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요인의 하나로 증시가 장기 저평가가 되었기 때문이라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4년 정부(금융위원회)가 도입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이러한 저평가 경향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평가라는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저평가는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을 의미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고수익과 같은 말입니다.
모든 자산은 단기적으로 저평가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고수익이 지속되는 장기 저평가 상태라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기업 분석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재무 척도인 PBR(Price to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과 PER(Price-to-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로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글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저평가 요인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시하는 사례와 이에 대한 설명은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정도의 의견일 뿐입니다.
저평가? 고평가?
투자에서 어떤 자산이 저평가인지 아니면 고평가인지 계산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미래 가격에서 현재 가격을 뺀 값이 플러스면 저평가이고, 마이너스면 고평가입니다.
현재 가격은 계산하기 쉽습니다. 주식이라면 주가 또는 시총이 현재의 가격입니다. 시총을 계산할 때에는 자사주를 제외해야 합니다.
자사주 빵빵이라는 기업이 100만주를 발행했고, 주당 1만원이며, 자사주가 50%라고 하겠습니다. 총발행주수로 시총을 계산하면 100만주 × 1만원 = 100억원이 됩니다. 하지만 자사주 빵빵을 온전히 인수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제외한 50만주만 매수하면 됩니다. 자사주 빵빵의 실제 시총은 50만주 × 1만원 = 50억원입니다. 참고: 100억원짜리 기업을 1조원으로 만드는 법 (자사주 매입과 시가총액, 그리고 제빵 오형제)
간혹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의 시총/PER/PBR 등의 지표를 총발행주수를 이용하여 계산하고, 저평가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설명입니다.
미래 가격은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투자자는 제과 산업이 향후 5년간 크게 성장할 거라 예상해서, 자사주 빵빵의 미래 가격을 지금의 2배로 매길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제과 산업은 경쟁이 심해져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거라 예상하기에, 자사주 빵빵의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대 평가 (PER, PBR)
미래 가격은 추정하기 어렵기에 투자자마다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운이 더 많이 관여하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미래 가격 추정이 합리적일수록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띌 것입니다.
어떤 종목이 저평가 상태인지 또는 고평가 상태인지 추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에서는 상대적 평가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일은행의 1년 만기 예금에 대한 금리가 4%라고 하겠습니다. 단순히 4%라는 수치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은행의 금리와 비교해야 투자가 가능합니다. (예금은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행위이기에 일종의 채권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삼은행은 동일한 만기의 예금에 대해 금리가 3%입니다. 오오은행은 무려 5% 금리를 제시합니다. 세 가지 예금 상품의 위험도가 모두 동일하다고 보고, 주식 투자에서 흔히 사용하는 PER, PBR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은행 | 금리 | PER | PBR |
삼삼은행 | 3% | 33 | 1 |
제일은행 | 4% | 25 | 1 |
오오은행 | 5% | 20 | 1 |
세 가지 예금 상품은 1년 뒤에 원금을 돌려주기에 PBR은 1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자를 기업의 순이익률로 생각하면 PER는 각각 33, 25, 20이 됩니다. 금리로 비교하든, PER로 환산해서 비교하든, 오오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예금에 무슨 미래의 불확실성이 있는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다음날 기준 금리가 1% 오른다면, 어제 내린 예금 투자 결정 때문에 -1% 손실이 발생합니다. 어제 꼭 예금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PER/PBR로 본 국내 증시
아래는 국내 증시의 대표 지수의 하나인 KOSPI 200의 PER와 PBR 흐름입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PER 측면에서는 저평가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PBR 측면에서는 저평가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 기사: [EFGF 2024]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韓 증시 저평가…낮은 주주환원 원인” [이코노미스트]
특히 신 원장은 “2023년 말 한국 상장기업 PER은 19.78로 주요국 평균 수준으로 PER 측면에서는 저평가 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PBR이 낮은 것은 ROE가 작년 말 5.18%로 주요국 최하위권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고 기사와 그래프의 데이터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사용한 데이터는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주가는 현재 주가를 사용하고, 기업 순이익은 가장 최근에 공시된 정식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데이터입니다.
이 때문에 주가와 기업 순이익 데이터 간에 1년 이상의 시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1년 전에 발표한 사업보고서에는 기업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해당 업종의 불황이 예상되어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PER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인용한 PER도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는 한국 증시의 PER도 주요국 평균 수준보다는 조금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듯합니다.
금리를 보장해 주는 예금과는 달리, PER와 PBR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두 지표 모두 과거와 동일한 수익을 거둔다는 전제가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PER 대신 선행 PER(forward PER)를 사용하는 것이 투자에서는 더 적절합니다.
