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편의 글을 통해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이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 글은 개념적인 설명이었고, 두 번째 글은 간단하게 이항 분포(binomial distribution)로 모델링한 설명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개별 자산의 수익률을 정규 분포로 모델링해서 체계적 위험이 시장 위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연재의 특성상 이전 글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중급 2]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통계적으로 본 자산 간 상관성과 포트폴리오의 위험)
- [중급 3]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어떻게 추정해 볼 수 있을까? (개별 자산의 상관성과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주의: 통계학적으로 엄밀하지 못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순한 모델을 가정했기에,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 수익률의 분해
고분산씨가 개별 주식 종목에 투자한다고 하겠습니다. 설명과 모델링의 편의상 모든 종목의 1년 수익률은 N(10%, 40%²)을 따른다고 하겠습니다. 1년 평균 수익률은 10%이고, 1년 수익률의 표준 편차는 40%입니다. 이 글에서는 표준 편차 즉 변동성을 위험으로 간주하고 설명합니다. 참고: 이 글은 종목이라는 용어는 일관성 있게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분산씨가 하나의 종목에 모든 투자금으로 투자한다면, 표준 편차로 본 위험은 40%입니다. 두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면, 종목 간 상관성(correlation) 정도에 따라 위험이 줄어듭니다. 표준 편차를 어떻게 위험으로 간주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는 제 책 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라는 걸까 -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에 대한 통계학적 시각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주식의 상관성은 천차만별입니다. 강한 양의 상관성을 가진 종목의 쌍(pair)도 있고, 거의 관계가 없는 종목의 쌍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익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종목의 쌍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고분산씨가 어떤 종목 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식 종목 간에는 강한 양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모델링해 보겠습니다.
고분산씨가 10개의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고 하겠습니다. 그중에서 5개 종목의 1년 수익률은 동일합니다. 나머지 5개 종목은 다른 종목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서로 독립인 수익률을 보입니다. 고분산씨가 각 종목에 10% 비중으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분산 투자한다면,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어떻게 될까요?
비현실적인 모델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절반인 5개 종목의 수익률이 완전히 동일할 수 있고, 나머지 5개 종목은 모두 서로 독립일 수 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상하면 됩니다. 1년 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얻었다고 하겠습니다. 5개 종목은 똑같은 수익률이 나왔을 것입니다. 이 5개 종목의 수익률을 r₁부터 r₅라고 하겠습니다. 서로 독립인 수익률을 보인 나머지 5개 종목의 수익률은 s₁부터 s₅이라 하겠습니다.
vᵢ = rᵢ + sᵢ 로 정의해 보겠습니다. v₁ = r₁ + s₁이고, v₂ = r₂ + s₂ 이 됩니다. v₁부터 v₅까지 총 5개의 수익률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제 각각의 vᵢ는 나머지 4개와 수익률과 절반은 일치하면서 절반은 독립인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이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어느 정도 따르면서, 제각각 다른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r₀ = r₁ = r₂ = ... = r₅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s₁ 부터 s₅ 은 N(10%, 40%²) 수익률 분포를 따르므로, 개별 종목의 수익률은 r₀ + Nᵢ(10%, 40%²)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참고: 이후 과정에서는 적절히 반올림해서 계산했습니다.
r₀ 역시 N(10%, 40%²)이고, s₁부터 s₅과는 서로 독립이라 가정했습니다. 따라서 개별 종목의 수익률은 서로 독립인 두 정규 분포의 합인 N₀(10%, 40%²) + Nᵢ(10%, 40%²) = N(20%, 40%² + 40%²) = N(20%, 32%) ≒ N(20%, 56%²)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vᵢ에 대해 rᵢ와 sᵢ에 반반씩 나누어서 투자한 경우로 가정하게 되면 N(20%, 56%²) / 2 = N(10%, 28%²)이 됩니다. 개별 종목은 10% 평균 수익률에 28% 표준 편차를 가진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고, 고분산씨의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5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의: 동일하게 종목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다른 의미입니다. 종목 수익률 = 시장 수익률 + 개별 종목 독자 수익률로 분해한 것입니다. 이 분해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목이라는 용어를 중복해서 사용했습니다. (저도 헷갈립니다.)
포트폴리오에 내재된 시장 변동성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N(10%, 28%²)인 종목 5개의 합으로 해석하려면 조금 복잡합니다. 각각의 종목끼리 양의 상관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쉽게 해석하기 쉽게, 앞에서 본 동일한 수익률을 보인 5개 종목과 서로 독립인 5개 종목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봅니다.
동일한 수익률을 보인 5개 종목의 수익률 합은 N₀(10%, 40%²)이고, 전제 투자금의 절반을 투자했기에,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은 N₀(10%, 40%²) / 2 = N₀(5%, 20%²)이 됩니다.
