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의 근거로 아래와 비슷한 그래프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그래프는 배당 재투자를 가정한 S&P 500TR 지수의 1년 수익률을 이동평균으로 그린 것입니다. 평균적인 1년 수익률의 흐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붉은색(토마토색)으로 표시된 수익 구간이 파란색(옥수수꽃파란색)으로 표시된 손실 구간보다 월등히 넓습니다. 여러 해가 아닌 1년 수익률만 보아도 손실이 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단기적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장기투자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지는 듯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 정도 수익률 흐름이라면, 적어도 지수 추종 ETF에 투자했다면 주식으로 손실을 본 사람이 거의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는 손익비대칭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래프를 그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 때문입니다.
손익 비대칭성
작년에 100만원으로 SPY에 투자했습니다. 아쉽게도 -20%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는 장이 좋아서 25%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저의 수익률은 얼마 있까요? -20% + 25% = 5%이니 5% 수익이 발생했을 거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계좌를 열어보면 본전인 0%가 찍혀 있습니다.
이는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 또는 단리와 복리의 계산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초기 투자금을 1이라고 두면, 계좌 잔고는 (1 - 20%) × (1 + 25%) = 0.8 × 1.25 = 1이 됩니다.
단리 계산과 복리 계산 중에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한쪽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손실이 난 20만원을 다시 채워서 올해 투자했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100만원으로 투자했으니, 지금은 125만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채워 놓았던 20만원을 빼고 계산하면, 평균 투자금 100만원 대비 5%인 5만원의 수익이 났을 것입니다.
투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타 위주로 하는 분을 제외하고는 투자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복리로 보면 -20% 손실은 25% 수익과 동등합니다. 복리로는 수익률과 손실률을 절댓값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 손익 비대칭성입니다. 손익 비대칭성을 고려하면 r% 수익률은 r% / (1 - r%) 손실률과 동일합니다. 손실률의 부호를 마이너스로 바꾸고 싶은 경우에는 r% / (r% - 1)로 쓰면 됩니다.
손익 비대칭성은 복리를 가정한 계산이기에, 수익률 간의 비교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200% 수익률은 100% 수익률의 2배가 아닙니다. 200% 수익률은 자산이 1에서 3으로 증가한 것이고, 100% 수익률은 자산이 1에서 2로 증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 수익률의 2배는 자산이 1에서 4로 증가한 300% 수익률입니다. 100% 수익률이 나는 투자를 2번 연속으로 했다면, 200%가 아닌 300% 수익률이 됩니다. (1 + 1) × (1 + 1) = 4
손익 비대칭성을 고려한 그래프
위의 그래프를 손익 비대칭성을 고려해서 다시 그려봅니다. 복리로 표시하는 방법의 하나는 y축을 로그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왼쪽이 손익 비대칭성을 고려하지 않은 그래프이고, 오른쪽이 손익 비대칭성을 고려한 그래프입니다. 수익률은 조금씩 낮아졌고, 손실률은 조금씩 커졌습니다. 그래프에서 세로 눈금 한 칸은 단리 또는 복리로 10%에 해당합니다.
S&P500은 지난 수십 년간 성과가 탁월해서 차이가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래는 변동성이 높았던 NASDAQ 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를 동일한 방식으로 그린 것입니다. 그래프에서 세로 눈금 한 칸은 단리로 20% 또는 복리로 21%에 해당합니다.
QQQ는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상장되었습니다. 2000년 3월 27일 100.55의 최고점을 찍은 후 폭락하였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15년 2월 20일에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2000년 3월 27일에 투자해서 고점에 물린 투자자는 15년을 기다려서 본전이 된 셈입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왼쪽 그래프에 비해, 파란색 영역의 넓이만큼 빨간색 영역으로 상쇄해서 본전이 되는 기간이 보다 적절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며
이 글에서는 손익 비대칭성이 무엇인지 소개하였습니다. 단리로 보면 수익률은 과대 평가되고, 손실률은 과소평가되기 쉽습니다.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는 분은 복리로 환산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익 비대칭성은 MDD(Maximum Drawdown, 최대 낙폭)와 같은 위험도 수치를 이해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50% MDD는 반토막을 의미하며, 100% 수익률이 발생해야 원금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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