저 PER는 지속될 수 있는가?
PER가 고정된 기업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주가는 어떻게 변할까요? 유상증자나 차입 등으로 총자산(투자금)이 크게 변하면 주가도 바뀔 수 있지만, 여기서는 총자산의 큰 변화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PER는 앞에서 본 예금의 금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PER가 20인 기업은 매년 1 / 20 = 5%의 순이익을 만듭니다. PER가 10인 기업은 매년 1 / 10 = 10%의 순이익을 만듭니다.
두 기업 모두 순이익을 전액 재투자하고, PER가 계속 유지된다면, PER가 10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3% 금리를 주는 삼삼은행보다, 5% 금리를 주는 오오은행에 예금하여, 복리로 굴리는 것이 유리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회성일 수 있지만, PER가 10인 기업이 순이익을 유지한 채, PER 20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받으면, 주가는 2배로 상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PER가 낮은 것이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낮은 PER가 장기간 지속된다고 투자 수익률도 낮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 수익률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총자산의 변동까지 고려하면, 시장이 크게 확장되는 업종에서는 높은 수익률과 높은 PER가 한동안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어느 누구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 업종의 PER가 높아서 고평가 되었으니, 합리적인 가격을 유도하기 위한 기업 밸류다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저 PBR는 무슨 의미일까?
PBR로 본 저평가 상태란 무엇일까요? PBR은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PBR = 시가총액 / 순자산
PBR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시가총액이 늘어나던지, 순자산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두 가지가 함께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자사주 제외 발행주식수(number of outstanding shares) × 주가입니다. 시가총액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주가가 올라가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PER도 함께 높아지기에, PER는 상대적으로 고평가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가가 아닌 순자산이 줄어야 PER에 큰 변동 없이 PBR만 높일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는 이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순자산이 변하면 PBR만 변하는 것처럼 설명하였지만, 투자 효율이 증대되는 효과를 나을 수 있기에 순이익이 바뀌게 됩니다. 순이익에 따라 주가도 함께 변하기에, 투자 수익률의 역수인 PER는 시장에서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값입니다. 100억원의 자본금과 100억원의 차입금(대출)을 합하면 200억원의 총자산이 됩니다. 기업은 사업을 위해 총자산 200억원을 투자합니다.
제일커피와 삼삼커피는 모두 100개의 커피 매장을 운영합니다. 제일커피와 삼삼커피는 매장을 낼 때 전세로 임대합니다. 제일커피는 대출 없이 임대하고, 삼삼커피는 대출을 이용합니다. 두 회사의 총자산은 100억원으로 동일하지만, 순자산은 다릅니다.
종목 | 순자산 | 총부채 | 총자산 |
제일커피 | 100억원 | 0억원 | 100억원 |
삼삼커피 | 50억원 | 50억원 | 100억원 |
제일커피와 삼삼커피의 비용 구조는 대출 이자를 제외하면 동일합니다. 제일커피는 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둡니다. 삼삼커피는 50억원 × 4% = 2억원의 대출 이자를 내야 하기에 10억원 - 2억원 = 8억원의 순이익을 거둡니다.
두 회사 모두 100만주를 발행했고 PER가 동일하다면, 제일커피의 주가는 10억원 × 10 / 100만주 = 1만원이고, 삼삼커피의 주가는 8억원 × 10 / 100만주 = 8천원이 됩니다. 어느 주식을 사나 1주당 10%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총은 각각 10억원 × 10 = 100억원, 8억원 × 10 = 80억원입니다. 두 회사의 주가, 시총, PER, PBR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목 | 주가 | 시총 | PER | PBR |
제일커피 | 1만원 | 100억원 | 10 | 1 |
삼삼커피 | 8천원 | 80억원 | 10 | 1.6 |
제일커피의 PBR은 1로 삼삼커피의 1.6보다 낮습니다. 그렇다면 제일커피는 저평가된 것일까요?
제일커피가 삼삼커피처럼 대출을 이용하여 매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제일커피는 50억원의 순자산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자금을 재투자해서 100개의 매장을 늘린다면, 총 200개의 매장에서 16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당 순이익은 1.6천원이 되고, 주가는 1.6만원이 되어 60% 상승하게 됩니다. 순자산은 여전히 100억원이기에, PBR은 삼삼커피와 동일하게 1.6이 됩니다.