나머지 5개 종목의 수익률은 서로 독립이기에 모두 더하면 5 × N(10%, 40%²) = N(5 × 10%, 5 × 40%²) = N(50%, 5 × 16%) = N(50%, 80%) ≒ N(50%, 89.4%²)이 됩니다. 5개 종목에 균등하게 투자했기에 평균은 N(50%, 89.4%²) / 5 ≒ N(10%, 17.9%²)이 됩니다. 전체 투자금 절반을 감안하면, N(10%, 17.9%²) / 2 = N(5%, 8.9%²)이 됩니다.
이제 두 항을 더하면 됩니다. 서로 독립인 5개 종목은 동일한 수익률을 보인 나머지 5개 종목과도 서로 독립입니다. 따라서 두 항은 서로 독립이므로, N(5%, 20%²) + N(5%, 8.9%²) = N(5% + 5%, 20%² + 8.9%²) ≒ N(10%, 4% + 0.8%) ≒ N(10%, 4.8%) ≒ N(10%, 21.9%²)이 됩니다.
개별 종목의 위험은 표준 편차로 28%였습니다. 5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표준 편차는 21.9%로 줄어듭니다.
일반화해서 표현해 보겠습니다. 종목의 수를 k라고 하겠습니다. 첫 번째 항은 항상 N(5%, 20%²)입니다. 두 번째 항에서 각각의 종목은 투자금 절반을 고려해서 N(5%, 20%²)이며, 서로 독립이기에 k개를 더해서 평균을 내면 N(5%, 20%² / k)가 됩니다.
두 번째 항의 분산은 1 / k가 되고, 분산의 양의 제곱근인 표준 편차로는 1 / √k배 가 됩니다. 이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분포는 다음과 같이 됩니다. 다음과 같이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N(5%, 20%²) + N(5%, 20%² / √k) = N(10%, 20%² + (20% / √k)²)
첫 번째 항은 시장 변동성이고, 두 번째 항은 시장 대비 개별 종목 변동성의 합입니다. 분산 투자는 이 중에서 두 번째 개별 종목 변동성의 합을 줄이는 투자 전략입니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프에서 빨간색 가로 점선 즉 시장 변동성이 체계적 위험에 해당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아무리 잘 구성하더라도 이 이하로 위험을 낮출 수 없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내재된 시장 변동성
수식 전개의 편의를 위해 단순한 모델에 간단한 수치를 사용했습니다. 현실에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시장 변동성보다 높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의 변동성보다, 개별 종목인 애플(APPL)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변동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앞에서는 두 경우 모두 표준 편차를 40%로 가정했습니다. 시장 변동성을 N(10%, 40%²)으로 두고,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그 두 배인 N(10%, 80%²)으로 두면 다음과 같이 보다 눈에 익은 듯한 그래프가 됩니다.
분산 투자에서 대개 말하는 종목의 수를 늘리더라도 수십 개를 넘어가면, 있는 수준으로 위험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그래프를 그린 수식을 다시 살펴봅니다. 이전 수식에서 개별 종목 변동성만 20%에서 40%로 바꾼 것입니다.
N(5%, 20%²) + N(5%, 40%² / √k) = N(10%, 20%² + (40% / √k)²)
분산 투자하는 종목의 수가 늘어나면 두 번째 항의 표준 편차가 0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수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더라도 남아있는 첫 번째 항에 의해 시장 변동성 이하로 위험을 낮출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은 투자를 고려하는 종목의 집합인 유니버스(universe)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3년 연속 배당금이 유지 또는 증액된 종목 중에서 투자 대상을 선정한다면,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종목의 집합이 유니버스가 됩니다.
유니버스가 시장이기에, 유니버스가 달라지면 시장 변동성도 달라집니다. 유니버스에 따라 최대로 낮출 수 있는 시장 변동성이 달라지고, 분산 투자에 적절한 종목수도 바뀌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분산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유니버스를 구성할 때 시장 변동성이 충분히 낮은 지도 한 번 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첫번째 항은 무슨 의미일까요? 첫번째 항은 시장 전체를 뜻합니다. 이 수식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시장보다 높은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여기서 개별 종목은 해당 시장 내에서 임의로 선정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니 이 수식의 의미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업에 집중하면서 장기 투자하려는 투자자라면, 변동성이 높아지는 개별 종목 선정에 신경 쓰지 말고,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인덱스(index) 펀드와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투입 노력 대비 효율적인 투자 방법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정리하며
개별 종목의 수익률 분포를 정규 분포로 가정하여 시장 변동성과 개별 종목 변동성으로 분해해 보았습니다. 이 중에서 시장 변동성이 분산 투자에서 말하는 체계적 위험에 해당됩니다. 개별 종목 변동성은 개별 종목끼리 서로 상쇄될 여지가 있지만, 시장 변동성은 시장 내에서는 상쇄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내에서 상쇄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시장 밖에서 보완할 자산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수십 종목의 주식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면, 추가의 변동성은 예금, 외화, 채권, 금과 같은 다른 자산을 편입해야 낮출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 [중급 5] 수치는 항상 정확한가? (미래 수치의 불확실성과 과거 수치의 불확실성)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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