 투자 종목 수가 늘어나면 줄어듭니다. k가 충분히 커지면 포트폴리오 변동성은 0%에 가깝게 되어, 기하 평균 수익률은 산술 평균 수익률과 비슷해집니다.
현실에서는 충분히 많은 수의 서로 독립인 자산을 찾을 수 없기에, 변동성을 낮춰 기하 평균 수익률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체계적 위험(systemtic risk)이라 합니다. 아래 설명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중급 2]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통계적으로 본 자산 간 상관성과 포트폴리오의 위험)
- [중급 3]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어떻게 추정해 볼 수 있을까? (개별 자산의 상관성과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 [중급 4]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을 정규 분포로 모델링해 보자 (시장 변동성, 개별 종목 변동성, 그리고 포트폴리오 변동성)
- [중급 10]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서운 수식과 나신입씨의 경품 뽑기)
현금과의 분산 투자
분산 투자의 특별한 사례 한 가지를 살펴봅니다. 자산이 하나이고, 현금과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투자자가 100% 비중으로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일부만 투자하는 것입니다.
자산의 수익률 분포가 [60%, -40%]라면, 50% 비중으로 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분포는 [30%, -20%]로 바뀌게 됩니다. 기하 평균 수익률은 (1 + 30%)¹ᐟ² × (1 - 20%)¹ᐟ² - 1 ≒ 2%입니다. 100%로 투자했을 때의 기하 평균 수익률은 (1 + 60%)¹ᐟ² × (1 - 40%)¹ᐟ² - 1 ≒ -2%였습니다. 기하 평균 수익률이 -2%에서 2%로 바뀝니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맨 왼쪽은 현금으로만 보유한 경우로 기하 평균 수익률은 0%입니다. 맨 오른쪽은 자산에 100% 비중으로 투자한 경우로 기하 평균 수익률은 -2% 정도입니다. 50% 비중으로 투자하면 약 2%가 됩니다.
다음 표는 이전 글에서 살펴본 동일한 산술 평균 수익률 10%를 가진 수익률 분포의 사례입니다. 변동성(표준 편차)이 증가함에 따라 기하 평균 수익률은 낮아집니다.
상승 시 | 하락 시 | 산술 평균 | 기하 평균 | 표준 편차 |
10% | 10% | 10% | 10.0% | 0% |
20% | 0% | 10% | 9.5% | 10% |
30% | -10% | 10% | 8.2% | 20% |
40% | -20% | 10% | 5.8% | 30% |
50% | -30% | 10% | 2.5% | 40% |
60% | -40% | 10% | -2.0% | 50% |
각각의 수익률 분포에 대해 현금과의 분산 투자를 통해 기하 평균 수익률이 최대화되는 투자 비중을 찾아 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준 편차가 대략 35% 이하인 경우에는 현금과 혼합 효과가 없습니다. 100%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그 이상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면, 적절한 비중으로 현금을 보유하면서 복리 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기하 평균 수익률의 감소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 편차 70%는 수익률 분포가 [80%, -60%]로 변동성이 매우 높은 경우입니다. 100% 비중으로 투자하면 -15%의 기하 평균 수익률을 얻게 되지만, 20% 정도의 비중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80%는 현금으로 보유하면, 1% 정도의 기하 평균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로 독립이며 동일한 수익률 분포를 가진 자산이 충분히 많다면, 분산 투자로 산술 평균 수익률인 10%에 가까운 기하 평균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자산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산과의 상관성이 없는 현금에 분산 투자하면, 기하 평균의 감소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장기 복리 투자자가 수익률의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때에는 분산 투자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기하 평균 수익률을 산술 평균 수익률 방향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자산이 없더라도, 현금은 자산과 상관성이 없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의 자금만 자산에 투자해서 기하 평균 수익률을 높이는 이 투자 방식은 감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바로 켈리 공식(Kelly criterion)입니다.
켈리 공식은 수익과 손실 두 가지에 대한 확률 분포가 고정되어 있을 때, 기하 평균을 최대화할 수 있는 투자 비중을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분산 투자 중에서 하나의 자산과 이자를 주지 않는 현금에 분산 투자하는 특별한 상황입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봅니다.
참고 도서:
이어지는 글: [중급 20] 켈리 공식(켈리 방정식) (가장 단순한 분산 투자 모델)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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