자사주 매입도 동일한 효과를 만듭니다. 50억원으로 50만주를 매수하게 되면, 삼삼커피와 동일한 순이익 8억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순이익은 비자사주 50만주에 분배되기 때문에 주가는 1.6만원이 됩니다. 순자산은 50억원으로 줄었기에, PBR은 삼삼커피와 동일하게 1.6이 됩니다. 재투자와는 다르게 시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5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하면, 주주는 50%에 달하는 고배당금을 수령하게 됩니다. 주가는 배당략에 의해 5천원으로 하락했다가, 최종적으로는 삼삼커피처럼 8천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시기를 잘 맞춘다면, 받은 배당금으로 주식 수를 2배로 늘릴 수 있기에, 주당 8천원인 주식 2주를 보유하게 됩니다. 순자산은 50억원으로 줄었기에, PBR은 삼삼커피와 동일하게 1.6이 됩니다. 자사주 매입과 동일하게 시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저 PBR은 기업이 저평가되었다기보다, 제일커피가 삼삼커피를 벤치마킹한처럼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면,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PBR이 높아지면 좋은 것일까?
투자 효율의 증대와 기업의 안정성은 경우에 따라 상반될 수 있습니다. 삼삼 커피는 대출 금리라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삼삼커피는 2억원의 대출 이자를 내고 있습니다. 만일 금리가 4%에서 8%로 올라, 4억원의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순이익은 10억원 - 4억원 = 6억원으로 이전보다 2억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기대 순이익이 8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으므로, 주가는 8천원에서 6천원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PER는 여전히 10을 유지하게 되고, PBR은 1.2로 낮아집니다.
제일커피는 대출 이자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금리가 2배로 오르더라도 순이익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니 주가는 여전히 1만원을 유지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제일커피와 삼삼커피 주가가 모두 하락합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인건비, 임대료, 원재료비 등 모든 경비가 올라가고, 소비는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반영하여 커피 가격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제일커피와 삼삼커피의 순이익이 3억원씩 추가로 준다면, 제일커피는 10억원 - 3억원 = 7억원의 순이익을, 삼삼커피는 10억원 - 4억원 - 3억원 = 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게 됩니다.
PER는 10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제일커피의 주가는 1만원에서 7천원으로 -30% 하락하게 되고, 삼삼커피의 주가는 8천원에서 3천원으로 -62.5% 하락하게 됩니다. PBR은 각각 0.7과 0.6으로 이제는 삼삼커피가 저평가로 보이는 상황이 됩니다.
제일커피는 삼삼커피에 비해 금리 변동에 영향을 덜 받습니다. 반대로 삼삼커피의 주가 변동은 더 심합니다. PER는 어떻게 될까요? 두 종목 모두 PER 10을 유지할까요?
투자자들은 제일커피와 삼삼커피의 주가가 동일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1만원 : 8천원 = 10 : 8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삼삼커피의 주가 변동성이 더 높을 수 있으니, 8천원이 아닌 7천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할까요?
하나의 예시일 뿐이지만, 자산 투자 효율을 높이는 결과가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를 조금 높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자산의 투자 효율과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국내 증시의 PBR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는, 경영자들이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리하며
국내 증시가 저평가되었다는 근거로 PER 또는 PBR을 다른 국가의 증시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PER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PER가 낮은 것을 저평가라고 할 수는 있지만,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PBR은 기업이 사업을 위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용하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본의 투자 효율이 낮으면, PBR도 낮아지게 됩니다. 업종이나 국가가 다를 수 있지만, 다른 회사는 더 적은 자본으로 동일한 수준의 수익률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PBR이 저평가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단기적으로 자본 투자 효율이 낮을 뿐입니다. 만일 저 PBR이 저평가라면 투자자는 매수해서 보유하면 큰 수익을 얻을 것입니다. 기업 가치의 평가는 기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PBR 기업은 자본 투자 효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PBR은 여전히 낮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저 PBR 기업은 자본 투자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지 저평가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투자자는 본인보다는 시장의 판단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내 증시의 저 PBR은 경영자의 위험에 대한 회피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순이익으로 큼지막한 사옥을 매입한다면, 임대를 했을 때에 비해 PBR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주주 환원에 쓸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임대 경비에 지출되는 비용보다 투자 효율이 높은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러한 결정이 비합리적이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도 수익을 올리면 1차적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자기 집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는 그 경향이 다소 과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좀 더 보편화되거나, 대주주가 기업은 본인 소유라는 나름 책임감(?) 있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PER와 저 PBR로 설명하는 저평가 요인은 기업에도 원인이 있지만, 사회 시스템의 영향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형무형의 위험에 대한 회피가 충분히 가능해야, 기업은 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모험적인 사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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