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분산 투자를 하더라도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이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복수의 자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자산 간의 수익률이 동조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평상시에도 위험을 서로 상쇄하여 거의 없앨 수 있는 현실적인 자산 조합이 불가능합니다. 지난 글: [중급 2]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통계적으로 본 자산 간 상관성과 포트폴리오의 위험)
사실 파생 상품까지 투자 가능한 자산 범위에 넣으면 변동성을 극도로 낮출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SPY와 S&P 50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1배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인 SH를 반반씩 편입하고, 일일 리밸런싱을 하면 됩니다.
SPY의 수익률은 모두 SH 수익률과 상쇄되므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0에 가깝게 됩니다. 다만 이렇게 하면, 포트폴리오 수익률도 0에 접근하기에 예금에 투자하는 것보다 불리해집니다. 예금 역시 변동성이 0인 자산이지만, SPY + SH 포트폴리오보다는 수익률은 더 높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투자 가치가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체계적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서 분산 투자 시 자산 간 상관성과 체계적 위험 정도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서로 독립인 자산에 분산 투자했을 때의 포트폴리오 변동성 (이항 분포인 경우)
2개의 자산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각각 N₁과 N₂라고 하겠습니다. 정규 분포로 설명하면 복잡할 수 있고 저도 머리가 아플 듯합니다. 간단하게 두 자산은 각각 절반의 확률로 10% 또는 -10% 수익률을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참고: 자산의 수익률 합이 왜 0%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기저(base) 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각각 15%와 -5% 수익률이 됩니다. 기저 수익률이 실제 평균 수익률이고, 변동성 분석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살펴볼 수 있기에 제외합니다.
N₁ 또는 N₂ 중에서 하나의 자산에 투자한다면, 투자 수익률의 분포는 [-10% × 0.5, 10% × 0.5]가 됩니다. -10%가 될 확률과 10%가 될 확률이 절반씩입니다.
N₁과 N₂의 수익률 분포가 서로 독립이고, 반반씩 분산 투자한다면 포트폴리오는 수익률 분포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이항 분포(binomial distribution)가 됩니다.
0.5 × [-10% × 0.5, 10% × 0.5] + 0.5 × [-10% × 0.5, 10% × 0.5] = [-10% × 0.25, 0% × 0.5, 10% × 0.25]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10%가 될 확률이 25%, 0%가 될 확률이 50%, 10%가 될 확률이 25%입니다. N₁ 또는 N₂ 중에서 하나의 자산에 투자할 때에 비해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이러한 자산이 100개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 1만개가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각 자산의 수익률 분포는 서로 독립이기에 자산의 수가 늘어나면 큰 수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동전을 많이 던질수록 앞면이 나올 확률이 절반에 가까워지는 현상이 큰 수의 법칙입니다.
따라서 -10% 수익률이 발생한 자산의 수와 10% 수익률이 발생한 자산의 수는 자산의 수가 늘어날수록 기대치인 절반에 가까워집니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점차 낮아지면서 0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이전 글에서 정규 분포를 가정하고 서로 독립인 경우의 분산 투자 효과를 살펴보았습니다. 해당 그래프에서 볼 수 있었던 현상과 동일합니다. 수익률 분포만 정규 분포 대신 이항 분포를 사용한 것뿐입니다.


상관성이 있는 자산에 분산 투자할 때의 체계적 위험
이제 각 자산이 주식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주식은 서로 상당한 수준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오르면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정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온다면, 다 같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어라도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동조화가 발생합니다.
100개의 주식 자산에 분산 투자했는데, 절반이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50개 종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50개 종목은 서로 독립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10% 또는 -10% 두 가지가 있기에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조화 수익률 | 동조화 종목 비율 | 상승 종목 비율 (+10%) | 하락 종목 비율 (-10%) |
+10% | 50% | 25% | 25% |
-10% | 50% | 25% | 25% |
동조화 종목 수는 50%인 50개입니다.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는 25%인 25개입니다. 항상 이렇게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종목 수가 많아지면 이 백분율에 점차 가까워지는 큰 수의 법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위의 표는 기대값이라 볼 수 있습니다.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는 동일하므로 수익률이 서로 상쇄됩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동조화 종목의 수익률에 달려 있습니다. 50%인 50개 종목이 상승했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0% × 50% = 5%가 됩니다. 이 50개 종목이 하락했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5%가 됩니다.
분산 투자하는 종목의 수를 100개에서 1만개 아니 1억개까지 계속 늘리면 동조화 종목 비율은 점차 50%에 가깝게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포트폴리오 수익률 분포는 한 종목에 투자했을 때인 [-10% × 0.5, 10% × 0.5]에서 [-5% × 0.5, 5% × 0.5]를 향해 수렴하게 됩니다.
변동성을 평균 대비 편차로 정의하겠습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0% + 10% = 10%입니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0% + 5% = 5%입니다. 아무리 많은 수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더라도, 동조화 비율이 50%라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개별 종목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 낮출 수 없는 변동성이 분산 투자에 발생하는 체계적 위험입니다.
정리하며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이 존재하는 이유를 간단한 모델로 살펴보았습니다. 일시적인 동조화가 발생하기에 낮출 수 없는 체계적 위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도 자산 간에 존재하는 기본 상관성(동조화)에 의해 체계적 위험이 발생합니다.
아무리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더라도 모두 주식이라면 주식이라는 그 특성상 일정 이상의 동조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포트폴리오에서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체계적 위험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주식과 상호 보완성이 있는 자산을 편입하면 체계적 위험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자산 간 동조화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체계적 위험이 남게 됩니다.
이어지는 글: [중급 4]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을 정규 분포로 모델링해 보자 (시장 변동성, 개별 종목 변동성, 그리고 포트폴리오 변동성)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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