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과 중급편은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투자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경제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해 투자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고 할수록 불확실성을 직접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하는 사고에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실용저인 수준으로 고려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투자 관점에서 수치의 불확실성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미래 수치에 대한 불확실성
4월이면 벚꽃이 한창인 시기입니다. 철수네 가족이 주말에 벚꽃 구경을 가기로 했습니다. 철수는 먼저 일기예보를 봅니다. 토요일에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합니다. 일요일에는 구름이 끼긴 하지만 비 예보는 없습니다. 언제가 좋을까요?
별다른 사정이 없다면 일요일에 나들이를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 결정은 항상 적절할까요? 일기예보는 미래의 날씨에 대한 예측입니다. 미래의 사건에 대한 예측이기에 여기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보면 비가 올 확률이 20% 또는 70%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의 오늘 일기예보를 보면 오후 8시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확률은 60%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비가 올 확률이 특정 임계값(예를 들어 50%)을 넘어서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예보는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될까요? 제가 오늘 아침에 확인했을 때에는 오후 6시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비가 올 확률이 40%로 비가 오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미래에 대한 수치는 항상 불확실합니다. 미래에 대한 수치는 예측이기에, 언제라도 바뀔 소지도 있습니다. 수치의 특성과 예측 방법에 따라 불확실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불확실 정도가 극히 낮은 경우라면, 실용적으로 그 수치가 변하지 않는 것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수치에 대한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수치는 크든 작든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수치는 어떨까요?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2024년 4월 1일 서울의 최고 기온은 19.0도였다고 합니다. 확실한 것일까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불확실성이 극히 낮기에 확실하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것입니다. 기상청의 온도계가 정상적으로 정확하게 작동했을까요? 기온을 측정한 지역의 위치는 합리적이었을까요? 기상청 데이터베이스에 수치를 전송하여 입력하는 과정에서 어떤 오류가 발생하지는 않았을까요?
불확실성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만드는 요인들은 기술의 발전과 합리적인 계산 방법과 집계 절차를 사용하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확실해 보이거나 또는 확실하다고 간주해도 무리가 없는 것입니다. 과거 수치라서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
1960년 4월 1일 서울의 최고 기온은 7.7도였다고 합니다. 지금과는 기온 측정 방법과 집계 방식이 달랐을 것입니다.아마 사람이 눈으로 온도계를 보고 종이에 기록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그리고 더 큰 불확실성 요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크게 틀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재 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오차가 더 클 가능성 즉 불확실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수치 사용 용도에 따른 불확실성
철수가 수학 시험을 쳤습니다. 80점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확실할까요? 철수의 수학 점수도 과거의 기록이니 확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기상청 최고 기온과 같이 불확실성이 숨어 있습니다. 채점과 집계에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점과 집계에 오류가 없다면, 확실한 수치로 보아도 될까요? 수치 그 자체는 확실합니다. 그런데 왜 철수의 수학 점수를 보는 것일까요?
모든 수치는 사용 목적이 있습니다. 철수가 시험을 치고 점수를 매기는 이유는 철수의 수학 실력을 확인하고 이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함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학에 참고할 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철수의 점수는 철수의 수학 실력을 표현하는 한 가지 수치입니다.
단어를 바꾸어 보겠습니다. 철수의 수학 점수는 80점입니다. 확실하거나 불확실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철수의 수학 실력은 80점일까요? 철수의 수학 실력은 철수의 수학 점수와 동일한 수준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철수의 수학 점수 80점이 수학 실력 80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철수의 수학 점수는 수학 실력과 상관성이 높은 것이지, 철수의 수학 실력 그 자체에 대한 수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험 문제가 10문제였습니다. 철수는 7문제를 잘 풀었고 모두 맞췄습니다. 나머지 3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철수는 객관식 5지선다 문제에서 그럴싸 해 보이는 답을 찍었습니다. 3문제 중에서 1문제는 맞추었고, 2문제는 틀렸습니다. 총 10문제 중에서 8문제가 정답으로 간주되어 80점이 되었습니다.
철수의 수학 실력은 몇 점일까요? 시험 점수 80점이 아니라, 70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반 영희도 80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영희는 9문제를 제대로 풀었습니다. 답을 적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서 하나를 잘못 적었습니다. 채점 결과 80점을 받았습니다.
영희의 수학 실력을 몇 점일까요? 80점이 아니라 90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철수와 영희 모두 80점의 수학 점수를 받았지만, 수학 실력은 철수가 70점, 영희가 90점으로 영희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점수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철수가 답을 찍었는지, 영희가 답을 적으면서 실수를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철수와 영희의 수학 점수에 동일한 수준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여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철수와 영희의 수학 실력은 아마도 동일할 것이라 보는 것입니다.
투자에서 참고하는 수치의 불확실성
왕배당씨는 3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증액한 기업에만 투자합니다. 배당금을 꾸준히 증액해 온 기업이라면, 영업이 잘 되고 있고, 앞으로도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수와 영희의 수학 점수는 두 사람의 수학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왕배당씨가 배당금을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성이 높은 기업을 추리기 위해서입니다.
수학 점수와 수학 실력의 상관성이 높은 것처럼, 배당금 증액과 기업 안정성도 상관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 점수가 수학 실력 그 자체가 아닌 것처럼, 배당금 증액 그 자체가 기업 안정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진은 현금이 필요한 대주주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 배당금을 증액했을 수 있습니다. 올해는 배당금을 줄 형편이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도 비영업수익이 크게 발생해서 배당금 마련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수치에 불확실성이 있으니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수치에 있는 불확실성을 세세하게 고려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철수네도 일기예보를 참고하여 일요일에 나들이를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투자에서 수치를 볼 때 불확성을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는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만일 이 수치에 불확실성이 있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줄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필요하는 의미입니다.
철수네 반 10명이 모두 철수처럼 수학 점수 80점을 받았습니다. 철수처럼 운이 좋아 실력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친구도 있을 것이고, 영희처럼 실수로 인해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친구도 있을 것입니다.
철수네 반 10명의 평균은 어떻까요? 각 학생의 점수와 실력간의 불확실성이 일부 서로 상쇄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개별 학생에 비해, 철수네 반 10명의 평균 수학 점수 80점은 평균 수학 실력에 조금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미 투자에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분산 투자입니다.
정리하며
일상적으로 그리고 투자에도 사용하는 수치의 불확실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모든 수치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래 수치는 예측이기에 자연히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과거 수치 또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불확실성이 현저히 낮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치를 수치 그 자체가 아닌 사용하는 목적을 고려하면 또다른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별 수치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수치와 표현 대상에 완벽한 상관성이 없다면, 불확실성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통계학입니다. 투자자는 통계학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공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계학은 일상 생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문이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현실을 바라보는 철학의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도서로 제 책을 포함하여 몇 권의 통계 관력 책을 소개합니다.
이어지는 글: [중급 6] 백테스트 결과는 확실한 것일까? (리밸런싱에 포함된 불확실성)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도서:
- 수학의 힘: 인생의 무기가 되는 12가지 최소한의 수학도구 (올리버 존슨)
-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통계학 수업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 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라는 걸까? -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에 대한 통계학적 시각 (오렌지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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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급 2]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통계적으로 본 자산 간 상관성과 포트폴리오의 위험)
- 투자와 관련한 각종 수식 정리
- [자산 배분] S&P 500 지수 + KODEX 미국S&P500데일리커버드콜OTM 기초지수(OTM 1% 초단기 커버드콜 지수) + 환율 (평균-분산 그래프 분석 - 누가 골든벨을 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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