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산의 과거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르다고 이야기해도 되는지, 만일 다르다면 어느 정도의 신뢰도로 얼마나 다르다고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계학적 관점의 이야기가 투자 성과 분석 연재 중급편의 주된 주제의 하나입니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 중에 하나이며, 따져보면 자의적 가정이나 해석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자산의 수익률을 어떤 단위 기간 예를 들어 매일의 종가로 측정한다고 할 때, 두 자산의 매일의 수익률이 항상 같거나 충분히 비슷했다면, 두 자산은 동일했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동전을 계속 던져 나온 결과로 두 개의 그래프를 그린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VOO도 이와 같은 관계입니다. 참고: [중급 30] 두 자산의 미래 수익률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정말 다른지 판별할 수 있을까?)
만일 두 개의 주가 흐름 그래프를 각기 다른 동전을 던져 그렸다면 어떻까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기 평균 수익률 관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두 동전 모두 큰 수의 법칙에 의해 장기적으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로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동전을 던져 그린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모양이 확연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 두 그래프(또는 동전)는 같다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르다고 말해도 될까요? 참고: [중급 31] 장기 경향이 비슷하면서 수익률 차이가 난다면 다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정말 동일하다고 판별할 수 있을까?)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수익률 분포는 동일하지만, 매일의 수익률은 다를 수 있는 경우 (하나씨)
다음은 1,000회에 걸쳐 두 개의 동전의 던진 결과로 그린 주가 그래프입니다. 앞면이 나오면 1% 주가가 상승하고, 뒷면이 나오면 약 -0.99% 주가가 하락합니다. 설명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두 동전 모두 절반인 500번은 앞면이, 나머지 500번은 뒷면이 나온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두 동전은 모두 공정하고(fair, unbiased), 이전 결과에도 서로 간에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independent). 두 동전으로 그린 주가 흐름을 각각 자산 A와 B로 본다면, 두 자산은 모두 0% 기대 수익률을 가집니다.
자산 A와 B 중에서 하나를 골라 투자하는 하나씨 관점에서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두 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같습니다. 하나씨가 어느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다 중간에 다른 자산으로 교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씨 관점에서는 두 자산 중 하나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 차이가 없기에 동일하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참고: 엄밀하게는 변동성까지 포함하여 수익률 특성이 동일합니다.
수익률 그래프가 다르니 하나씨에게도 두 자산은 다른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자산은 기대 수익률과 기대 변동성까지 완벽하게 동일한 자산입니다. 일일 수익률만 다릅니다.
하나씨는 내일 동전이 어떤 면이 나올지 모릅니다. 무작위로 결과가 만들어지기에 두 자산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하나씨가 어느 하나의 자산을 선택한다고 해서 투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대 수익률과 기대 변동성이 동일한 두 자산은 하나씨에게는 동일한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됩니다. 카지노에 룰렛이 설치된 테이블이 5개 있습니다. 하나씨가 시간을 들여 관찰해 보니 2번 테이블의 룰렛에서 빨간색이 잘 나오는 듯합니다. 100번 중에서 54번이 빨간색이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하나씨가 2번 테이블에 앉아 빨간색에 계속 걸면 평균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공정한 룰렛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씨의 선택은 롤렛 게임에 수익률을 높이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5개 테이블의 룰렛은 모두 하나씨에게 같은 기대 수익률을 주니, 각각은 서로 다른 색이 나올 수 있지만, 하나씨에게는 같은 룰렛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 분포는 동일하지만, 매일의 수익률은 다를 수 있는 경우 (두나씨)
두나씨는 하나씨의 동생입니다. 언니인 하나씨와는 달리 자산 A와 B에 반반씩 투자하는 두나씨의 관점에서는 어떻까요?.
두나씨는 매일 두 자산의 비중이 1 : 1이 되도록 리밸런싱 했습니다. 두나씨의 수익률은 그래프에서 초록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리밸런싱에 부가되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자산 A 또는 B 하나에만 투자한 것과는 살짝 달라 보입니다.
투자 기간을 10,000일로 늘려 그려봅니다. 마찬가지로 5,000회는 앞면, 나머지 5,000회는 뒷면이 나왔다고 가정합니다. 참고: 10,000일로 데이터를 다시 생성했습니다.
왼쪽의 10,000일 투자 결과를 보면 두나씨의 최종 누적 수익률은 0%가 아니라, 양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은 [8,000일, 10,000일] 구간을 확대해서 그린 그래프입니다. 두나씨의 투자 수익률은 자산 A 또는 B에만 투자한 결과와 확연히 다릅니다.
자산 A와 B의 수익률 평균과 비교해 보면 두나씨의 수익률 특성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파란색 선은 자산 A와 B에 반반씩 투자하고 10,000일을 보유한 경우입니다. 두 자산 모두 10,000일이 지난 후 0%의 최종 수익률을 보였기에, 두 자산에 반반씩 투자하여 지속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최종 수익률도 0%입니다.
두나씨의 수익률은 반반 지속 보유 포트폴리오에 비해 조금씩 초과 수익을 누적하고 있습니다. 자산 A와 B의 수익률이 독립이고, 복리 투자에서 손익비대칭 효과에 의해 산술 평균 수익률이 기하 평균 수익률로 변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고: [중급 39] 복리 수익률로 보는 평균-분산 그래프의 해석 (표준 편차에 대한 비대칭 해석)
두나씨 입장에서는 자산 A와 B가 같은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것일까요? 다른 자산입니다. 다르기 때문에 혼합했을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특성 변화가 발생한 것입니다.
리밸런싱을 하지 않고 반반 지속 보유한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트폴리오의 장기 기대 수익률은 0% 이지만, 자산 A와 B의 변동성이 일부 서로 상쇄되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개별 자산에 비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며
투자에서 모든 측정 시점의 두 자산 수익률이 동일했다면, 두 자산은 같다고 또는 적어도 같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측정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확연히 다르더라도, 수익률 특성이 동일하다면, 두 자산은 투자자에 따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참고: 이 글에서는 수익률의 특성을 기대 수익률(평균)과 표준 편차로만 살펴보았지만, VaR, CVaR, MDD 등 모든 측정 가능한 지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 자산 중 하나의 자산에만 투자하는 하나씨에게는 동일한 수익률 특성을 가진 자산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어느 자산에 투자하느냐는 하나씨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특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두나씨의 관점에서는 다릅니다. 반반씩 투자하고 지속 보유하든, 매일 리밸런싱 하면서 특정 비중을 맞추든, 두나씨의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이 낮아지고, 수익률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두 자산이 동일하다면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기에, 두나씨에게는 두 자산은 다른 것입니다.
이제 투자 관점에서 두 자산이 같다 또는 다르다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어떤 전략을 사용하여 두 자산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 특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면, 두 자산은 다른 것입니다.
참고 도서:
이어지는 글: [중급 44] 두 자산이 다르다면 평균-분산 그래프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나씨와 두나씨는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 해의 공간과 최적화)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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